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채무
건물 소유주들이 실제로는 전세금을 돌려줄 의무가 없는 상황에서 임차인 명의로 전세권 설정 등기를 해주고, 임차인이 이 전세권을 담보로 돈을 빌린 후 근저당권을 설정했습니다. 나중에 임차인에게 돈을 빌려준 근저당권자는 전세권이 만료되자 건물 소유주들에게 전세금 반환 채권을 근거로 돈을 요구했습니다. 건물 소유주들은 이미 전세금이 없거나 다른 채권으로 상계되었다고 주장하며 전세금을 돌려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근저당권자가 이러한 사실을 몰랐던 '선의의 제3자'이므로 건물 소유주들은 근저당권자에게 담보로 잡힌 채권액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원고 A는 D와 임대차 계약을 맺고, 임대차보증금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 보증금 반환 채권의 대부분은 이미 G와 H에게 양도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고들은 D 명의로 전세권 설정 등기를 해주고, D는 이 전세권을 담보로 피고 E로부터 5,000만 원을 빌렸습니다. 이 5,000만 원은 부동산에 설정되어 있던 다른 근저당권을 말소하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나중에 D와 원고 A는 전세보증금이 없는 것으로 합의(상계)했으나, 전세권이 만료되자 피고 E는 물상대위권을 행사하여 원고들에게 전세금 반환을 요구했고, 원고들은 이미 전세금이 없다고 주장하며 대립하게 되었습니다.
실제 전세금이 존재하지 않거나 다른 채권에 의해 소멸된 상황에서 설정된 전세권에 대해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람이, 이 사실을 모르고 담보를 제공받은 경우, 근저당권자가 건물 소유주들에게 전세금 반환 채권을 주장하며 돈을 요구할 수 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입니다.
항소심 법원은 건물 소유주들(A, B, C)이 공동으로 근저당권자(E)에게 67,884,931원과 이에 대한 2021년 9월 7일부터 2021년 10월 27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설령 전세권 설정 계약 자체가 실제 전세금이 없어 무효이더라도, 이를 모른 채 전세권을 담보로 돈을 빌려준 '선의의 제3자'인 근저당권자에게는 그 무효를 주장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전세권 존속기간이 만료되면 전세권에 대한 직접적인 저당권 실행은 어렵지만, 전세금 반환 채권에 대해 '물상대위권'을 행사하여 추심 명령 등을 통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건물 소유주들이 주장한 채권 양도나 상계 합의는 근저당권 설정 이전에 이미 임대차보증금 채권이 없었거나, 전세권저당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는 채권이므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민법 제108조 제2항 통정허위표시의 무효는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는 법리와 '민법 제370조, 제342조 물상대위'의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통정허위표시란 당사자들이 서로 짜고 진의가 아닌 의사표시를 하는 것을 말합니다. 원고들과 D는 실제 전세금을 돌려줄 의사가 없으면서도 전세권 설정 등기를 했으므로 이는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여 원칙적으로 무효입니다. 그러나 근저당권자 E는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전세권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었기 때문에, '선의의 제3자'로서 보호받게 되어 원고들은 E에게 전세권 설정 등기의 무효를 주장할 수 없게 됩니다. 또한 '물상대위'는 저당권의 목적물인 전세권이 전세금 반환 채권으로 변하는 경우, 저당권자가 그 전세금 반환 채권에 대해 저당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전세권 존속기간이 만료되면 용익물권으로서의 전세권은 소멸하지만, 그에 갈음하여 발생하는 전세금 반환 채권에 대해 E는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민법 제315조'는 전세금은 전세권설정자의 전세권자에 대한 손해배상채권 외 다른 채권까지 담보하지 않으므로, 전세권설정자가 다른 채권을 가지고 있더라도 물상대위권을 행사한 전세권저당권자에게는 상계 등으로 대항할 수 없다는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부동산 거래 시 등기부등본상의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고, 특히 근저당권이나 전세권 등 담보 물권이 설정된 경우 그 실제 채무 관계와 전세금의 존재 여부를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세권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경우, 전세권이 형식적으로만 존재하는 것인지, 실제 전세금이 온전히 보존되어 있는지 사전에 확인해야 합니다. 임대차보증금 반환 채권이 이미 다른 사람에게 양도되었거나,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다른 채무 관계로 인해 전세금이 상계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 이 사실이 근저당권자에게 고지되지 않았다면 추후 분쟁의 소지가 매우 큽니다. 권리 관계에 변동이 생길 수 있는 합의(예: 상계 합의)를 할 때는 이해관계자들에게 그 사실을 명확히 알리고, 법적인 효력을 따져봐야 합니다. 특히 선의의 제3자가 나타날 경우 본인들의 합의 내용이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