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이 사건은 아들(망인 C)이 1997년 교통사고로 치료를 받고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보험급여를 받은 후, 아버지(원고 A)가 공단에 아들의 과실을 인정하고 관련 부담금을 연대 책임지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제출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아들은 다른 사고로 사망하였고, 공단은 아버지를 상대로 과거 지급된 보험급여 상당액에 대한 기타징수금 부과처분과 체납된 금액에 대한 압류 처분을 내렸습니다. 아버지는 이 부과처분과 압류처분이 무효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연체금 부과처분은 행정소송의 대상이 아니므로 각하했지만, 공단이 아버지에게 직접 기타징수금 부과처분 및 압류 처분을 할 법적 권한이 없다고 판단하여 해당 처분들을 무효라고 확인했습니다.
1997년 4월 22일, 원고 A의 아들 C은 운전 중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이 사고로 C은 병원 치료를 받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은 치료비에 대한 보험급여를 지급했습니다. 사고 두 달 뒤인 1997년 7월 10일, 아버지인 원고 A는 공단에 아들의 사고 과실을 인정하며 공단 부담금 일체를 연대 책임지고 완납하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아들 C은 1999년 9월 25일 다른 사고로 사망했습니다. 이후 아들 C의 과실 여부를 다투는 민사소송이 진행되었고, 2004년 3월 12일 대법원에서 C의 중앙선 침범으로 사고가 발생했다는 내용의 관련 민사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공단은 이 판결과 원고 A의 각서를 근거로 2000년 2월 7일 원고 A에게 18,061,700원의 기타징수금 부과처분을 했고, 2001년 10월 17일에도 추가로 5건의 기타징수금 부과처분(총 2,140,040원)을 통지했습니다. 원고 A가 이 금액들을 납부하지 않자, 공단은 2006년 1월 5일 원고 A 소유의 토지를 압류하는 체납처분을 내렸습니다. 이에 원고 A는 공단의 징수금 부과처분 및 압류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부과한 기타징수금연체금 부과처분이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망인 C의 교통사고가 그의 범죄행위 또는 중대한 과실로 발생한 것으로 보아 공단이 지급한 보험급여를 부당이득으로 징수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원고 A(아버지)가 망인 C의 부당이득금에 대해 공단에 납부할 의무가 있는지, 특히 사적으로 작성한 각서의 효력 범위와 진의가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넷째, 공단이 원고 A에 대해 직접 기타징수금 부과처분 및 압류처분을 할 법적 권한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기타징수금연체금 부과처분 무효확인 청구는 부적법하다고 보아 각하했습니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아버지에게 직접 내린 기타징수금 부과처분과 토지에 대한 압류처분은 국민건강보험법상 적법한 권한이 없어 무효라고 판단, 아버지의 나머지 청구를 받아들였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주로 구 국민의료보험법(1999. 2. 8. 법률 제5854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과 구 국민건강보험법(1999. 2. 8. 제정)의 규정이 문제 되었습니다.
징수금 부과 대상과 범위: 구 국민의료보험법 제41조 제1항 및 제44조 제1항은 보험급여를 부정한 방법으로 받은 자에 대하여 그 급여 상당액을 징수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그러나 당시의 법령에는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자와 같은 세대에 속한 가입자'에게 연대하여 징수금을 납부하게 할 수 있다는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 제3항과 같은 명확한 근거 규정이 없었습니다. 따라서 공단이 보험급여를 직접 받은 아들(망인 C)이 아닌 아버지(원고 A)에게 직접 징수금 부과처분을 할 법적 근거가 부족했습니다.
국세체납처분의 예: 구 국민의료보험법 제55조 제3항은 보험료 등의 독촉에도 불구하고 납부하지 않을 경우 '국세체납처분의 예에 의하여 이를 징수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규정이 구 국민의료보험법에 따라 징수금 납부의무가 있는 자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것이지, 민사상 약정에 따라 채무를 부담하는 자를 국세징수법상 납세보증인으로 간주하여 강제 징수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연체금의 성격: 구 국민의료보험법 제56조는 보험료 등의 납부의무자가 납부 기한까지 이를 납부하지 않을 경우 일정한 가산금(연체금)을 징수한다고 규정합니다. 법원은 이 연체금이 납부 기한이 경과한 날부터 미납 기간에 따라 별도의 부과 절차 없이 당연히 발생하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따라서 연체금 부과처분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이 부분 소는 각하되었습니다.
민사상 약정의 효력: 원고 A가 작성한 지불각서는 민사상 채무를 부담하는 약정으로 보았지만, 이 민사상 약정만으로 공공기관인 공단이 행정청으로서 강제징수할 수 있는 행정처분 권한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개인이 공공기관에 특정 채무에 대한 연대 책임을 약속하는 각서를 작성한 경우라도, 해당 공공기관이 사적인 약정에 기반하여 강제적인 행정처분(예: 부과처분, 압류)을 내릴 권한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이 사건처럼 법적 근거가 되는 시점이 구 법령 적용 시기인 경우, 구 법령에 해당 강제 처분을 위한 명확한 근거 규정이 없는 한, 사적인 약속만으로 공공기관이 행정적인 강제력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또한, 연체금은 보험료 미납 시 법령에 따라 자동으로 발생하는 지연 이자 성격이므로, 별도의 부과처분 없이 그 금액이 확정됩니다. 따라서 연체금 부과 자체는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확정된 민사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행정소송에서도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으므로, 관련 민사사건의 진행 상황과 결과는 주의 깊게 살펴야 합니다. 다만, 새로운 증거가 있거나 기존 증거의 오기가 밝혀진 경우라도, 그 사정만으로 확정된 민사판결의 사실인정을 뒤집기는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