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채무
C 회사의 아파트 공사대금 문제 해결을 위해 G이 A에게 지불각서를 작성하고, H 회사의 실질사주인 B가 연대보증을 섰습니다. 담보로 약속어음과 출금전표, 통장이 교부되었으나, 통장 교부 시점에 이미 대부분의 돈이 인출된 상태였고, 이후 G이 잔여 기업금융보조금을 몰래 인출했습니다. A는 이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원심은 A가 통장을 받은 날을 불법행위를 안 날로 보아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A가 통장을 받은 당시 곧바로 사기 행위를 인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소멸시효 기산점에 대한 법리 오해를 이유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C 주식회사는 D 아파트 신축공사의 시공자였으나, F 주식회사의 가압류로 인해 공사 진행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습니다. 이에 C의 실질 경영자 G은 F의 대표 A에게 7억 원을 지급하고 가압류를 해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 합의에 따라 G은 지불각서를 작성하고, H 주식회사의 실질사주 B는 H 명의로 G의 채무를 연대보증했습니다. G은 7억 원 지급 담보로 액면금 2억 원과 5억 원의 약속어음 2장과 함께 기업금융보조금 7억 원을 인출할 수 있는 출금전표 2장 및 통장을 A에게 교부했습니다. 그러나 A가 통장을 받았을 때 이미 통장에 입금되었던 6억 600만 원 중 약 6억 300만 원이 출금된 상태였고, 이후 G은 통장을 분실했다고 신고하여 재발급받은 다음 2007년 1월 19일 기업금융보조금 1억 9,000만원을 A 몰래 인출했습니다. 이에 A는 B와 G의 기망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되었습니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3년) 시작 시점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 언제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법리 해석이 주요 쟁점입니다.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대법원은 원고 A가 H의 연대보증, 약속어음, 출금전표 및 이 사건 통장까지 교부받은 상황에서, 통장을 받은 시점에 곧바로 피고 B와 G의 기망행위와 그로 인한 손해 발생 사실을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인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원심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을 잘못 판단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보아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했습니다. 또한, 선택적으로 병합된 여러 청구 중 하나라도 상고가 이유 있으면 원심 판결 전체를 파기해야 한다는 법리에 따라 원심 판결 전부를 파기했습니다.
본 사건에서 적용된 주요 법령은 민법 제766조 제1항입니다. 이 조항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란 단순히 손해가 발생했음을 추측하는 것이 아니라, 손해의 발생,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가해행위와 손해 발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등 불법행위의 모든 요건 사실을 피해자가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인식했을 때를 의미합니다. 법원은 개별 사건의 여러 객관적 사정을 참작하여 손해배상 청구가 사실상 가능해진 상황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연대보증과 약속어음 등 다른 담보를 확보하고 있었으므로, 이 사건 통장을 교부받았을 때 곧바로 피고와 G의 기망행위로 인한 손해 발생 사실을 인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계약 체결 시 담보물이나 지급 수단(예: 은행 통장)을 받을 경우, 해당 자산의 상태와 실제 잔액을 반드시 즉시 확인해야 합니다. 특정 계좌에서 돈을 인출할 수 있는 권한을 얻었다면, 해당 계좌의 잔액이 정확한지 확인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채무불이행이나 사기 피해가 의심될 경우, 손해와 가해자를 인식한 시점을 명확히 파악하고 민법에서 정한 소멸시효 기간(3년) 내에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다만, 본 판결에서처럼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의 기준은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실 관계와 법원의 판단 기준을 면밀히 살펴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합의 내용과 실제 이행 상황을 꼼꼼히 대조하고, 이상 징후가 보이면 즉시 문제를 제기하여 손해 발생 시점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