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회사의 정년 규정 변경과 촉탁계약 거부로 인한 근로관계 종료 사건

이 사건은 택시 운전기사 원고 A가 소속 회사 B 주식회사(참가인 회사)의 취업규칙 변경으로 정년 이후 촉탁계약 전환을 거부하여 근로관계가 종료된 것을 부당해고로 주장하며 중앙노동위원회 재심 판정 취소를 구한 사례입니다.

참가인 회사는 구 취업규칙상 만 61세 정년 후 퇴직 의사가 없으면 근로기간이 자동 연장되던 규정을, 개정 취업규칙을 통해 만 61세 정년 후 촉탁계약 체결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변경했습니다. 이 변경은 당시 근로자 과반수(약 52%)로 조직된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어 이루어졌습니다.

원고는 68세의 택시 운전기사로, 회사에서 요구한 촉탁계약 체결을 거부했고, 회사는 원고에게 당연퇴직을 통보했습니다. 원고는 이에 대해 취업규칙 변경이 불법이었고, 개정 취업규칙의 소급 적용이 부당하며, 근로관계 종료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개정 취업규칙이 적법한 절차(근로자 과반수 노조의 동의)를 거쳐 유효하게 변경되었고,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것이 헌법상 불소급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원고의 계속 고용에 대한 신뢰가 고령 운전자 사고 증가 등의 공익적 요구보다 더 보호 가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원고의 근로관계 종료는 정년 규정에 따른 당연퇴직으로 보아 '해고'가 아니며, 따라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기각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이 적법하다고 판결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2011년부터 B 주식회사에 입사하여 택시 운전기사로 근무해온 근로자. 개정된 취업규칙에 따른 촉탁계약 전환을 거부하여 근로관계가 종료됨.
• 피고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원고의 부당해고 구제 재심 신청을 기각한 중앙노동위원회 결정의 주체.
• 피고보조참가인 B 주식회사 (참가인 회사): 1967년 설립된 택시 여객운송업 회사로, 취업규칙을 개정하여 정년 이후 근로자에게 촉탁계약을 요구하고 원고의 근로관계를 종료시킴.

분쟁 상황

참가인 회사는 2020년 6월 22일 기존의 취업규칙을 개정하여 2020년 7월 1일부터 시행했습니다. 구 취업규칙은 만 61세 정년 이후 근로자가 퇴직 의사가 없으면 근로기간이 자동으로 연장되도록 규정했으나, 개정 취업규칙은 만 61세에 정년퇴직한 후 촉탁계약 체결을 통해서만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변경했습니다.

회사는 2020년 11월 3일부터 13일까지 정년퇴직 연령(만 61세)이 지난 근로자들에게 촉탁계약을 체결할 것을 요구하는 공고를 게시하고 문자메시지를 발송했습니다. 당시 1952년생으로 만 68세였던 원고 A를 제외한 52명의 정년 경과 근로자들은 모두 촉탁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원고 A는 회사의 촉탁계약 체결 요구에 불응했고, 회사는 2020년 11월 17일 원고에게 문자메시지로 2020년 11월 30일 자로 당연퇴직됨을 통보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회사의 조치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2021년 1월 27일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제기했으나 기각되었고, 2021년 5월 24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역시 기각되었습니다.

원고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이 위법하다며 2021년 8월 26일 이 사건 행정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핵심 쟁점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취업규칙 변경의 적법성: 참가인 회사가 정년 관련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면서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적법하게 얻었는지 여부.
2. 개정 취업규칙의 적용 범위: 개정된 취업규칙을 기존 근로자인 원고에게 적용하는 것이 헌법상 불소급 원칙 또는 신의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3. 근로관계 종료의 성격: 원고에 대한 근로관계 종료 조치가 근로기준법상 '해고'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취업규칙상 정년에 따른 '당연퇴직'에 해당하는지 여부.
4. 해고의 정당성: 만약 해고로 본다면, 절차적 및 실체적 정당성을 갖추었는지 여부(특히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주장).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며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이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1. 취업규칙 변경의 적법성: 법원은 참가인 회사의 개정 취업규칙이 근로자들에게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하지만, 당시 근로자 과반수(117명 중 61명, 약 52%)로 조직된 E조합 F지부의 동의를 얻었으므로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에 따른 적법한 동의를 받았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개정 취업규칙은 적법하고 유효하게 변경되었습니다.
2. 개정 취업규칙의 원고 적용 가능성: 법원은 원고가 이 사건 근로계약 체결 시 '계약기간 중 근로조건이 변경된 경우 변경된 내용에 따르기'로 정한 점, 개정 취업규칙 시행 당시 원고의 근로관계가 존속 중이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개정 취업규칙을 원고에게 적용하는 것이 헌법상 불소급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원고의 정년 이후 계속 근무에 대한 신뢰가 고령 택시 운전기사 관련 사고 증가 등 사회적 우려를 고려한 공익적 요구보다 더 보호 가치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3. 근로관계 종료의 성격: 법원은 원고가 회사의 촉탁계약 전환 요청에 불응함에 따라 근로관계가 2020년 11월 30일 자로 종료된 것이며, 2020년 12월 1일 이루어진 조치는 이와 같이 근로관계가 종료된 사실을 확인하는 '관념의 통지'일 뿐, 근로자의 신분을 상실시키는 '해고처분'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원고의 주장은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결론

재판부는 원고의 주장을 모두 기각하고,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이 적법하다고 판결함으로써, 회사의 취업규칙 변경과 이에 따른 원고의 근로관계 종료는 정당한 절차와 법리에 따른 것으로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가 제기한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본 판례와 관련된 주요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 (취업규칙의 작성 및 변경)​:

   • 취업규칙은 법령이나 단체협약에 위반될 수 없으며,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경우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다면 그 노동조합의 동의를, 그렇지 않다면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 본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보조참가인 회사(택시회사)가 취업규칙을 변경할 당시, 동의권을 행사한 E조합 F지부가 전체 근로자 117명 중 61명(약 52%)으로 구성된 근로자 과반수 노조였으므로, 이 노조의 동의는 법이 정한 절차를 따른 유효한 동의로 판단하였습니다. 이는 근로자 과반수 노조가 있는 경우 노조의 대표가 노동조합을 대표하여 동의하면 되고, 노조 소속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별도로 받을 필요는 없다는 대법원 판례(대법원 1997. 5. 16. 선고 96다2507 판결)의 법리에 따른 것입니다.

2.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의 적용 범위 (불소급 원칙 및 신의칙)​:

   • 사업자가 취업규칙을 변경하면서 시행일을 정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시행일부터 효력이 발생하며, 개정 취업규칙이 시행되기 이전에 이미 완성 또는 종결된 것이 아니라면 이를 헌법상 불소급 원칙에 위배되어 효력이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4두4931 판결).
   • 단, 개정 전 취업규칙의 존속에 대한 근로자의 신뢰가 개정 취업규칙의 적용에 관한 공익상의 요구보다 더 보호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신의칙상 그 적용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 본 사안에서 법원은 원고가 이 사건 근로계약 체결 시 '근로조건이 변경되면 변경된 내용에 따른다'고 정한 점, 개정 취업규칙 시행 당시 원고의 근로관계가 존속 중이던 점 등을 들어 불소급 원칙 위배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또한, 원고의 정년 이후 계속 고용에 대한 신뢰는 고령 택시 운전자의 사고 증가와 같은 사회적 우려 및 공익적 요구보다 더 보호 가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신의칙 적용도 배제했습니다.

3. 정년퇴직의 법적 성격:

   • 사용자가 취업규칙 등에 어떤 사유의 발생을 당연퇴직 사유로 규정하고 그 절차를 통상의 해고와 달리하였는데, 그 사유가 근로자의 사망, 정년, 근로계약기간의 만료 등 근로관계의 자동소멸 사유로 보이는 경우, 그러한 사유의 발생만으로 당연히 근로관계가 종료하는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대법원 1995. 4. 11. 선고 94다4011 판결).
   • 정년 등과 같은 근로관계의 자동소멸 사유로 인한 퇴직 처리는 법률상 당연히 발생한 퇴직 사유 및 시기를 공적으로 확인하여 알려주는 '관념의 통지'에 불과할 뿐, 근로자의 신분을 상실시키는 '해고처분'과 같은 새로운 형성적 행위가 아닙니다(대법원 1997. 10. 24. 선고 97누1686 판결).
   • 따라서 본 사건에서 원고의 근로관계 종료는 정년 이후 촉탁계약 체결 요구 불응에 따른 당연퇴직으로 보았으며, 이는 해고가 아니므로 근로기준법상 해고의 정당성 요건(근로기준법 제23조)이나 해고 회피 노력(근로기준법 제24조) 등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4. 정년 연장 허용 여부:

   • 취업규칙 등에 명시된 정년에 도달하여 당연퇴직하게 된 근로자에 대하여 사용자가 그 정년을 연장하는 등의 방법으로 근로관계를 계속 유지할 것인지 여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는 것으로서, 해당 근로자에게 정년 연장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다85997 판결). 단지 정년 연장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가혹하다거나 형평에 어긋난다는 사정만으로 그 정당성이 없는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상황에서 아래 내용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1. 취업규칙 변경 시 동의 절차 확인: 회사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만약 본인이 속한 회사의 노동조합이 과반수 노조인 경우, 노조의 동의만으로 취업규칙 변경이 유효할 수 있으므로, 노조가 적법한 동의 주체였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2. 기존 근로계약과 취업규칙의 관계: 근로계약서에 '근로조건 변경 시 변경된 내용에 따른다'는 조항이 있다면, 추후 변경되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근로계약 체결 시 이러한 조항의 내용을 숙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 개정 취업규칙의 적용 범위: 개정된 취업규칙은 일반적으로 시행일 이후 재직 중인 모든 근로자에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헌법상 불소급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며, 다만 근로자의 신뢰 보호가 공익적 요구보다 크다고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적용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본인의 경우가 이러한 예외에 해당하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4. 정년퇴직의 법적 성격: 정년에 도달하여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것은 법률상 당연히 발생하는 퇴직 사유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이는 '해고'가 아닌 '자동 소멸'로 보아, 해고에 요구되는 엄격한 절차나 정당성 요건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5. 정년 연장 또는 재고용 기대: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가 계속 근무하기를 희망하더라도, 회사가 정년 연장이나 촉탁계약 체결을 허용할 의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없습니다. 회사의 결정이 다른 근로자들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단순히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그 정당성을 부정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6. 사회적 공익 고려: 고령 근로자의 계속 고용에 대한 개인의 신뢰 이익은 때때로 특정 직무와 관련된 사회적 공익(예: 고령 운전자 사고 증가 우려)에 따라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7. 촉탁계약 제안의 신중한 검토: 정년 이후 촉탁계약 전환 제안을 받는 경우, 해당 계약의 조건, 기간, 업무 내용 등을 충분히 검토하고, 거부 시 발생할 수 있는 근로관계 종료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