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진 회사의 부동산 처분 취소와 돈 돌려받기 판결

신용보증기금은 주식회사 C에 대한 구상금 채권을 가지고 있었는데 C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매매한 행위를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인 사해행위로 보고 그 취소를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C가 재산이 없는 상태에서 부동산을 처분한 행위가 신용보증기금을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근저당권 설정 계약과 매매 계약을 취소하고 피고 B에게 일부 가액배상을 명령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신용보증기금 (채무자 주식회사 C의 대출을 보증하고 대위변제 후 구상금 채권을 가진 기관)
• 피고 A: 주식회사 C로부터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받은 자
• 피고 B: 주식회사 C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하고 기존 근저당권을 양수받은 자 (이후 선순위 근저당권도 변제하여 말소함)
• 주식회사 C (채무자): D은행에서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으로 대출을 받고 대출금 연체 후 부동산을 처분한 회사
• D은행: 주식회사 C에게 대출을 해준 은행
• H조합: 주식회사 C의 부동산에 선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했던 금융기관

분쟁 상황

주식회사 C는 2018년 D은행에서 3억 원을 대출받기 위해 신용보증기금과 보증 약정을 체결했습니다. 이후 주식회사 C의 재정 상태가 악화되면서 2021년 9월 1일 대출금 원리금 연체로 신용보증사고가 발생했고, 신용보증기금은 2021년 12월 17일 D은행에 1억 7,850만 원을 대신 갚았습니다. 이에 신용보증기금은 주식회사 C에 대해 1억 8,191만 9,937원의 구상금 채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주식회사 C는 이미 2021년 5월 12일 피고 A와 1억 원을 빌리기로 하고 부동산에 채권최고액 1억 3,000만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으며, 이어서 2021년 10월 13일 피고 B에게 해당 부동산을 매매대금 2억 5,000만 원에 매도했습니다. 피고 B은 매매 과정에서 피고 A의 채권을 양수받고, 선순위 근저당권자인 H조합에 대한 주식회사 C의 대출금 1억 5,031만 3,684원을 변제했습니다.

당시 주식회사 C는 이 부동산 외에는 별다른 재산이 없었고, D은행을 비롯한 여러 기관에 약 5억 1,400만 원 상당의 채무를 지고 있는 채무초과 상태였습니다. 이에 신용보증기금은 주식회사 C의 이러한 부동산 처분 행위들이 자신의 채권을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피고 A와의 근저당권설정계약과 피고 B과의 매매계약의 취소 및 원상회복을 청구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신용보증사고 발생 전 이루어진 채무자의 근저당권 설정 및 매매 계약이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이 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2. 채무초과 상태에서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을 처분한 경우, 채무자의 ‘사해의사’와 수익자 및 전득자의 ‘악의’가 추정되는지 여부입니다.
3. 사해행위로 인정될 경우, 취소 범위 및 원상회복 방법으로 부동산 자체의 반환이 아닌 ‘가액배상’이 인정되는지, 그리고 기존 선순위 담보채무를 공제한 나머지 가액의 한도 내에서 취소 및 가액배상이 가능한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1. 피고 A와 주식회사 C 사이에 체결된 별지 목록 기재 각 부동산에 대한 2021년 5월 12일자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취소했습니다.
2. 피고 B과 주식회사 C 사이에 체결된 별지 목록 기재 각 부동산에 대한 2021년 10월 13일자 매매계약을 99,686,316원의 한도 내에서 취소했습니다.
3. 피고 B은 원고 신용보증기금에게 99,686,316원 및 이에 대하여 이 판결 확정일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명령했습니다.
4. 원고의 피고 B에 대한 나머지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5. 소송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채무초과 상태의 주식회사 C가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매매한 행위를 신용보증기금의 구상금 채권을 해하는 사해행위로 보아 해당 계약들을 취소하고, 피고 B에게 선순위 채무를 제외한 범위 내에서 가액배상을 명령함으로써 채권자의 권리를 보호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에서는 주로 민법상 '채권자취소권'(민법 제406조)과 관련된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1. 채권자취소권의 피보전채권 (민법 제406조 제1항)​:

   • 채권자취소권은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자신의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사해행위)를 했을 때 채권자가 그 행위를 취소하고 재산을 원상회복시킬 수 있는 권리입니다.
   • 원칙적으로 채권자의 채권은 사해행위가 있기 전에 발생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판결에서는 사해행위 당시 채권이 직접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채권 성립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이 사건에서는 신용보증약정)가 이미 있었고, 가까운 장래에 채권이 발생할 고도의 개연성이 있으며 실제로 채권이 발생한 경우에도 채권자취소권의 ‘피보전채권’이 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2. 사해행위 및 사해의사 (민법 제406조 제1항)​:

   • 채무자가 이미 빚이 재산보다 많은 '채무초과 상태'에 있을 때,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을 채권자 중 한 명에게 담보로 제공하거나(근저당권 설정) 매각하여 현금화하거나 무상으로 이전하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채권자들을 해하는 ‘사해행위’로 간주됩니다.
   • 이러한 사해행위가 인정되면 채무자에게 다른 채권자들을 해하려는 의도, 즉 ‘사해의사’가 있었다고 추정됩니다. 또한 그 재산을 취득한 사람(수익자)이나 다시 취득한 사람(전득자)도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악의)고 추정됩니다. 이들은 자신이 선의였다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해야 합니다.

3. 원상회복 및 가액배상 (민법 제407조)​:

   • 사해행위가 취소되면 그 효과는 ‘원상회복’으로 나타납니다. 부동산에 대한 사해행위의 경우, 원칙적으로 해당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하여 부동산 자체를 채무자에게 다시 회복시켜야 합니다.
   • 그러나 이 사건과 같이 사해행위 당시 이미 다른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었고, 그 후 저당권설정등기가 말소된 경우, 부동산 가액에서 기존 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을 공제한 잔액의 범위 내에서만 사해행위가 성립한다고 봅니다. 따라서 부동산 자체의 회복을 명하는 것은 공평에 반할 수 있으므로, 그 잔액 한도 내에서 사해행위를 취소하고 ‘가액배상’을 구할 수 있습니다. 가액 산정은 재판의 변론이 종결될 시점을 기준으로 합니다.
   • 이 사건에서 피고 B이 선순위 근저당권 채무를 변제하여 해당 등기가 말소되었으므로, 법원은 부동산 가액(2억 5,000만 원)에서 선순위 근저당권의 실제 피담보채무액(1억 5,031만 3,684원)을 공제한 9,968만 6,316원 한도 내에서 매매계약을 취소하고 피고 B에게 가액배상을 명령했습니다.

참고 사항

채무자의 재산 처분 행위가 채권자를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면 채권자는 그 행위를 취소하고 재산의 원상회복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1. 채무초과 상태 확인: 자신의 재산보다 빚이 더 많은 '채무초과' 상태에서 채무자가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을 처분(매매, 증여, 담보 제공 등)했다면,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해행위로 추정될 수 있습니다.
2. 사해행위의 시간적 범위: 채무자의 재산 처분 당시 채권이 아직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그 채권이 성립될 기초 법률관계(예: 보증 계약)가 이미 있었고, 가까운 장래에 채권이 발생할 개연성이 높았다면, 해당 채권도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이 되는 ‘피보전채권’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3. 수익자/전득자의 악의 추정: 채무자의 사해행위가 인정되면, 그 재산을 취득한 사람(수익자)이나 다시 취득한 사람(전득자)은 채무자의 행위가 채권자를 해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악의)고 추정됩니다. 이들은 자신이 선의였음을 직접 입증해야 합니다.
4. 원상회복 방법: 사해행위가 취소되면 원칙적으로 재산 자체를 돌려받아야 하지만, 이미 다른 담보권이 설정되어 있거나 변제된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부동산 가액에서 선순위 채무를 공제한 금액만큼 ‘가액배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5. 연대보증인의 자력은 고려 대상 아님: 주채무자의 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때 연대보증인의 재산 상태는 고려되지 않습니다. 오직 주채무자 자신의 재산 상태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