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금 · 행정
한국오라클이 국내 사업장이 없는 외국법인인 미국 오라클과의 계약에 따라 국내 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대가를 미국 오라클에 지급할 금액에서 차감하는 방식으로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국세청이 이러한 거래에 대해 영세율 적용을 인정하는 예규와 통칙을 시행하고 장기간 과세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여, 대법원은 과세관청의 기존 비과세 관행을 신뢰한 납세자에게 소급하여 과세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을 취소한 원심의 결론을 지지한 사건입니다. 과세관청의 오랜 기간 유지된 행정 관행은 납세자의 정당한 신뢰를 형성하며, 새로운 해석이나 관행으로 소급하여 과세할 수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하였습니다.
한국오라클은 1996년 하반기부터 2001년 상반기까지 국내 사업장이 없는 미국 오라클과의 계약에 따라 국내의 머크 주식회사에 오라클 프로그램 설치 등의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서비스 대가는 한국오라클이 미국 오라클에게 지급해야 할 금액에서 차감, 정산하는 방식 즉 상계 방식으로 받았습니다. 국세청은 1983년부터 여러 예규와 부가가치세법 기본통칙을 통해 '국내 사업장이 없는 외국법인 등에게 용역을 제공하고 그 대가를 해당 외국법인에게 지급할 금액에서 차감하여 받는 경우 영세율이 적용된다'는 내용을 시행해왔습니다. 한국오라클은 이러한 국세청의 지침과 관행에 따라 1989년 11월경부터 이 사건 부과처분에 이르기까지 유사한 거래에 대해 영세율을 적용하여 세무신고를 해왔고, 국세청은 이에 대해 영세율 적용을 거부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삼성세무서장이 과거의 거래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부과하자, 한국오라클은 이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국내 사업장이 없는 외국법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대가를 해당 외국법인에게 지급할 금액과 상계하는 방식으로 받았을 때, 과세관청이 장기간 영세율 적용을 인정해온 행정 관행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것이 국세기본법상의 신의성실의 원칙 및 소급과세금지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입니다.
대법원은 삼성세무서장의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피고(삼성세무서장)가 부담하도록 판결하였습니다. 이는 한국오라클에 대한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이 위법하다는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인정한 것입니다.
대법원은 국세청이 오랜 기간에 걸쳐 유사한 거래에 대해 영세율 적용을 인정하는 예규와 기본통칙을 시행하고 원고에게도 지속적으로 과세하지 않아 왔으므로, 이러한 행정 관행은 납세자들이 신뢰할 만한 비과세 관행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새로운 해석으로 소급하여 과세하는 것은 국세기본법 제18조 제3항의 소급과세금지 원칙에 반하여 위법하다고 보아, 피고의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이 취소되어야 한다는 원심의 결론을 유지했습니다. 이는 과세관청의 장기간에 걸친 비과세 관행이 납세자의 정당한 신뢰를 보호해야 한다는 법리를 명확히 한 판결입니다.
이 사건은 국세기본법의 중요한 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소급과세금지 원칙을 다루고 있습니다.
1. 국세기본법 제15조 (신의성실의 원칙): 이 조항은 납세자와 세무공무원 모두가 세금과 관련된 의무를 이행하거나 직무를 수행할 때 신의에 따라 성실하게 해야 한다는 일반적인 원칙을 규정합니다. 과세관청은 납세자의 정당한 신뢰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이 사건에서는 국세청이 과거에 보여준 일관된 행정 관행이 납세자에게 형성된 신뢰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는 점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2. 국세기본법 제18조 제3항 (세법 해석 또는 국세행정 관행에 의한 행위 또는 계산의 정당성, 소급과세 금지): 이 조항은 세법의 해석이나 국세행정의 관행이 일반적으로 납세자에게 받아들여진 경우에는 그 해석이나 관행에 따른 행위나 계산을 정당한 것으로 보며, 새로운 해석이나 관행에 의해 소급하여 과세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납세자가 과세관청의 공적인 견해나 오랫동안 유지된 실제 관행을 신뢰하여 세무 처리를 한 경우, 나중에 과세관청의 입장이 변경되더라도 그 변경된 입장으로 과거의 거래에 대해 세금을 소급하여 부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중요한 원칙입니다.
이 판결에서는 '비과세의 관행'이 성립하기 위한 요건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3.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제26조 제1항 (영세율 적용대상): 이 조항은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 중 외화를 획득하는 거래에 대해 부가가치세 영세율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영세율이 적용되면 부가가치세 부담이 없어지므로 수출 촉진 등의 효과를 가져옵니다. 과거 부가가치세법 시행령에는 대금 지급 방법을 '외국환은행에서 원화로 받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었으나, 국세청의 예규 및 기본통칙은 '외국법인 등에 대한 채무와 상계하는 방식'으로 대금을 지급받는 경우에도 영세율을 적용한다는 입장을 보여왔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과세관청의 해석과 관행을 신뢰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영세율 적용을 인정한 것입니다.
납세자들은 거래 방식과 관련된 세법 해석이나 과세 관행이 오랫동안 일관되게 유지되어 왔는지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국제 거래와 같이 세법 적용이 복잡할 수 있는 경우, 과세관청의 과거 예규, 통칙, 그리고 실제 과세 사례들을 확인하여 자신의 거래가 이러한 관행에 부합하는지 판단해야 합니다. 과세관청의 비과세 관행이 확립되었다고 인정되려면 단순히 장기간 과세하지 않았다는 객관적 사실뿐만 아니라, 과세관청 스스로 과세할 수 있음을 알면서도 특별한 사정으로 과세하지 않으려는 의사가 외부로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표시되고, 불특정 다수의 납세자가 이를 신뢰하는 것이 무리가 아니라고 인정될 정도에 이르러야 합니다. 새로운 세법 해석이나 관행이 도입되더라도, 기존의 확립된 관행을 신뢰한 납세자에게 소급하여 불이익한 과세를 할 수 없다는 원칙을 기억해야 합니다. 따라서 기존의 세무 처리 방식이 과세 관행에 따라 정당하게 이루어졌다면, 이를 입증할 수 있는 관련 자료와 증빙을 잘 보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