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술개발 과제 중단 후 출연금 돌려줄 의무가 있는지 다툰 사건

주식회사 A는 B대학교산학협력단과 함께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장과 두 건의 기술개발사업 협약을 맺었습니다. 이후 기술정보진흥원은 두 과제 모두 연구 부정행위 등을 이유로 '중단' 판정을 내렸고, 두 번째 과제에 대해서는 A사에 사업 참여 제한 및 정부출연금 13,717,949원의 환수 처분을 실제로 내렸습니다. 그러나 첫 번째 과제에 대해서는 '중단' 통지만 했을 뿐, 구체적인 환수 처분은 아직 내리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이에 A사는 첫 번째 과제와 관련하여 자신에게 출연금 환수 채무가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정부 기관이 아직 구체적인 환수 처분을 내리지 않았으므로, 환수 채무가 현존한다고 볼 수 없고 따라서 원고에게 소송을 통해 법률관계를 확인할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소송을 각하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주식회사 A: 전기, 전자 기기 제조 및 판매 등을 하는 회사로, 기술개발 과제의 주관기관이었음
• 원고보조참가인 B대학교산학협력단: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연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된 법인으로, 기술개발 과제의 위탁연구기관이었음
• 피고 대한민국: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을 통해 기술개발 지원 사업을 관리하고 출연금 환수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주체

분쟁 상황

주식회사 A는 B대학교산학협력단과 함께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장과 2016년 두 건의 기술개발사업 협약(이 사건 제1 협약, 이 사건 제2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이후 기술정보진흥원은 2017년 8월경 특별점검 및 평가를 통해 이 사건 각 과제를 모두 '중단'으로 판정하고 2017년 11월 22일 원고에게 통지했습니다. 중단 통지에는 '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참여 제한 및 출연금 환수가 결정됨'이라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실제로 기술정보진흥원장은 2018년 8월 7일 이 사건 제2 과제에 대해 연구 부정행위를 이유로 원고에게 3년간의 사업 참여 제한 및 정부출연금 13,717,949원의 환수 처분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 제1 과제에 대해서는 '중단' 통지만 하고 현재까지 어떠한 참여 제한이나 출연금 환수 처분을 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이에 원고 주식회사 A는 이 사건 제1 과제 관련하여 피고 대한민국에 대한 출연금 환수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는 연구 부정행위가 위탁연구기관 책임자에 의해 발생했고 자신은 관여하지 않았으며, 이 사건 제1 협약은 해약된 것이 아니라 기간 만료로 종료되었으므로 환수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피고 대한민국은 아직 환수 처분이 내려지지 않았으므로 환수 채무가 존재하지 않고, 따라서 원고의 소송은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핵심 쟁점

정부 출연금 환수 처분이 아직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해당 환수 채무가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이 법률적으로 적합한지, 즉 소송을 제기할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는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의 소송을 각하(소송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본안 내용을 심리하지 않고 종결하는 것)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공법상 법률관계의 확인을 구하는 소송에서는 원고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 위험이 있어야 하고, 이를 제거하기 위해 확인 판결을 받는 것이 가장 유효하고 적절한 수단일 때 '확인의 이익'이 인정됩니다. 이 사건 첫 번째 기술개발 과제와 관련하여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장은 아직 원고에게 구체적인 참여 제한 및 출연금 환수 처분을 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중단 통지에 '향후 환수가 결정될 예정'이라는 문구가 있었으나, 이는 구체적인 처분이 아니며, 환수 여부 및 범위는 기술정보진흥원장의 재량에 따라 결정될 수 있는 사항이었습니다. 따라서 원고의 환수금 채무가 현재 구체적으로 존재한다고 볼 수 없으며, 원고의 법적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이나 위험이 현실화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하여,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결론

법원은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장의 구체적인 출연금 환수 처분이 없는 상태에서 원고가 제기한 환수금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은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부적법하다고 보아 각하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과 관련하여 적용된 주요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공법상 당사자소송과 민사소송법 준용)​:

   • 공법상 당사자소송에 대해 행정소송법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경우, 민사소송법 규정을 준용하도록 합니다. 이 사건과 같은 공법상 법률관계의 확인을 구하는 소송(확인소송)에도 민사소송법상 '확인의 이익'이 요구됩니다.

2. 민사소송법상 '확인의 이익'의 법리:

   • 확인의 소(소송)는 원고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이나 위험이 있고, 그 불안이나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확인 판결을 받는 것이 가장 유효하고 적절한 수단일 때만 인정됩니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현재의 구체적인 권리·의무나 법률관계를 대상으로 하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과거 또는 장래의 권리·의무나 법률관계의 존부 확인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3. 구 중소기업기술혁신 촉진법 제31조 제1항 (사업 참여 제한)​:

   • 중소기업청장은 연구개발 자료나 결과를 위조 또는 변조하거나 표절하는 등 연구 부정행위를 한 경우(제6호) 등 특정 사유가 발생하면 5년 이내의 범위에서 기술혁신 촉진 지원사업에의 참여를 제한할 수 있습니다. 이는 제재 조치의 하나입니다.

4. 구 중소기업기술혁신 촉진법 제32조 제1항 (출연금 환수)​:

   • 중소기업청장은 제31조 제1항 각 호의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이미 출연한 사업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환수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환수할 수 있다'는 표현은 환수 여부 및 범위 결정에 중소기업청장에게 재량권이 있음을 시사합니다.

5. 구 중소기업기술혁신 촉진법 시행령 제19조 제1항 제3호 (권한 위탁)​:

   • 중소기업청장은 출연금의 환수 업무에 관한 권한을 기술진흥전문기관(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의 장에게 위탁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술정보진흥원장이 환수 처분을 내릴 권한을 가집니다.

6. 구 중소기업기술혁신 촉진법 시행령 제21조 제1항 (환수 사유 및 범위)​:

   • 환수할 수 있는 사업비의 사유와 범위는 [별표 2]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다만, 연구개발을 성실하게 수행한 사실이 인정되는 경우 등에는 환수 금액을 감액하거나 환수하지 않을 수 있어, 전문기관의 재량이 다시 한번 강조됩니다.

7. 구 중소기업기술개발 지원사업 운영요령 제26조 (사업비 정산 절차) 및 제30조 (출연금 환수 세부 기준 및 절차)​:

   • 협약이 종료된 모든 과제에 대한 사업비 정산 절차(제26조)는 제재로서의 출연금 환수 절차(제30조)와는 별개의 절차임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참고 사항

정부나 공공기관의 사업 중단, 제재, 출연금 환수 등과 관련하여 소송을 고려할 때는 다음과 같은 점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1. 구체적인 행정처분 확인: 단순히 사업 중단 통지나 향후 조치 예정이라는 안내만으로는 법적인 '처분'으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소송의 대상이 되는 것은 구체적인 권리·의무에 영향을 미치는 행정청의 '처분'이어야 합니다. 따라서 환수금 채무가 발생하는 시점은 행정청이 구체적인 환수 처분을 내렸을 때입니다.
2. '확인의 이익' 이해: 확인 소송은 원고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이나 위험이 있을 때만 인정됩니다.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불확실한 법률관계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확인의 이익이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아직 내려지지 않은 환수 처분에 대한 환수 채무의 부존재를 미리 확인받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3. 환수 결정의 재량성: 중소기업 기술혁신 촉진법 등 관련 법령은 출연금 환수에 대해 '환수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전문기관에 상당한 재량권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제재 사유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환수가 이루어지거나 최대 금액이 환수되는 것은 아니며, 경위와 사정을 고려하여 감면될 여지도 있습니다.
4. 관련 법령 및 협약 내용 숙지: 사업 참여 전후로 관련 법령(예: 중소기업 기술혁신 촉진법 및 시행령, 운영요령)과 협약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사업 중단, 해약, 사업비 정산, 환수 등에 관한 규정을 사전에 파악해야 합니다.
5. 소송 제기 시점의 중요성: 행정처분에 대한 불복 소송은 처분이 있음을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제기해야 하는 등 엄격한 기간 제한이 있습니다. 소송을 너무 일찍 제기하면 '확인의 이익' 부족으로 각하될 수 있고, 너무 늦게 제기하면 제소 기간을 놓쳐 소송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으므로 신중한 판단이 요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