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 기타 형사사건 · 의료
이 사건은 한방병원에서 한의사들이 양방의사의 면허 범위에 속하는 혈액검사, 소변검사, 경피적전기신경자극치료, 도수치료 등을 지시 및 처방하고, 양방의사들은 실제 진료 없이 협진처치내역서에 형식적으로 서명하여 허위 진료기록부를 작성함으로써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비를 편취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입니다. 항소심 법원은 원심 판결 중 일부 피고인들에게 구법 적용 누락, 법령 적용 누락 등 절차적 하자가 있음을 직권으로 파기하였습니다. 한의사들이 시행한 혈액검사, 소변검사 및 물리치료사에게 지시한 양방 물리치료는 한의사의 면허 범위를 벗어난 무면허 의료행위로 판단하였고, 양방의사들의 허위 진료기록부 작성 및 사기 공모 사실 또한 인정했습니다. 다만, 피고인 E의 양형 부당 주장을 받아들여 형량을 조정하고, 피고인 A의 항소는 기각하여 원심 형량을 유지했습니다.
G한방병원의 한의사 피고인 A, B, C는 병원에 고용된 양방의사 피고인 D, E이 출근하지 않는 토요일에도 환자들에게 양방의 면허 범위에 속하는 혈액검사, 소변검사, 경피적전기신경자극치료, 도수치료 등을 지시하고 처방했습니다. 고용된 양방의사 피고인 D, E는 실제 환자들을 대면 진료하지 않았음에도 원무과 직원들이 가져오는 협진처치내역서 등에 형식적으로 서명하여 허위 진료기록부를 작성하는 데 가담했습니다. 이러한 허위 진료기록부를 근거로 G한방병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를 청구하여 편취했습니다. 이에 검찰은 피고인들을 의료법 위반(무면허 의료행위, 진료기록부 거짓 작성) 및 사기 혐의로 기소했으며, 피고인들은 각자의 항소 이유에서 법리오해, 사실오인, 양형부당을 주장하며 항소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한의사가 혈액검사, 소변검사를 지시하거나 물리치료사에게 경피적전기신경자극치료, 도수치료를 지시하는 행위가 한의사의 면허 범위 내 의료행위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둘째, 양방의사들이 실제 진료 없이 진료기록부에 서명하여 허위 기록을 작성하고 요양급여 편취에 공모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셋째, 토요일에 입원한 환자에 대해 양방의사 진료가 없었음에도 입원 기간 전체 요양급여비가 편취 금액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넷째, 원심에서 선고된 각 피고인에 대한 형량이 적정한지 여부였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원심 판결 중 피고인 B, C, D, E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피고인 A의 항소는 기각하였습니다.
각 피고인에 대한 최종 선고는 다음과 같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의학과 한의학의 이원적 의료체계의 입법 목적을 강조하며, 한의사의 혈액검사, 소변검사 지시 및 물리치료사에게 양방 물리치료를 지시하는 행위가 면허 범위를 벗어난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최종 판단했습니다. 또한, 양방의사들이 실제 진료 없이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한 행위와 이를 통한 요양급여 편취에 대한 공모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법원은 원심의 구법 적용 누락 및 법령 적용 누락 등의 절차적 하자를 이유로 일부 피고인들의 판결을 직권 파기하고 다시 판결했습니다. 피고인 E의 양형 부당 주장은 받아들여져 원심보다 감경된 벌금형이 선고되었으나, 피고인 A의 항소는 기각되어 원심의 징역형 집행유예가 유지되었습니다. 이 판결은 의료인 각자의 면허 범위와 진료기록부 작성의 중요성을 재차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의료법 제2조(의료인의 정의와 임무), 제5조(의료인의 면허), 제27조 제1항(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 제87조 제1항(무면허 의료행위 처벌): 우리나라 의료 체계는 의사와 한의사를 구분하는 '이원적 의료체계'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의사는 의학, 한의사는 한의학 분야에서 각자 면허받은 범위 내에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으며, 이를 어기고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무면허 의료행위로 보아 형사처벌을 받게 됩니다. 법원은 한의사들이 서양의학에 기초한 혈액검사, 소변검사, 경피적전기신경자극치료, 도수치료 등을 지시하거나 물리치료사에게 시행하게 한 것이 한의사의 면허 범위를 벗어난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의료법 제22조 제3항(진료기록부 등의 기록 및 보존), 제88조 제1호(진료기록부 거짓 작성 처벌): 의료인은 환자의 주된 증상, 진단 및 치료 내용 등을 진료기록부에 상세히 기록하고 서명해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이는 의료행위의 정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환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입니다. 이 사건에서 양방의사들이 실제 진료 없이 협진처치내역서에 형식적으로 서명하거나 직원들이 피고인 명의로 허위 기록을 작성하게 한 행위는 '진료기록부 거짓 작성'에 해당하여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되었습니다.
형법 제347조 제1항(사기), 제30조(공동정범): 사기죄는 사람을 속여서 재산상의 이익을 얻는 행위를 처벌합니다. 본 사건에서는 허위 진료기록부를 근거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를 청구하여 이를 편취한 행위가 사기죄로 인정되었습니다. 법원은 비록 일부 진료가 실제 이루어졌더라도, 전반적인 기망 행위가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는 정도라면 편취한 요양급여비 전체에 대해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보았습니다. 공동정범은 2인 이상이 공동으로 범죄를 실행하는 경우 모두에게 책임을 지우는 법리입니다. 피고인들이 직접 요양급여를 청구하지 않았더라도, 병원 원장 및 직원과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요양급여 편취에 가담한 점이 공모로 인정되었습니다.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이 법은 임상병리사, 물리치료사 등 의료기사의 면허와 업무 범위를 규정합니다. 의료기사는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하에 진료 또는 의학적 검사에 종사해야 하며, 한의사의 지도하에는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도 한의사의 물리치료사 지도 권한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따라서 한의사가 물리치료사에게 양방 물리치료를 지시하는 행위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23조 제1항(판결의 이유), 제334조 제1항(벌금·과료에 대한 가납명령), 제364조(원심판결의 파기): 형사소송법은 판결의 이유에 범죄사실, 증거의 요지, 법령의 적용을 명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원심에서 법령의 적용을 누락하거나 구법 적용을 잘못한 경우, 또는 벌금형에 대한 가납명령 기재를 누락한 경우와 같은 절차적 하자가 있다면, 항소심 법원은 이를 직권으로 파기하고 다시 판결할 수 있습니다.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하실 수 있습니다.
의료인 면허 범위 준수: 의사 면허와 한의사 면허는 각각의 학문적 원리와 교육과정에 따라 엄격히 구분됩니다.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여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자신의 면허 범위 내에서 진료해야 합니다.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은 한의학의 이론이나 원리의 응용 또는 적용을 위한 경우에 한정됩니다. 서양의학적 진단에 기반한 혈액검사나 소변검사 등은 한의사의 면허 범위를 벗어날 수 있으며, 보건복지부 유권해석도 진료나 치료 목적이 아닌 단순 경과 확인 목적으로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물리치료사 지도 권한의 한계: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물리치료사는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하에 업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한의사는 물리치료사를 지도할 권한이 없으므로, 한의사가 물리치료사에게 경피적전기신경자극치료나 도수치료와 같은 양방 물리치료를 지시하는 것은 무면허 의료행위로 간주됩니다.
진료기록부 작성의 정확성: 진료기록부는 환자의 건강 상태와 치료 과정을 기록하는 중요한 법적 문서입니다. 실제 진료가 없었음에도 형식적으로 서명하거나 허위 내용을 기재하는 행위는 의료법 위반에 해당하며, 이를 통해 요양급여를 청구하면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진료기록은 의료인의 책임 하에 정확하고 성실하게 작성되어야 합니다.
요양급여 청구의 적법성: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를 청구할 때는 실제 이루어진 진료 내역에 기반해야 합니다. 허위 진료기록부나 불법 의료행위를 근거로 요양급여를 청구하는 것은 사기죄에 해당하며, 편취한 금액 전체에 대해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공모에 의한 책임: 범죄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사람들과 암묵적으로라도 범죄를 계획하고 실행에 가담한 경우 공동정범으로서 형사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병원 운영이나 진료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