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산업용 계측기기 제조 및 판매 회사인 주식회사 A는 한국수력원자력 주식회사와 원자력발전소용 물품 구매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주식회사 A는 하수급업체로부터 외함을 공급받으면서 변조된 시험성적서를 제출했는데, 이 시험성적서는 하수급업체의 직원이 사무 편의를 위해 임의로 변경한 것이었습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감사 결과 시험성적서의 변조 사실을 확인하고 주식회사 A에게 6개월간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에 주식회사 A는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주식회사 A가 직접 변조에 관여하지 않았고 물품 자체에는 하자가 없으며, 변조 부분이 물품의 성능과 무관하다는 점 등을 들어 입찰참가자격 제한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주식회사 A는 2005년 6월 27일 한국수력원자력과 B 원자력발전소 제1, 2호기에 사용될 'C' 물품 구매 계약을 15억 78만 5천 원(부가가치세 포함)에 체결했습니다. 원고는 2007년 11월경 하수급업체 D로부터 외함을 공급받았는데, 이때 D는 E가 발행한 강판 시험성적서를 원고에게 전달했습니다. 2007년 12월 20일경 원고는 피고에게 외함을 납품하면서 이 시험성적서를 함께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2015년 1월경 한국수력원자력의 감사 결과, 제출된 시험성적서의 내용이 원본과 일치하지 않으며, 'Supplier/주문자'와 'Customer/고객사'란이 삭제된 변조된 문서임이 확인되었습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를 근거로 2015년 3월 6일 원고가 '입찰 또는 계약에 관한 서류를 위조·변조·부정행사하거나 허위서류를 제출한 자'에 해당한다며 6개월간(2015년 3월 12일부터 2015년 9월 11일까지)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에 원고는 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가 '시장형 공기업'으로 지정된 이후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이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원고가 하수급업체에 의해 변조된 시험성적서를 제출한 행위가 '경쟁의 공정한 집행 또는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염려가 있거나 기타 입찰에 참가시키는 것이 부적합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 피고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으로 위법한지 여부.
법원은 피고 한국수력원자력 주식회사가 2015년 3월 6일 원고 주식회사 A에 대하여 내린 6개월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한국수력원자력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이 처분 사유가 존재하지 않아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원고가 제출한 시험성적서는 하수급업체의 직원이 변조한 것이고, 원고는 변조 사실을 알지 못했으며, 변조된 내용은 물품의 성능이나 규격과 관련이 없고, 실제로 물품에 하자가 발생하지도 않았다는 점 등이 고려되었습니다. 또한, 시험성적서 변조는 단순히 사무 편의를 위한 것이었으며, 원고가 시험성적서 자체의 위변조 여부까지 확인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도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가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염려가 있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공공기관의 구분 및 입찰참가자격 제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 제5조 및 제6조는 공공기관을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 공공기관으로 구분합니다. '시장형 공기업'으로 지정되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와 마찬가지로 계약상대방 선택의 자유에 제한을 받아 일반경쟁 원칙에 따라야 합니다. 공공기관운영법 제39조 제2항은 공기업·준정부기관이 공정한 경쟁이나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는 처분 당시 시장형 공기업이었으므로, 그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은 행정처분으로 인정되었습니다. 공기업 계약사무규칙의 적용: 「공기업·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공기업계약사무규칙)은 공기업의 계약 기준과 절차, 입찰참가자격 제한 등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합니다. 특히 이 사건에서는 2011년 8월 23일 개정된 규칙의 부칙 제4조(개정규정은 시행 후 최초로 입찰참가자격 제한사유에 해당하는 부정당업자부터 적용)가 중요하게 다뤄졌습니다. 원고의 시험성적서 제출 행위는 개정 규칙 시행일 이전인 2007년에 발생했으므로, 개정 규칙 제15조 제6항, 제7항(입찰참가자격 제한 사실의 지정정보처리장치 게재 및 연동 제한)은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법령의 소급적용은 법치주의 원리에 반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정되지 않는다는 법률적 원칙에 따른 것입니다. 행정처분 적법성 판단 기준: 행정처분의 적법성은 원칙적으로 처분 시의 법령과 사실을 기준으로 판단하지만, 제재적 행정처분의 경우 위법 행위 시점의 법령과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합니다. 또한, 피고의 계약규정 제26조는 '경쟁의 공정한 집행 또는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염려가 있거나 기타 입찰에 참가시키는 것이 부적합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입찰참가자격 제한 요건으로 하고 있는데, 법원은 이 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엄격하게 해석하여 원고에게 처분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하수급업체의 변조 행위, 원고의 고의성 여부, 물품 하자의 부존재, 변조 부분의 중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습니다. 행정소송에서의 입증 책임: 행정처분의 적법성에 대한 입증 책임은 처분청에 있다는 법리가 적용되어, 피고가 원고에게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 사유가 있음을 증명해야 했습니다.
하청업체 관리의 중요성: 계약 이행 과정에서 하청업체가 제출하는 서류에 대해 원청업체도 일정 부분 관리 감독의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하청업체가 제출하는 중요한 문서, 특히 품질 관련 서류의 진위 여부를 신중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서류 확인의 한계와 책임: 모든 서류의 위변조 여부를 완벽하게 확인하기는 어려울 수 있으나, 주요 계약 조건이나 물품의 핵심적인 성능 관련 서류는 더욱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때, 단순한 사무 편의 목적의 변조라도 결과적으로는 법적 분쟁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합니다. 공공기관의 지위 변화와 법 적용: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상 공공기관의 분류(기타 공공기관, 시장형 공기업 등)가 변경될 경우, 계약 관련 법규 및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 기준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경 사항을 주시하고, 관련 법령의 소급 적용 여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행정처분 사유의 구체적 판단: 입찰참가자격 제한과 같은 제재적 행정처분의 경우, 위반 행위의 동기, 경위, 경중, 그로 인한 피해 여부, 그리고 제재 대상 업체가 위반 행위를 방지하거나 사후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취한 조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장래에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것으로 판단되는지 여부가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단순히 서류가 변조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무조건적인 제재를 받는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증거 확보의 중요성: 유사한 상황 발생 시, 실제 위반 행위의 주체, 고의성 여부, 물품의 실제 품질 상태, 변조 내용이 계약의 핵심적 사항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 대표이사의 검찰 무혐의 처분이나 E측의 원본 데이터 일치 회신 등이 중요한 증거로 작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