행정
한 영아가 생후 7개월경 디프테리아, 백일해, 파상풍 혼합 백신(DTaP)과 경구용 소아마비 백신을 접종받은 다음 날부터 경련 등의 심각한 복합부분발작 증세를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급성 증상에 대해 예방접종 피해보상으로 진료비와 간병비를 지급받았지만, 이후 증상이 악화되어 난치성 간질과 지적장애를 포함한 종합장애 1급 판정을 받게 되자, 부모는 다시 장애 일시 보상금을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장은 백신과 난치성 간질 사이에 인과관계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장애 인정을 거부했습니다. 이에 영아 측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1심 법원은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으며, 항소심 또한 예방접종과 후유장애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 피고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1998년 7월 22일, 생후 7개월의 영아가 파주보건소에서 DTaP 및 경구용 소아마비 백신을 접종받았습니다. 다음 날인 7월 23일부터 영아는 의식을 잃고 전신 경련, 안구 편위, 왼팔 강직 등 복합부분발작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1998년 12월경, 영아의 부모는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예방접종 피해보상을 신청했고, 질병관리본부장은 영아의 질병을 예방접종으로 인한 피해로 인정하여 진료비와 간병비 2,422,000원을 지급했습니다. 그러나 영아의 증세는 계속 악화되어 2008년 6월 6일, 종합장애 1급(간질장애 2급, 지적장애 3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에 부모는 다시 질병관리본부장에게 구 전염병예방법에 따른 장애 일시 보상금을 신청했으나, 2008년 12월 30일, 질병관리본부장은 "난치성 간질과 백신과의 인과관계가 없으며 백신에 의한 가능성이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장애 인정 거부 처분을 내렸습니다. 영아 측은 이의신청을 했으나 2009년 3월 27일 기각되었고, 결국 2009년 6월 30일 서울행정법원에 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예방접종 후 발생한 복합부분발작 증세가 난치성 간질 및 지적장애로 이어진 경우, 이 사건 예방접종과 최종 후유장애 사이에 법률적으로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 그리고 질병관리본부장의 장애 인정 거부 처분이 정당한지 여부입니다. 또한, 행정 처분 시 불복 절차를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것이 절차상 위법인지, 그리고 예방접종 피해 인정이 행정청의 재량에 속하는 행위인지도 쟁점이 되었습니다.
피고(질병관리본부장)가 제기한 항소를 기각합니다. 이는 1심 법원의 판결이 정당하다고 판단되어 유지된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질병관리본부장이 원고에게 내린 예방접종으로 인한 장애 인정 거부 처분은 취소됩니다. 항소 비용은 피고가 부담해야 합니다.
법원은 영아가 예방접종을 받은 다음 날부터 심각한 발작 증세를 보였고, 이전에는 건강했으며 다른 발병 원인이 발견되지 않은 점, 그리고 급성 증상에 대해서는 이미 예방접종 피해로 인정되어 보상을 받은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습니다. 비록 DTaP 백신과 영구적인 간질 발병 사이의 직접적인 의학적 인과관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더라도, 예방접종 피해 보상 제도의 폭넓은 입법 취지를 감안할 때, 시간적 개연성, 의학적 소견, 다른 원인 부재 등의 제반 사정을 통해 예방접종과 후유장애 사이의 상당한 인과관계가 추단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예방접종 피해 인정 여부는 법에 정해진 요건이 충족되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기속행위이지, 행정청이 임의로 인정하지 않을 수 있는 재량행위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절차상 위법 주장에 대해서는 불복 절차 미고지가 처분 자체를 위법하게 만들지는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예방접종과 영아의 난치성 간질, 지적장애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고, 피고의 장애 인정 거부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구 전염병예방법(현재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로 개정)과 관련된 법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구 전염병예방법 제54조의2 제1항 및 제2항 (예방접종 피해의 보상) 이 법 조항은 국가가 예방접종으로 인해 질병에 걸리거나 장애인이 된 경우, 또는 사망한 경우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과 절차에 따라 보상을 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특히, '예방접종으로 인한 질병, 장애 또는 사망'이란 예방접종 약품의 이상이나 접종자의 과실 유무와 관계없이 '당해 예방접종을 받았기 때문에 발생한 피해로서 보건복지부장관이 인정하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이는 예방접종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을 때 국가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폭넓게 보상하려는 입법 취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인과관계 추단의 법리 행정분쟁을 포함한 민사분쟁에서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하게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건 발생의 시간적 근접성, 피해자의 기존 건강 상태, 다른 발병 원인의 부재, 관련 의학적 소견 및 문헌 자료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특히 예방접종 피해의 경우, 그 특수성과 구 전염병예방법의 입법 취지에 따라 인과관계를 추단함에 있어 좀 더 유연한 관점에서 판단됩니다.
행정행위의 재량성 판단 (기속행위 vs. 재량행위) 행정청의 행위가 법규에 따라 재량의 여지없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기속행위'인지, 아니면 행정청의 판단에 따라 달리 결정될 수 있는 '재량행위'인지를 판단하는 법리입니다. 법원은 구 전염병예방법 제54조의2의 규정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예방접종으로 인한 질병 등 피해가 발생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 보건복지부장관이 임의로 피해로 인정하지 않을 수 있는 자유재량을 부여한 것으로 보이지 않으므로, 이 사건 장애 인정 여부는 재량행위가 아닌 기속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법이 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행정청은 반드시 장애를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구 행정절차법 제26조 (고지의무) 행정청이 처분을 할 때에는 당사자에게 해당 처분에 대해 행정심판 및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지 여부, 청구 절차 및 기간 등 필요한 사항을 알려야 합니다. 다만, 이 고지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해서 해당 행정처분 자체가 위법하게 되는 것은 아니고, 경우에 따라 행정심판이나 소송의 제기 기간이 연장될 수 있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예방접종 후 급성 증상에 대한 보상을 받았더라도, 추후 발생하는 심각한 후유장애에 대해서는 별도의 보상 신청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예방접종과 후유증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어려울 수 있으나, 법적으로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 증명이 명백하지 않아도 시간적 관련성, 다른 원인의 부재, 의학적 가능성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인과관계를 추단할 수 있습니다. 특히, 구 전염병예방법의 입법 취지가 국민의 예방접종 피해를 폭넓게 보상하려는 것임을 고려할 때, 피해 입증에 유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행정청이 처분 시 불복 절차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더라도 그 사실만으로 해당 처분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행정소송 제기 기간이 연장되는 등 구제 절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예방접종으로 인한 피해 인정 여부는 법정 요건이 충족되면 행정청이 반드시 인정해야 하는 기속행위(재량이 없는 행위)로 보므로, 법적 요건이 충족되었음에도 거부당했다면 이를 다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