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기
피고인 A와 B는 공모하여 한 집합건물의 관리규약 동의서에 구분소유자인 K, L, O의 이름 옆에 ‘代’라고 임의로 기재하여 동의서를 만들고, 이를 법원에 제출했습니다. 원심에서는 이 행위를 구분소유자의 대리인 자격을 모용하여 문서를 작성하고 행사한 것으로 보아 유죄를 선고했으나, 대법원은 ‘代’ 표시만으로는 대리인 자격을 모용한 문서로 단정하기 어렵고, 오히려 구분소유자 본인이 동의한 것으로 오인할 수 있으므로 자격모용사문서작성죄에 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판단하여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집합건물에서 관리인 선임이나 관리규약 제정 등 중요한 결정에 필요한 구분소유자들의 동의를 서면으로 받는 과정에서, 실제 동의를 받지 않거나 대리권을 부여받지 않은 사람이 임의로 서류를 작성하여 제출한 상황입니다. 이때 작성된 서류의 법적 효력과 작성자의 형사책임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정당한 대리권 없이 관리규약동의서에 구분소유자 이름 옆에 ‘代’라고만 기재하여 문서를 작성한 행위가 ‘대리인 자격을 모용하여 문서를 작성한 죄’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사문서를 위조한 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특히, ‘代’ 표시의 의미와 작성 명의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판단 기준이 주요 쟁점이 되었습니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 중 자격모용사문서작성 및 자격모용작성사문서행사 부분에 대해 법리 오해를 이유로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에 다시 돌려보냈습니다. 나머지 유죄 부분도 형법상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함께 파기되었습니다.
대법원은 ‘代’ 표시가 대리, 대표뿐만 아니라 대행의 의미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고, ‘代’ 뒤에 문서를 작성한 사람의 이름이 누락되어 있어 대리인 자격을 모용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오히려 이 문서는 구분소유자들이 관리인 선임 등에 서면 동의했다는 뜻으로, 법원이 그 명의인을 구분소유자들로 오신하기에 충분한 정도라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대리인 자격을 모용하여 작성된 문서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사문서위조죄에 해당할 여지가 있음에도 자격모용사문서작성죄를 인정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사문서위조죄’와 ‘자격모용사문서작성죄’의 구별이 핵심적인 법리였습니다. 사문서위조죄는 타인의 명의 자체를 모용하여 마치 명의자가 진정으로 작성한 것처럼 보이게 문서를 만드는 경우에 성립하며, 일반인이 명의자의 진정한 문서로 오인할 정도의 형식과 외관을 갖추어야 합니다. 반면, 자격모용사문서작성죄는 정당한 대리권이 없는 자가 마치 대리권이 있는 것처럼 가장하여 타인의 ‘자격’을 모용하여 문서를 작성하는 경우에 성립합니다. 이 사건의 경우, ‘代’라는 표시가 대리인 자격을 명확히 모용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오히려 구분소유자 본인이 동의한 것으로 오인될 수 있어 사문서위조죄에 더 가까울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또한, 형법 제37조(경합범)는 여러 개의 죄를 저지른 경우에 대한 형량 결정에 관한 규정입니다. 이 사건에서 원심이 자격모용사문서작성 및 행사를 포함한 여러 유죄 부분을 하나의 형으로 선고했기 때문에, 자격모용 부분에 대한 법리 오해가 인정되자 원심판결 전체를 파기하고 환송하게 된 근거가 되었습니다.
집합건물의 관리규약 동의서나 유사한 중요한 문서를 작성하거나 제출할 때는 다음 사항에 유의해야 합니다. 서명이나 날인이 필요한 서류는 반드시 명의자 본인이 직접 작성해야 하며, 불가피하게 대리인이 작성할 경우에는 대리권을 증명하는 서류(위임장 등)를 첨부하고 대리인의 성명과 서명을 명확히 기재해야 합니다. 단순히 ‘대리’를 뜻하는 불분명한 표시만으로는 법적 효력이 문제가 될 수 있으며, 허위로 문서를 작성하거나 행사하는 경우 사문서위조나 자격모용사문서작성 등의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문서의 작성 형식과 내용이 일반인이 오해할 여지가 없도록 정확하고 명확하게 작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