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탈취기를 제조하는 중소기업인 원고는 '면접촉 와류세정 기술을 적용한 에어워셔 집진 탈취기'에 대해 중소벤처기업부장관으로부터 성능인증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원고는 인증받은 제품을 납품한 후 수요기관의 요청에 따라 제품의 풍량, 소비전력 등 규격을 임의로 변경했으며, 제품 생산 공장을 이전했음에도 변경된 공장에 대한 재심사를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은 원고의 성능인증을 취소하는 처분을 내렸습니다. 원고는 이 취소 처분이 행정절차상의 하자와 실체적 하자가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사전통지 절차 위반은 인정했지만 원고에게 충분한 의견 제출 기회가 주어졌으므로 절차적 정당성이 상실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제품 규격 임의 변경과 공장 이전 후 재심사 미신청은 성능인증 취소 사유에 해당하며, 재량권 남용도 아니라고 보아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취소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원고는 2019년 9월 4일 '면접촉 와류세정 기술을 적용한 에어워셔 집진 탈취기'(모델명 E)에 대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성능인증을 받았습니다. 인증 당시 E 탈취기의 규격은 풍량 200㎥/분, 소비전력 15kw로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이후 원고는 2020년 9월 25일 이천시 상하수도사업소에 해당 모델의 탈취기(이 사건 기계) 1대를 7억 5,700만 원에 납품했습니다. 그러나 납품 후 수요기관의 요청에 따라 이 사건 기계의 풍량을 200㎥/분에서 230㎥/분으로, 소비전력을 15kw에서 28kw로, 정압을 250mmAq에서 300mmAq로 임의로 변경했습니다. 또한, 원고는 성능인증 당시 심사를 받은 위탁 공장이 아닌 2020년 7월 1일 등록한 자신의 공장(원고 공장)에서 이 사건 기계를 생산했음에도, 공장 변경에 따른 성능인증서 재교부 신청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사실이 제보되자 중소기업유통센터는 2021년 4월 15일 현장 점검을 실시했고, 성능인증 기준 미달 및 공장 변경 후 미신고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은 이를 근거로 2021년 12월 14일 원고의 성능인증을 취소하는 처분을 내렸고, 이에 원고는 취소 처분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피고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이 성능인증 취소 처분을 내리는 과정에서 행정절차법상 사전통지 및 의견제출 기회 부여, 처분 이유 제시 의무를 제대로 준수했는지 여부
2. 성능인증 취소 처분의 근거가 된 법령 조항들이 헌법상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 또는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어 위헌 또는 위법한지 여부
3. 원고가 성능인증을 받은 제품의 규격을 임의로 변경하고, 제품 생산 공장을 이전했음에도 변경된 공장에 대한 재심사를 신청하지 않은 것이 법적으로 성능인증 취소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
4. 피고의 성능인증 취소 처분이 법이 부여한 재량권을 벗어나거나 남용한 위법이 있는지 여부
법원은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의 성능인증 취소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판결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행정절차법상 사전통지 절차 위반은 인정되지만, 원고에게 이의신청 및 소명 자료 제출 등 여러 차례 충분한 의견 제출 기회가 주어졌으므로 원고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지장이 초래되었다고 볼 수 없어 처분 절차의 정당성이 상실되지 않았다.
2. 성능인증 취소의 근거 법령(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 제17조 제1항 제2호 및 제15조 제8항, 시행세칙 제25조)은 헌법상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 및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지 않아 유효하다.
3. 성능인증을 받은 제품을 납품한 후 수요기관의 요청이라 할지라도 임의로 규격(풍량, 소비전력, 정압 등)을 변경하고, 공장을 이전했음에도 재심사를 받지 않은 것은 '성능인증 기준에 맞지 아니하게 된 경우'에 해당하므로 성능인증 취소 사유가 존재한다.
4. 중소기업 기술개발제품 우선구매 제도의 공익적 목적과 원고의 임의적인 규격 변경 및 공장 이전 후 미신고 등 행위의 경위에 비추어 성능인증 취소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지 않았다.
이 판결은 중소기업이 성능인증을 받은 제품에 대한 신뢰성을 유지하기 위해 제품의 규격 변경이나 생산 공장 변경 시에는 반드시 관련 법령에 명시된 절차를 따라야 함을 명확히 했습니다. 또한, 행정 절차상 일부 하자가 있더라도 당사자에게 충분한 소명 및 방어 기회가 주어졌다면 그 하자가 곧바로 행정 처분을 취소할 정도의 중대한 위법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습니다. 따라서 기업은 성능인증과 관련된 모든 변경 사항에 대해 규정에 따른 절차를 철저히 준수해야 하며, 행정기관의 절차 진행에 문제가 있더라도 주어진 기회를 통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사건에는 주로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판로지원법)'과 '행정절차법'이 적용되었습니다.
1. 판로지원법 제17조 제1항 (성능인증 취소):
이 법률은 중소기업 제품의 판로를 지원하기 위한 성능인증 제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17조 제1항은 성능인증을 받은 중소기업이 특정 사유에 해당하면 인증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합니다. 특히 제2호는 '성능인증 기준에 맞지 아니하게 된 경우'를 취소 사유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판결에서는 원고가 성능인증받은 탈취기의 규격(풍량, 소비전력 등)을 임의로 변경하고, 공장 이전 후 재심사를 받지 않은 행위가 이 '성능인증 기준에 맞지 아니하게 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성능인증 제도의 신뢰성을 유지하고, 기술적 우수성을 검증받은 제품만을 공공기관에 공급하도록 하려는 제도의 취지를 보호하기 위함입니다.
2. 판로지원법 제15조 제8항 및 관련 시행세칙 (성능인증 기준 및 절차):
판로지원법은 성능인증의 기준, 절차 등 세부 사항을 중소벤처기업부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제정된 시행세칙에서는 성능인증 제품의 규격 추가 신청 시 심사를 받도록 하고(제7조 제3항, 제21조의2), 공장을 이전하거나 추가할 경우 성능인증서 재교부 신청을 하도록(제21조 제1항 제2호)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규정들이 상위법의 위임을 벗어나지 않으며, 다양한 기술 발전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세부 사항을 고시로 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원고가 이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은 성능인증 기준을 위반한 것이 됩니다.
3. 행정절차법 제21조 (사전통지) 및 제22조 (의견청취):
행정절차법은 행정청이 당사자에게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할 때에는 미리 당사자에게 처분의 내용을 통지하고 의견제출 기회를 주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당사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고 행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함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가 원고에게 사전통지를 하지 않은 절차적 하자는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중소기업유통센터가 사후관리 과정에서 여러 차례 원고에게 소명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취소심의위원회 개최 통보 및 이의신청 기회를 부여하여 원고가 충분히 의견을 제시하고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사전통지 절차 위반이 있었더라도, 원고의 의견진술권이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지장이 초래되지 않았으므로 처분을 취소할 만한 중대한 위법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