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원고 A 주식회사는 나주시에 폐기물처리시설 설치를 위한 도시관리계획 결정(변경)을 제안했지만, 나주시장이 이를 거부했습니다. 이 거부처분 이전에 피고 나주시장은 유사한 이유로 거부처분을 했다가 소송에서 패소하여 그 처분이 취소된 바 있습니다. 원고는 이번 거부처분이 이전 판결의 기속력에 위배되거나 재량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무효확인 또는 취소를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4가지 거부 사유 중 3가지는 이전 판결의 기속력에 위배되지만, '진입도로 확보 계획 미비'라는 새로운 사유는 기속력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이 새로운 사유가 정당하고, 피고의 이익형량에 하자가 없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원고 A 주식회사는 2010년부터 나주시에 폐기물 중간처리업 사업계획서를 제출했습니다. 여러 차례 부적정통보와 조건부 적정통보를 거쳐 사업을 추진하려 했고, 2013년 2월에는 계획관리지역인 신청지에 폐기물소각장 조성을 위해 도시관리계획시설 주민제안서를 제출했습니다. 이후 나주시장은 2014년 12월 10일 폐기물처리시설 입안 추진 불가 통지(종전 처분)를 했는데,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했고 2018년 2월 1일 대법원 상고 기각으로 원고 승소 판결(종전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이 판결로 나주시장의 종전 처분은 취소되었습니다.
종전 판결 확정 후 원고는 2018년 4월 다시 도시관리계획 입안 절차를 요청했고, 피고는 여러 차례 진입도로 확보 및 환경성 조사 등 보완을 요구했습니다. 특히 2018년 7월에는 진입로 일부 토지 소유자가 토지사용승낙을 철회하면서 진입로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부각되었습니다. 나주시는 2018년 12월 6일 다시 조건부 적정통보를 하면서 '관계 법률에 적합한 사업장 진입로 확보'를 조건으로 제시했고, 2018년 12월 18일 나주시의회는 폐기물처리시설 설치 반대 결의안을 의결했습니다.
결국 나주시 도시계획위원회는 2019년 1월 30일 이 사건 제안을 부결했고, 나주시장은 2019년 2월 25일 원고에게 '도시관리계획(폐기물처리시설) 결정(변경) 거부처분'(이 사건 처분)을 통지했습니다. 원고는 이 처분 역시 이전 판결의 기속력에 반하고 재량권 남용이라고 주장하며 무효확인 또는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나주시의 도시관리계획 결정(변경) 거부처분이 이전에 확정된 법원 판결의 구속력(기속력)에 위배되는지 여부와, 만약 기속력에 위배되지 않는 사유가 있다면 그 사유가 행정계획 결정 시 이익형량의 원칙을 지켰는지, 즉 재량권 일탈이나 남용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입니다.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나주시장이 제시한 4가지 거부 사유 중 폐기물처리시설의 필요성 부족, 지역갈등 유발 가능성 등 3가지 사유는 이미 이전 확정판결에서 위법하다고 판단된 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어 기속력에 반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진입도로 확보 계획 미비'라는 사유는 이전 처분 당시 명시되지 않았던 새로운 사유로 인정되어 기속력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서 법원은 현장검증 결과, 교통량 예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현재의 진입도로가 폐기물 운반 대형차량 통행에 부적합하고 안전성 확보 및 원활한 시설 운영이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원고가 제시한 대체 진입로 확보 방안도 불투명하다고 판단하여, '진입도로 확보 계획 미비'라는 거부 사유가 정당하고 나주시장의 이익형량에 재량권 일탈·남용의 하자가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결과적으로 원고의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행정소송법 제30조 제2항 (재처분 의무와 기속력): 이 조항은 행정청의 거부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이 확정되었을 때, 해당 행정청이 판결의 취지에 따라 다시 처분해야 할 의무(재처분 의무)가 있음을 규정합니다. 이때 행정청은 이전 처분 후에 발생한 새로운 사유를 내세워 다시 거부처분을 할 수 있으며, 이 역시 재처분에 해당합니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사유'인지 여부인데, 이는 이전 판결에서 위법하다고 판단된 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없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나주시가 제시한 4가지 거부 사유 중 3가지(폐기물처리시설의 필요성 부족, 지역갈등 유발 가능성 등)는 이전 판결의 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여 기속력에 반하지만, '진입도로 확보 계획 미비'는 새로운 사유로 보아 기속력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6조 (도시관리계획 입안 제안): 이 법률은 주민이 도시관리계획의 입안을 제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도시관리계획은 도시의 토지 이용, 개발 및 보전을 위한 계획을 의미하며, 폐기물처리시설과 같은 기반시설의 설치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행정청은 이러한 주민 제안을 받아들여 도시관리계획을 결정할 것인지에 대해 광범위한 재량권을 가집니다.
행정계획 결정의 재량권과 형량의 하자 법리: 행정주체(나주시장)는 도시관리계획을 입안하고 결정함에 있어 광범위한 형성의 자유(재량권)를 가집니다. 그러나 이 재량권은 무제한이 아니며, 공익과 사익은 물론 공익 상호 간, 사익 상호 간의 이익을 정당하게 비교하고 고려해야 합니다. 이를 '이익형량'이라고 합니다. 만약 행정청이 이익형량을 전혀 하지 않거나, 고려해야 할 사항을 누락하거나, 정당성과 객관성이 결여된 형량을 했다면 '형량의 하자'가 발생하여 그 행정계획 결정은 위법하게 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진입도로 확보 계획 미비'라는 사유에 대해 나주시장이 이익형량을 제대로 했고,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주장을 기각했습니다.
농어촌정비법 제23조 및 하천법 제33조 (농업생산기반시설 및 하천 점용 허가): 이 법률들은 농업생산기반시설(농로, 구거 등)이나 하천을 본래의 목적 외로 사용하거나 점용할 경우 관련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진입로 계획 중 농로와 구거가 포함되어 있어, 원고가 주장하는 대체 진입로 개설을 위해서는 이러한 법률에 따른 사용 허가가 필요하며, 법원은 이러한 허가가 불투명하다고 판단의 근거로 삼았습니다. 이는 행정청이 사업 계획의 타당성을 심사할 때 관련 법규 준수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유사한 사업을 추진하려는 경우, 행정청의 처분에 대한 소송에서 승소했더라도 행정청은 새로운 사유를 들어 다시 거부처분을 할 수 있으므로 이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새로운 사유'인지 여부는 이전 판결에서 위법하다고 판단된 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있는지로 판단됩니다. 따라서 사업 계획을 보완하거나 변경할 때는 이전 판결에서 다뤄지지 않은 부분이 명확히 개선되거나, 이전 판결의 논지를 충분히 반영하여 새로운 거부 사유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합니다.
특히 도시계획 시설과 같이 공공의 이익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업은 진입로 확보, 환경 문제, 지역 주민과의 갈등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으므로, 사업 추진 초기부터 이러한 문제들을 면밀히 검토하고 해결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합니다.
행정청의 보완 요구에 대해서는 단순히 요청을 제출하는 것을 넘어, 실질적으로 문제가 해결되었음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충분히 제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도로, 하천 등 기반시설과 관련된 변경 사항은 해당 법령에 따른 인허가 가능성까지 사전에 충분히 검토해야 합니다.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오랜 기간과 많은 비용이 소요될 수 있으나, 이러한 사정만으로 행정청의 거부처분이 위법하다고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공익과 사익의 형량은 법원에서 매우 신중하게 판단하므로, 사익 침해 주장은 구체적인 근거와 함께 제시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