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약금
창호 등을 공급하는 주식회사 A는 피고 B가 대표이사로 있던 폐업 법인 C과 피고 B의 개인사업체 D에 물품을 공급하고 물품대금을 받지 못했습니다. 주식회사 A는 C의 미지급 물품대금에 대해 법인격 부인 또는 면책적 채무인수를 주장하며 피고 B에게 책임을 물었고, D의 미지급 물품대금도 함께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C의 법인격이 형해화되었다거나 피고 B가 C의 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주식회사 A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또한 피고 B가 지급한 변제금은 C의 채무가 아닌 D의 미지급 물품대금에 충당되어야 한다고 보아, 피고 B는 D의 남은 미지급 물품대금 3,029,900원만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원고 주식회사 A의 항소는 기각되었습니다.
주식회사 A는 2015년 11월 21일부터 2019년 7월 16일까지 피고 B가 대표이사로 있던 주식회사 C에 창호 등을 공급했습니다. 주식회사 C는 2019년 6월 3일 폐업신고를 했고, 이때 주식회사 A에 대한 미지급 물품대금은 14,416,400원이었습니다. 이후 피고 B는 2019년 6월 12일 개인사업체 D을 개업하여 2019년 7월 24일부터 2022년 4월경까지 주식회사 A로부터 창호 등을 계속 공급받았으며, D의 미지급 물품대금은 8,661,600원이었습니다. 피고 B는 2019년 11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총 5,631,700원을 주식회사 A에게 지급했는데, 주식회사 A는 이 돈을 폐업한 C의 미지급 물품대금 채무에 대한 변제금으로 처리했습니다. 주식회사 A는 피고 B가 C의 외형상 법인격 뒤에 있는 실질적인 개인 기업주이거나 법인격을 남용했다고 주장하며 C의 미지급 물품대금에 대한 책임과 함께 D의 미지급 물품대금을 합하여 총 17,446,300원 및 지연손해금을 피고 B에게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 B는 C과 자신은 별개의 법인이며 법인격 부인이나 채무인수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며 C의 채무 변제 의무를 부인했습니다.
폐업한 법인 C의 미지급 물품대금에 대해 법인격 부인 또는 법인격 남용의 법리를 적용하여 대표이사였던 피고 B에게 변제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여부, 피고 B가 C의 미지급 물품대금 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 피고 B가 지급한 5,631,700원이 폐업한 C의 채무 변제에 충당되어야 하는지, 아니면 개인사업체 D의 채무 변제에 충당되어야 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제1심 판결을 유지하며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항소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인격 부인 또는 법인격 남용 주장에 대해서는 주식회사 C의 법인격이 형해화되어 실질적으로 피고의 개인기업에 불과했다거나 피고가 법인격을 남용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면책적 채무인수 주장에 대해서도 피고가 C 폐업 이후 D을 운영하며 원고와 계속 거래를 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C의 미지급 물품대금 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가 지급한 5,631,700원은 폐업한 C의 미지급 물품대금에 대한 변제가 아니라 피고의 개인사업체인 D의 미지급 물품대금에 대한 변제금으로 보아 D의 채무에서 공제되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최종적으로 피고는 원고에게 D의 미지급 물품대금 3,029,900원(8,661,600원 – 5,631,7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2022년 5월 19일부터 2023년 1월 17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갚는 날까지는 연 12%)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원고 주식회사 A는 폐업한 법인 C의 미지급 물품대금에 대한 피고 B의 책임을 인정받지 못했으며, 피고 B가 지급한 변제금은 개인사업체 D의 채무에 충당되어 피고 B가 원고에게 지급해야 할 최종 금액은 D의 남은 물품대금인 3,029,900원만 인정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다 하여 기각되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과 같은 법률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1. 법인격 부인론 및 법인격 남용론: 회사가 외형상 법인의 형식을 갖추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법인격 배후의 타인의 개인기업에 불과하거나 법률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함부로 이용되는 경우, 회사는 물론 그 배후자에 대하여도 회사의 행위에 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법리입니다. 이러한 법리가 적용되려면 회사와 배후자 사이에 재산과 업무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혼용되었는지, 주주총회나 이사회를 개최하지 않는 등 법률이나 정관에 규정된 의사결정 절차를 밟지 않았는지, 회사 자본의 부실 정도, 영업의 규모 및 직원의 수 등에 비추어 볼 때 회사가 이름뿐이고 실질적으로는 개인 영업에 지나지 않는 상태로 형해화되었거나, 채무면탈 등 법인제도를 남용하는 행위를 했음이 입증되어야 합니다. 본 사안에서는 원고가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C의 법인격이 형해화되었거나 피고가 법인격을 남용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2. 면책적 채무인수: 채무인수는 채무의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채무자가 바뀌는 계약을 말하며, 그 중 면책적 채무인수는 기존 채무자가 채무를 면하고 제3자인 인수인에게 채무가 이전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채권자와 채무인수인 사이에 명확한 합의나 그에 준하는 의사 표시가 있었음이 입증되어야 합니다. 본 사안에서는 피고가 C 폐업 후에도 D을 운영하며 원고와 계속 거래를 했다는 사정만으로는 C의 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3. 변제 충당: 채무자가 동일한 채권자에게 여러 개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을 때 변제를 하더라도 모든 채무를 소멸시키기에 부족한 경우, 어느 채무의 변제에 충당할 것인지를 정하는 문제입니다. 민법 제476조(지정변제충당)는 채무자가 채무 종류를 지정하여 변제를 한 경우 그에 따르지만, 본 사안에서는 피고가 명시적으로 지정하지 않았고, 법원은 피고가 지급한 변제금이 D의 채무에 충당되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4. 지연손해금: 금전채무의 이행을 지체했을 때 발생하는 손해배상금으로, 민법상 연 5%, 상사채무인 경우 연 6%의 이율이 적용됩니다. 소송 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소장 부본 송달 다음 날부터는 연 12%의 높은 이율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본 사안에서도 피고의 개인사업체 D의 미지급 물품대금에 대해 이 법률에 따른 지연손해금이 적용되었습니다.
법인과 개인사업체가 연이어 운영될 경우, 거래 상대방은 각 사업체와의 거래를 명확히 구분하여 계약하고 채무 관계를 관리해야 합니다. 법인과의 거래에서 대표이사가 실질적으로 법인을 지배하는 개인사업체와 다름없다고 주장하려면, 재산 및 업무의 혼용, 법적 절차 미준수, 자본 부실 등 법인격이 형해화되었거나 법인격 남용이 있었음을 명확히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자료를 확보해야 합니다. 단순히 영업 내용이 동일하거나 대표이사가 같다는 점만으로는 법인격 부인 또는 남용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채무의 변제 시, 여러 채무가 존재하는 경우 채무자는 어느 채무의 변제에 충당할 것인지 명확히 지정하여 변제해야 추후 분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폐업한 법인의 채무를 대표이사 개인이 인수했다고 주장하려면, 명확한 채무인수 합의나 그에 준하는 의사 표시가 있었음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폐업 후에도 계속 거래했거나 일부 금액을 지급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면책적 채무인수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