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홍콩 법인이 소유한 선박이 2015년 침몰하자, 부산지방해양수산청장은 선박 인양 명령을 내렸습니다. 소유주는 인양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며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된다는 전문가 의견을 바탕으로 명령의 무효를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침몰 선박 인양 명령이 사회통념상 실현 불가능하여 무효라고 판단했지만, 이후 내려진 인양 명령 철회 신청 거부 및 잔존유 추가 제거를 포함한 선체처리계획 제출 명령에 대한 취소 청구는 행정소송 대상이 되는 처분이 아니라고 보아 각하했습니다.
원고인 홍콩 법인 소유의 선박 'B호'는 2015년 4월 13일 서귀포시 남동방 48해리 해상 수심 약 120m에 침몰했습니다. 피고인 부산지방해양수산청장은 같은 해 4월 17일 원고에게 선박 인양 명령을 내렸습니다. 원고는 침몰 수심(120m), 선박 규모, 해상 조건 등을 이유로 인양 작업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거나 극도로 어렵고, 인양 시 최소 1,130억 원에서 최대 2,260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비용이 발생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잔존유 일부 제거 후 해양오염 가능성이 낮다는 전문가 자문 의견을 여러 차례 제출하며 인양 명령 철회를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피고는 원고의 신청을 거부하고 잔존유 추가 제거를 포함한 선체처리계획 제출을 계속 요구하였고, 이에 원고는 침몰 선박 인양 명령의 무효 확인과 피고의 거부 및 제출 명령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부산지방해양수산청장의 침몰 선박 인양 명령이 사회통념상 실현 불가능하여 무효인지 여부와, 이후 인양 명령 철회 신청 거부 및 잔존유 추가 제거를 포함한 선체처리계획 제출 명령이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적법한 처분인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침몰한 선박 'B호'의 인양 명령이 수심 약 120m의 해저에서 인양 작업의 기술적 난이도, 민간 구난업체의 역량 한계, 작업자의 안전 문제, 그리고 최소 미화 1억 달러(한화 1,130억 원)에서 최대 미화 2억 달러(한화 2,26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없거나 희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고가 명령을 내리기 전에 충분한 조사를 하지 않은 점, 긴급한 제거 필요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피고 스스로 명령 불이행에 대한 제재나 대집행을 하지 않은 점도 지적했습니다. 이에 따라 인양 명령은 사회통념상 실현 불가능하여 무효라고 확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인양 명령 철회 신청에 대한 거부나 선체처리계획 제출 명령은 이미 효력이 발생한 선행 명령에 대한 단순 촉구 또는 철회 불가의 의사 표현에 불과하여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새로운 행정처분으로 볼 수 없으므로 해당 취소 청구는 각하되었습니다.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 제6조 제1항 (공유수면의 점용·사용 등에 대한 조치): 이 조항은 공유수면관리청이 침몰된 선박 등이 공유수면의 효율적 이용을 저해하거나 수질오염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 그 소유자에게 제거를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합니다. 본 사건에서 피고는 이 조항을 근거로 원고에게 선박 인양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명령이 객관적인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 제6조 제2항: 이 조항은 공유수면관리청이 제거 명령을 내리기 전에 해당 선박 등의 상태 및 발견장소, 해양사고 및 수질오염의 발생 가능성, 공유수면 관리·이용의 지장 여부 등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미리 충분한 조사를 해야 한다고 명시합니다. 본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가 침몰 후 불과 4일 만에 명령을 내리고 충분한 조사를 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여 명령의 부당성을 뒷받침했습니다.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 제64조 (벌칙): 공유수면관리청의 명령을 따르지 않은 자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음을 규정하여 명령 불이행에 대한 법적 제재 근거를 제공합니다.
행정소송법 제20조 제1항 (제소기간): 취소소송은 처분 등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제기해야 하며, 처분 등이 있은 날부터 1년을 넘으면 제기할 수 없도록 규정합니다. 본 사건에서 인양 명령 철회 신청 거부 및 선체처리계획 제출 명령 취소 청구가 각하된 이유 중 하나는, 이러한 거부나 촉구 행위가 이미 제소 기간이 도과하여 불가쟁력이 생긴 원 명령에 대한 다툼을 우회적으로 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행정청의 거부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 되려면 국민에게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있어야 합니다.
행정처분의 무효 판단 법리: 행정처분이 당연무효가 되기 위해서는 그 하자가 법규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한 '중대하고 명백한' 것이어야 하며, 이는 해당 법규의 목적, 의미,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대법원 1995. 7. 11. 선고 94누4615 전원합의체 판결). 특히, 내용이 사회통념상 실현 불가능한 처분은 무효로 인정됩니다(대법원 2006. 4. 13. 선고 2005두15151 판결). 본 판결에서 법원은 침몰 선박 인양 명령이 기술적, 경제적으로 불가능하여 사회통념상 실현 불가능한 처분이므로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