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 의료
뇌혈관질환, 당뇨병, 만성신질환을 앓던 망인이 등 부위 상처 감염으로 피고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치료 과정에서 의료진은 항생제를 타조신, 세페핌, 반코마이신 등으로 교체하며 투여했습니다. 입원 6일 후 망인에게 의식저하, 저혈당, 간질발작 의증이 발생했고, 경비위관을 통해 영양을 공급받던 중 경비위관이 입안에 말려있는 것이 발견된 직후 연조직염으로 인한 급성신부전으로 사망했습니다.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는 피고 병원 의료진이 항생제 선택 및 교체 과정에서 설명의무를 위반했다며 위자료 1,000만 원과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환자가 등 상처 감염으로 입원하여 항생제 치료를 받던 중 사망한 후, 환자의 배우자가 병원 의료진이 항생제 선택 및 변경 과정에서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아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정신적 고통을 주었다며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피고 병원 의료진이 망인에게 항생제를 선택하고 교체하는 과정에서 해당 약물의 특성이나 부작용 등을 설명하지 않은 것이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설명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입니다.
법원은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이는 제1심 판결과 동일한 결론으로, 의료진의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합니다.
법원은 의사의 설명의무가 모든 의료 과정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수술 등 침습적인 의료행위나 사망과 같은 중대한 결과 발생이 예측되어 환자에게 자기결정에 의한 선택이 요구되는 경우에 한정된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망인에게 투여된 항생제 선택 및 교체는 중대한 결과 발생이 예측되어 환자에게 자기결정에 의한 선택의 기회를 부여해야 하는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의료진이 항생제 선택 및 교체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았더라도 설명의무 위반은 아니라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의사의 설명의무 범위와 내용에 관한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대법원 판례(대법원 1995. 4. 25. 선고 94다27151 판결)에 따르면, 의사의 설명의무는 모든 의료과정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수술 등 침습을 가하는 의료행위나 사망 등 중대한 결과 발생의 개연성이 있는 의료행위처럼 환자에게 자기결정에 의한 선택이 요구되는 경우에 한정됩니다. 환자에게 발생한 결과가 의사의 침습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거나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문제 되지 않는 사항에 관해서는 위자료 지급 대상으로서의 설명의무 위반이 문제 될 여지가 없다는 원칙이 적용됩니다. 따라서 항생제 투여와 같이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직접적으로 문제 되지 않는 의료행위에서는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의료기관의 설명의무는 수술과 같이 환자에게 직접적인 침습을 가하거나, 사망 또는 중대한 장애와 같은 심각한 결과가 예상되어 환자 본인이 치료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중요한 의료행위에 주로 적용됩니다. 항생제 선택이나 변경과 같이 환자의 상태 변화에 따라 의료진의 전문적 판단하에 이루어지는 약물 치료는 통상적으로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문제되는 침습적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워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환자나 보호자는 치료 과정 중 궁금하거나 우려되는 사항이 있다면 의료진에게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설명을 요청하여 충분한 정보를 얻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