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원고들은 동해구중형트롤 어선의 공동 소유자로, 어선 선미에 어획물을 끌어올리는 용도로 사용될 수 있는 탈·부착식 핸드레일을 설치했습니다. 이는 「어업의 허가 및 신고 등에 관한 규칙」에서 금지하는 '어획물을 끌어올리기 위한 경사로 또는 유사 시설' 설치에 해당하여 경주시장으로부터 어업정지 20일에 갈음하는 과징금 720만 원을 부과받았습니다. 원고들은 처분 사유의 불명확성, 처분 사유의 부존재, 재량권 일탈·남용, 평등원칙 위반 등을 주장하며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를 요구했으나, 법원은 원고들의 주장을 모두 기각하고 피고 경주시장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동해안에서는 1950년대 후반부터 새우트롤 어업이 시작되었고, 초기에는 현측식 목선으로 조업했습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오징어 어획량이 급증하면서 일부 현측식 트롤어선들이 선미에 경사로를 설치해 선미식으로 개조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오징어채낚기 어선과 공조하여 오징어를 대량으로 포획함으로써 동해안 오징어채낚기 어업인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조업 분쟁을 야기했습니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2001년 7월 30일 '연근해어업의 어업조정' 고시를 제정하여, 어선의 선미에 어획물 인양용 경사로나 유사한 시설을 설치하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다만, 고시 시행 이전에 이미 선미식으로 개조되었거나 개조 중이던 14척의 선박에 대해서는 예외를 두는 경과규정을 두었습니다. 이후 이 규정은 2010년 '어업의 허가 및 신고에 관한 규칙'으로 입법화되었으나, 어민들은 규제를 피하기 위해 선미 부분에 조립식, 착탈식 난간이나 핸드레일 형태의 시설을 설치하여 선미 투·양망을 시도했습니다. 해양수산부는 이러한 시도 역시 규정 위반으로 보고 지속적으로 단속해 왔으며, 이 사건은 원고들이 자신의 어선 선미에 탈·부착식 핸드레일을 설치하여 조업하다가 적발되어 과징금 처분을 받으면서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과징금 부과 처분 사유가 명확하게 특정되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원고들이 설치한 탈·부착식 핸드레일이 법에서 금지하는 '어획물을 끌어올리기 위한 경사로 또는 이와 유사한 시설'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피고 경주시장의 과징금 부과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인지 여부입니다. 넷째, 관련 규정이 평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과징금 720만 원의 부과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했습니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 처분 사유가 '탈·부착식 핸드레일 설치'로 명확하게 특정되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어업 규정의 입법 취지가 선미식 조업을 실효적으로 규제하여 오징어 남획 및 어업 분쟁을 해결하기 위함이므로, 이 핸드레일은 경사로와 유사한 시설에 해당하여 처분 사유가 존재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재량권 일탈·남용 주장에 대해서는 관련 행정처분 기준에 부합하고, 어선 관리가 수산자원 보호 및 어업계의 이해관계 조정을 위한 적합한 수단이며, 원고들이 시정 통보를 무시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처분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평등원칙 위반 주장에 대해서는, 동해구트롤어업의 특수성과 어족자원 보호 및 어민 생존권 보장이라는 공익 목적, 2001년 이전 선박에 대한 경과규정의 신뢰 보호 필요성 등을 들어 규정이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구 수산업법 제43조 제1항 및 제91조: 구 수산업법 제43조 제1항은 어업 허가의 제한 및 조건을 규정하며, 위반 시 행정처분의 근거가 됩니다. 제91조는 어업의 허가 등이 취소되거나 어업의 정지 처분을 받을 경우, 이에 갈음하여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 조항입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들은 어업정지 20일에 갈음하여 과징금 720만 원을 부과받았습니다.
구 「어업의 허가 및 신고 등에 관한 규칙」 제13조, [별표 8] '어업허가의 제한 및 조건' 제1호 나.목 (이 사건 규정): 이 규정은 동해구중형트롤 어업의 허가 조건 중 하나로, '어선의 선미 측에 어획물을 끌어올리기 위한 경사로(slip way)를 설치하거나 이와 유사한 시설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선미식 조업을 통해 오징어를 남획하고 다른 어업인들과 분쟁을 일으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되었습니다. 법원은 원고들이 설치한 탈·부착식 핸드레일이 이러한 선미 조업을 가능하게 하는 '유사한 시설'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수산관계법령 위반행위에 대한 행정처분의 기준과 절차에 관한 규칙」 제2조, 제4조 및 [별표]: 이 규칙은 수산 관계 법령 위반 행위에 대한 행정처분(어업정지, 과징금 등)의 구체적인 기준과 절차를 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어업허가 제한 위반(1차 위반)에 대해 '어업정지 20일' 처분 기준이 적용되었으며, 피고의 과징금 부과는 이 기준에 부합했습니다. 이러한 행정처분 기준은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으로 대외적 구속력은 없지만,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존중되어야 합니다.
재량권 일탈·남용의 원칙: 행정청이 법령에 따라 재량권을 행사할 때, 그 재량권의 범위를 넘어서거나(일탈) 재량권을 부당하게 행사하여(남용) 위법한 처분을 하는 것을 금지하는 원칙입니다. 법원은 처분 사유인 위반 행위의 내용과 정도, 공익상의 필요, 개인이 입는 불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를 판단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수산자원 보호 및 어업 분쟁 해결이라는 공익 목적, 원고들의 시정 통보 불이행 등을 고려할 때 과징금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평등원칙: 헌법상 기본원칙 중 하나로,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공평하게 차별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들은 동해구중형트롤 어선에만 선미식 개조를 금지하고 2001년 7월 30일 이전 개조 선박에 예외를 둔 것이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동해안의 특수한 조업 상황, 어족자원 보호와 어민 생존권 보장이라는 정책적 판단, 그리고 기존 개조 선박에 대한 신뢰 보호 필요성 등을 들어 해당 규정이 합리적 근거 없는 차별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관련 기본권에 중대한 제한을 초래하지 않는 경우 완화된 심사척도인 '자의금지원칙'에 따라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를 심사하였습니다.
어업 관련 규정은 단순한 문구 해석을 넘어 규제가 도입된 배경과 목적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사건처럼 어선 개조에 대한 규제는 특정 어종의 남획 방지, 어업인 간의 조업 분쟁 해결, 수산자원 보호 등 복합적인 공익 목적을 가집니다. 따라서 어선에 시설을 설치하거나 변경할 때는 '선미 경사로 또는 유사 시설'과 같이 폭넓게 해석될 수 있는 규정에 대해 해양수산부나 관련 어업 관리기관에 미리 문의하여 규정 위반 소지가 없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탈·부착식 시설이나 은폐가 가능한 시설이라도 그 기능이 금지된 조업 방식과 연관된다면 규제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행정기관의 시정 통보를 받은 경우, 이를 무시하고 계속 위반 행위를 하다 적발되면 가중된 처분을 받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지침에 따라 시정 조치를 이행해야 합니다. 총허용어획량(TAC) 준수와 같은 다른 자원 관리 제도를 따르고 있다고 하더라도, 어선 구조 변경에 대한 규제는 목적이 다르므로 별개로 준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