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결핵약을 복용하던 환자가 약 부작용으로 인해 시력을 크게 잃게 되자, 약을 처방한 보건소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원심은 의료진이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보았으나, 대법원은 중대한 부작용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환송했습니다.
원고는 1999년 2월 24일 부여군 보건소에서 폐결핵 판정을 받고 결핵약 4종을 처방받아 복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약 중 하나인 '에탐부톨'은 시력 감퇴 부작용이 드물게 발생할 수 있으며, 발생 시 즉시 복용을 중단해야 한다는 사실이 의료계에 널리 알려져 있었습니다. 원고는 약 복용 중 1999년 6월 26일경부터 시야가 흐리다는 증상을 느껴 안과에서 시신경염 진단을 받았고, 보건소에 알린 후 에탐부톨 투여가 중지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시력은 회복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2000년 5월 10일에는 '독성 시신경병증' 진단과 함께 '우안 0.05, 좌안 0.05, 시각장애 3급 1호' 판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에 원고는 보건소 의료진이 약품 부작용에 대한 설명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손해가 발생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원심은 원고가 '이상증세가 있을 경우 상담하라'는 고지를 들었음에도 불성실하게 진료에 임했으며 보건소 의료진의 주의의무는 다했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습니다.
보건소 의료진이 결핵약 '에탐부톨' 복용에 따른 중대한 부작용인 시력 저하에 대해 환자에게 구체적인 증상과 대처 방안을 설명할 의료상 주의의무를 다했는지 여부입니다. 또한 의료진이 단순히 '이상증세가 있을 경우 상담, 검진'하라고 고지한 것만으로 충분한 설명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낸다 (환송한다).
대법원은 약품 투여에 따른 중대한 부작용 발생 가능성 및 대처 방안에 대해 환자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할 의무가 의료행위의 본질적인 부분이며, 단순한 '이상 증세 시 상담' 고지는 불충분하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의료진이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아 발생한 시력장애에 대한 인과관계를 다시 심리하도록 원심법원에 돌려보냈습니다.
이 판결은 의사 등 의료종사자에게 요구되는 '의료상의 주의의무'와 '진료상의 설명의무'에 대한 중요한 법리를 제시합니다.
1. 의사의 주의의무: 사람의 생명,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의사는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는 수술뿐만 아니라 치료를 위한 약품 투여 시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의료수준은 의료행위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알려지고 시인되는 '의학 상식'을 기준으로 판단되며, 진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되어야 합니다.
2. 진료상의 설명의무: 시각 이상과 같이 복용 과정에 전형적으로 나타나며 중대한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약품을 투여할 경우, 의사는 그러한 부작용의 발생 가능성 및 발생 시 증상 악화를 막거나 원상으로 회복시키는 데 필요한 조치사항에 대해 환자에게 '고지'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는 약품 투여에 따른 치료상의 위험을 예방하고 치료의 성공을 보장하기 위해 환자에게 안전을 위한 행동 지침의 준수를 고지하는 것으로, '진료행위의 본질적 구성부분'에 해당합니다.
설명의 내용과 정도는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높지 않더라도 일단 발생하면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환자 스스로 판단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환자의 교육 정도, 연령, 심신 상태 등 개별 사정에 맞춰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설명, 지도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결핵약 '에탐부톨'의 '급격한 시력감퇴' 부작용이 의료계에 널리 알려져 있고 보건소의 의료지침상으로도 유의해야 할 항목으로 명문화되어 있었으며, 그 부작용의 내용 및 발생 빈도에 비추어 경미하거나 희소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의료진은 환자에게 이 부작용의 구체적인 증상과 대처 방안을 설명할 의료상의 주의의무가 있었으며, 막연히 "이상 증세가 있으면 보건소에 나와 상담, 검진하라"고 고지하거나 약품 설명서에 일반적인 주의사항이 기재되어 있다는 것만으로는 필요한 설명을 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환자가 시력이 저하된 시점에서 보건소가 아닌 일반 안과에 진료를 받으러 간 사실이 바로 이러한 주의사항 설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반증한다고 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부작용이 우려되는 약품 투약 과정에서 요구되는 의료상의 주의의무에 관한 법리를 원심이 오해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약을 처방받을 때, 특히 장기간 복용하거나 중대한 부작용이 예상되는 약이라면, 의사나 약사에게 다음과 같은 점들을 구체적으로 문의하고 설명을 요구해야 합니다.
약 복용 중 조금이라도 이상 증상을 느끼면 지체 없이 의료기관에 연락하여 어떤 약을 복용 중인지 상세히 알리고, 구체적인 상담과 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의료기관은 환자에게 약품을 처방할 때 단순하고 막연한 주의사항 고지를 넘어, 발생 가능한 중대한 부작용의 구체적인 내용과 즉각적인 대처 방안을 환자의 이해 수준에 맞춰 상세히 설명해야 합니다. 특히 시력 저하와 같이 영구적인 장애를 초래할 수 있는 부작용은 더욱 철저한 설명이 필수적입니다.
환자 스스로도 복용 중인 약의 약품 설명서나 관련 정보를 찾아보고 부작용에 대해 미리 인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