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권
이 사건은 주식회사가 주주명부에 명의만 빌린 형식상 주주들을 기재해두고 그들에게 주주총회 소집을 통지하고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하여 이사 등 임원 선임과 증자를 결정한 주주총회 결의의 적법성 여부를 다룬 판례입니다. 회사의 대표이사가 실질주주 중 한 명인 원고의 참여 없이 형식주주들을 통해 주주총회 결의를 강행하자, 원고는 해당 결의가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결의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대법원은 회사가 주주명부상 주주가 형식주주임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했으며 이를 용이하게 증명할 수 있었음에도 의결권 행사를 용인했다면 그 의결권 행사는 위법하다고 판단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원고와 소외인은 피고 회사의 총 발행 주식 200,000주를 1976년과 1990년에 각각 50%씩 소유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세무상의 편의를 위해 주주명부에는 17인의 형식주주들이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1994년 3월 30일,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인 소외인은 원고의 참여 없이 형식주주들에게 주주총회 소집을 통지하고 그들 중 일부를 참여시키거나 의결권을 위임받아 이사 등 임원을 선임하고 증자를 결의했습니다. 이전에도 1991년에 소외인이 형식주주들을 통해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려 했으나, 원고가 50%의 실질주주임을 주장하며 가처분 신청을 하여 주주총회가 무산된 적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원고는 주주명부상의 효력만을 내세워 형식주주에게 의결권을 행사하게 한 이 사건 주주총회 결의가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주식회사가 주주명부에 기재된 형식상 주주들에게 주주총회 소집을 통지하고 의결권을 행사하게 한 경우, 그 결의가 법적으로 유효한지 여부가 핵심 쟁점입니다. 특히, 회사가 형식주주의 존재를 알았거나 쉽게 알 수 있었음에도 그들의 의결권 행사를 용인했는지에 대한 판단이 중요했습니다.
원심인 서울고등법원은 형식주주에게 소집통지를 하고 의결권을 행사하게 한 절차상 하자는 인정하면서도, 회사가 이들이 진정한 주주가 아님을 '용이하게 증명할 수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보아 주주총회 결의 취소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뒤집었습니다. 대법원은 원고와 소외인의 주식 50% 소유 합의 약정서, 원고의 주식명의개서청구 소송 승소 판결, 이전 주주총회 개최 시 형식주주 의결권 행사를 막기 위한 가처분 신청 사례, 그리고 형식주주들이 스스로 의결권을 주장한 적이 없다는 사실 등을 종합할 때, 피고 회사가 형식주주들의 실질주주가 아님을 '쉽게 증명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대법원은 원심판결에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했습니다.
대법원은 회사가 주주명부상 주주가 형식주주임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했으며, 이를 쉽게 증명할 수 있었음에도 의결권 행사를 허용했다면 그 결의는 위법하다고 명확히 하면서, 원심의 사실 판단 오류를 지적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환송했습니다.
본 판결은 주식회사의 주주총회 결의의 적법성과 주주명부의 효력에 대한 중요한 법리를 담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주식회사는 주주명부상의 주주에게 주주총회 소집을 통지하고 의결권을 행사하게 하면 그 행사는 적법하다고 보지만, 이는 '주주명부의 면책적 효력'으로 설명됩니다. 그러나 이 판결은 회사가 주주명부상의 주주가 단순히 명의만 빌린 '형식주주'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했으며, 나아가 '이를 용이하게 증명하여 의결권 행사를 거절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형식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용인했다면, 그 의결권 행사는 위법하게 된다는 예외 법리를 명확히 했습니다. 이는 주주총회 소집 절차 및 결의 방법이 법령 또는 정관을 위배한 경우 주주총회 결의 취소 사유가 된다는 상법상의 원칙과 연결됩니다.
주식회사는 주주명부의 기재에만 맹목적으로 의존해서는 안 되며, 특히 주주 간의 분쟁이 있거나 실질주주와 명의상 주주가 다르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면 주주총회 소집 및 결의 시 실질주주를 파악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만약 회사가 주주명부상 주주가 명의를 빌린 형식주주임을 알았거나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쉽게 알 수 있었는데도 그들의 의결권 행사를 용인하여 중요한 결의를 진행했다면, 해당 주주총회 결의는 위법하게 되어 취소될 수 있습니다. 과거 주주 간의 합의 내용, 소송 기록, 가처분 신청 내역 등은 회사가 형식주주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음을 증명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으므로, 관련 서류들을 철저히 보관하고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