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 의료
85세 고령의 N 할머니가 심한 허리 통증으로 P병원을 찾아 척추체성형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전 심부정맥혈전증이 확인되었음에도 의료진은 수술을 강행했고, N 할머니는 수술 후 폐색전증을 겪었으나 치료 후 퇴원했습니다. 퇴원 후 다른 부위 골절로 다시 병원에 내원했다가 귀가한 뒤 약 5개월 후 자택에서 사망했습니다. N 할머니의 자녀들은 P병원 의료진의 시술상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시술상 과실은 인정하지 않고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자기결정권 침해에 대한 위자료를 인정하여 피고들이 공동으로 원고들에게 총 3,499,999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N 할머니(85세)는 2014년 3월 19일 극심한 허리 통증과 보행 불가능 상태로 P병원에 입원했습니다. MRI 검사 결과 제12흉추체 및 제2, 3요추체에 급성 압박골절이 확인되었고, 의료진은 척추체성형술을 결정했습니다. 수술 전 하지 혈관 초음파 검사에서 N 할머니에게 하지 심부정맥혈전증이 있음이 확인되었으나, 의료진은 선행 약물치료 없이 3월 21일 수술을 진행했습니다. 수술 당일 밤 N 할머니는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폐색전증이 의심되어 Q병원으로 전원 조치되었습니다. Q병원에서 폐렴 및 폐색전증 진단과 치료를 받은 후 4월 26일 퇴원했습니다. 이후 6월 28일 다른 부위 골절로 다시 P병원에 내원했으나 귀가했고, 8월 20일 자택에서 사망했습니다. 이에 N 할머니의 자녀들은 P병원을 상대로 의료과실 및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 병원 의료진의 시술상 과실, 즉 심부정맥혈전증 선행치료 미실시, 염증 수치 판단 오류, 3부위 동시 수술, 수술 후 폐색전증 증상에 대한 미흡한 조치, 사망 전 내원 시 추후 경과 진단 미실시 등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또한 의료진이 환자 및 보호자에게 수술의 위험성 및 대안적 치료방법에 대한 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여부와 의료진의 과실 또는 설명의무 위반이 N 할머니의 사망과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 최종적으로 손해배상 및 위자료의 범위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제1심 판결을 변경하여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시술상 과실 불인정: 의료진이 심부정맥혈전증에 대한 선행 약물치료 없이 수술을 진행한 것, 혈액검사 결과가 좋지 않음에도 수술을 한 것, 3부위 압박골절을 한꺼번에 수술한 것, 수술 후 폐색전증 증상에 대한 조치가 미흡했다는 원고의 주장은 합리적인 재량 범위 내의 진료행위로 보아 의료진의 시술상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설명의무 위반 인정: 의료진이 수술 당일 N 할머니에게 심부정맥혈전증이 있음을 확인했음에도, 선행 약물치료와 수술 중 어떤 것을 선택할지, 각 치료법의 장단점 및 위험성(폐색전증 발병 가능성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여 환자 측의 자기결정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하지 않은 점을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정했습니다.
사망과의 인과관계 불인정: 설명의무 위반이 N 할머니의 사망이라는 결과와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N 할머니는 폐색전증 치료 후 호전되어 퇴원했고, 약 4개월 후 별개의 골절을 입고 사망했기 때문입니다.
손해배상 범위: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자기결정권 침해에 대한 정신적 고통(위자료)만을 인정하여 피고들은 공동으로 다음과 같은 금액을 지급하라고 결정했습니다.
소송비용: 소송 총비용 중 90%는 원고가, 10%는 피고들이 각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의료진의 시술상 과실은 인정하지 않았으나, 환자에게 중요한 의료정보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설명의무 위반이 있었음을 인정하여 그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대해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이는 환자 동의의 중요성과 의료진의 설명의무가 단순히 수술 동의서를 받는 것을 넘어 환자에게 충분한 정보와 선택의 기회를 제공해야 함을 강조하는 판결입니다. 다만, 설명의무 위반이 환자의 사망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지는 않아 사망으로 인한 재산적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이번 판결에서 주로 적용된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의료인의 진료상 주의의무 (과실 유무 판단 기준): 의사는 환자의 상황, 당시의 의료 수준, 자신의 전문적 지식과 경험에 따라 적절한 진료방법을 선택할 수 있으며, 이는 합리적 재량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한 과실로 볼 수 없다는 원칙이 적용됩니다. 본 사건에서는 심부정맥혈전증 치료를 선행하지 않고 수술을 한 의료진의 판단이 환자의 고령, 통증, 거동 곤란 상태 등을 고려할 때 합리적 재량 범위 내에 있었다고 보아 시술상 과실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의료인의 설명의무: 환자는 자신의 생명과 신체의 기능을 어떻게 유지할지 스스로 결정하고 의료행위를 선택할 권리(자기결정권)를 가집니다. 따라서 의료진은 수술과 같이 신체를 침해하는 의료행위 전에 환자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 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등에 관하여 당시 의료 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설명하여 환자가 충분히 비교해 보고 의료행위를 받을지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만약 이 설명의무를 소홀히 하여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없게 했다면 그 자체로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설명의무 위반의 입증 책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료진 측에 설명의무를 이행했음을 증명할 책임이 있다는 원칙이 적용됩니다. 이는 손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손해배상 제도의 이상과 법 체계의 통일적 해석을 위한 것입니다. 피고 병원 측이 수술 동의서 외에 심부정맥혈전증 확인 후 높아진 폐색전증 발생 가능성 및 치료 대안에 대해 추가로 구두 설명을 했다는 주장을 입증하지 못하여 설명의무 위반이 인정되었습니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 법정 지연이율에 관한 규정입니다. 이 법에 따라 피고들이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시점(판결 선고일)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이율이 적용되며, 그 다음날부터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5%의 높은 이율이 적용됩니다. 본 사건에서는 2014년 8월 20일부터 2020년 7월 15일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지연손해금이 적용되었습니다.
의료기관에서 진료나 수술을 앞두고 있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