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항로 변경을 위한 사업자 선정 신청 반려 사건

이 사건은 주식회사 A가 해양수산부의 현대화 자금 지원을 받아 건조한 여객선을 기존 항로에 운항하던 중, 새로운 항로의 내항정기여객운송사업자 선정 공모에 참여하여 해당 선박을 투입하려 했으나, 포항지방해양수산청장으로부터 신청 반려 처분을 받은 사건입니다. A사는 이 반려 처분이 절차적, 실체적으로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취소를 구했으나, 법원은 반려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여 A사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주식회사 A: 내항정기여객운송사업자 선정 신청을 했으나 반려된 회사입니다.
• 포항지방해양수산청장: 주식회사 A의 신청을 반려한 행정기관입니다.
• B 주식회사: 피고 측 보조 참가인으로, 이 사건 사업자 선정과 이해관계가 있는 회사입니다.
• H (이 사건 선주): 파나마 국적의 특수목적법인으로, 사건 선박의 소유자입니다.
• 해양수산부장관 및 현대화펀드선박투자회사, 한국산업은행 등 금융기관: 내항여객선 현대화 계획을 수립하고, 선박 건조에 필요한 대규모 자금을 지원한 주체들입니다.
• 서귀포시: 주식회사 A의 기존 항로 운항을 신뢰하여 약 32억 원을 들여 여객 접안 시설을 확충한 지방자치단체입니다.
• K군민들: 기존 항로의 운항 중단으로 불편을 겪었으며, 새로운 사업자의 조속한 선정과 선박 투입을 바랐던 지역 주민들입니다.

분쟁 상황

주식회사 A는 2018년 해양수산부의 내항여객선 현대화 계획에 따라 조성된 펀드와 한국산업은행 등의 대출 지원을 받아 선박 D를 건조했습니다. 이 선박은 2020년 7월부터 기존 항로(E-F 구간, G)에서 내항정기여객운송사업 면허를 받아 운항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A사는 2021년 1월 4일 포항지방해양수산청장이 공고한 새로운 C 항로(이 사건 항로)의 사업자 선정에 참여하기 위해, 기존에 운항하던 D 선박을 이 사건 항로에 투입할 것을 전제로 사업자 선정 제안서를 제출했습니다. 해당 선박의 소유권은 파나마 국적 법인 H에 있었고, A사는 소유권취득 조건부 나용선 계약을 통해 선박을 용선하고 있었으며, 계약상 항로 변경을 위해서는 선주, 대리인, 후순위 대출기관의 사전 서면 동의가 필요했습니다. 포항지방해양수산청장은 A사가 신청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등의 이유로 2021년 1월 27일 A사의 신청을 반려했습니다. 이에 A사는 반려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피고의 반려 처분이 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반려 처분이 행정절차법상 사전통지 및 의견제출 기회를 주지 않아 절차적으로 위법한지 여부입니다. 셋째, 반려 처분의 사유가 정당한지, 그리고 피고가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하여 위법한 처분을 내렸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주식회사 A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즉, 포항지방해양수산청장의 반려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주식회사 A의 신청 반려 처분이 행정소송의 대상은 되지만, 절차상 또는 실체상의 위법이 없다고 판단하여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특히, 현대화 자금 지원의 취지에 맞지 않게 단기간 운항 후 항로를 변경하려 한 점, 용선계약상 필요한 사전 동의를 받지 못한 점, 그리고 공모 요건인 '1년 이내 선박 투입 가능' 여부가 불분명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행정청의 재량권 행사에는 위법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 판결에는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1. 해운법 제37조의2: 이 조항은 해양수산부장관이 내항여객선 현대화를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가 됩니다. 사건 선박은 이 계획에 따라 자금 지원을 받아 건조되었습니다.
2. 해운법 제4조 제1항, 제2항, 제3항: 해상여객운송사업을 하려는 자는 해양수산부장관의 면허를 받아야 하며, 면허 시 사업자 공모를 할 수 있고, 면허를 받으려는 자는 사업계획서를 첨부한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이는 피고가 사업자 선정 절차를 진행하고 면허를 부여하는 법적 근거가 됩니다.
3. 해운법 시행규칙 제2조 제1항, 제3조 제1항, 제2항: 면허 신청에 필요한 서류와 사업자 공모 시 항로, 시기 등 필요한 사항을 공고해야 하며, 선박의 선령 및 재무건전성 등을 평가하여 사업자를 선정해야 함을 명시합니다. 피고가 이 사건 공고를 내고 사업자를 선정한 기준이 됩니다.
4. 해운법 제10조: 면허받은 항로에 투입된 선박은 1년 이상 운항해야 한다고 규정하며, 이는 여객과 화물의 원활하고 안전한 운송을 도모하려는 해운법의 취지를 반영합니다. 원고가 단기간 운항 후 항로를 변경하려 한 것이 이 법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5. 행정절차법 제21조 제1항, 제22조 제3항: 행정청이 당사자에게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할 때 사전통지와 의견제출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그러나 법원은 수익적 행위 신청에 대한 거부 처분은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으로 볼 수 없으므로, 이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6. 대법원 판례 (예: 2007두1316 판결)​: 거부 처분이 항고소송의 대상인 행정처분에 해당하려면, 신청한 행위가 공권력 행사 또는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이어야 하고, 거부 행위가 신청인의 법률관계에 변동을 일으키며, 신청인에게 그 행위 발동을 요구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있어야 한다고 판시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의 신청 반려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된다고 보았습니다.
7. 대법원 판례 (예: 2013두13440 판결)​: 해상여객운송사업 면허는 재량행위이며, 행정청의 면허 기준 설정 및 충족 여부 판단 역시 재량에 속한다고 판시합니다. 행정청의 심사가 객관적으로 합리적이거나 타당성을 잃지 않는다면 그 의사를 존중해야 하며,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보기 어렵다는 법리가 이 사건 재량권 행사의 적법성 판단에 적용되었습니다.

참고 사항

비슷한 상황에 처할 수 있는 분들을 위해 몇 가지 참고할 만한 사항을 알려드립니다.

1. 공공 자금 지원 사업의 목적 준수: 정부나 공공기관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아 사업을 진행할 경우, 지원의 원래 목적과 계획에 명시된 내용을 철저히 준수해야 합니다. 초기 계획과 다르게 사업 내용을 변경하려면 사전에 지원 기관의 동의와 승인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금 지원 취지에 어긋난다고 판단되어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2. 계약상 의무 확인 및 이행: 선박 용선 계약과 같이 중요한 계약에서 항로 변경 등 핵심적인 사항에 대한 변경은 계약서에 명시된 절차를 반드시 따라야 합니다. 특히 사전 서면 동의와 같은 조건이 있다면, 이를 미리 확보해야 합니다.
3. 사업자 공모 요건의 철저한 확인: 행정기관이 제시하는 사업자 공모 요건, 특히 '선박을 1년 이내 항로에 투입할 수 있는 사업자'와 같은 자격 요건은 단순한 평가 항목이 아니라 신청의 기본적인 자격에 해당합니다. 이 요건을 명확히 충족하지 못하면 신청 자체가 반려될 수 있으므로, 공모 전 요건 충족 여부를 면밀히 확인해야 합니다.
4. 행정청의 재량권 존중: 해상여객운송사업 면허와 같이 국민의 편의 및 공공 복리와 밀접하게 관련된 사업자 선정은 행정청의 재량에 속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행정청의 심사 과정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라면 그 의사는 존중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불확실한 사업계획이나 조건을 제시하는 것은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5. 거부 처분과 행정절차: 행정기관의 '거부 처분'은 일반적으로 당사자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으로 보지 않아, 행정절차법상 사전통지나 의견제출 기회 부여 의무가 적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거부 처분에 대한 절차적 하자를 주장할 때는 이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