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권/채무 · 행정
주식회사 A는 재활요양병원 신축 자금으로 I에게 총 44억 원을 대출해 주었습니다. 이후 I는 다른 채권자들인 B, C, D, E, F, G로부터 11억 원을 차용하면서, 자신의 토지와 건물에 이들 채권자들 앞으로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습니다. 이에 주식회사 A는 I의 근저당권 설정 행위가 채권자를 해치는 사해행위라며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한편, 신용보증기금은 I에 대한 다른 채권을 근거로 이미 피고들을 상대로 동일한 내용의 사해행위취소 소송(선행소송)을 제기한 상태였습니다. 이후 신용보증기금은 주식회사 A의 대출금 채무를 대신 갚고 주식회사 A의 소송에 승계참가했지만, 법원은 신용보증기금의 승계참가 소송이 이미 진행 중이던 선행소송과 당사자 및 소송물이 동일하여 민사소송법상 중복제소 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 신용보증기금의 소를 각하했습니다.
주식회사 A는 I에게 재활요양병원 신축 자금으로 2014년과 2015년에 걸쳐 총 44억 원을 대출했습니다. 그런데 I는 2016년 5월 16일 B를 비롯한 다른 채권자들에게 총 11억 원을 차용하면서, 다음 날인 5월 17일에 자신의 토지와 건물에 이들 채권자를 위한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습니다. 주식회사 A는 이러한 근저당권 설정 행위가 I의 재산 감소를 초래하여 채권자인 자신에게 손해를 입히는 사해행위라고 보고, 이 계약의 취소와 등기 말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한편, 신용보증기금은 이미 2017년 5월 12일 I에 대한 사전구상금 채권을 근거로 피고들을 상대로 동일한 내용의 사해행위취소 소송을 먼저 제기한 상태였습니다. 이후 신용보증기금은 주식회사 A의 대출금 채무를 대신 변제하고 2019년 2월 21일 주식회사 A의 소송에 승계참가를 신청하여, 이 두 소송이 중복되는지에 대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채무자가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한 행위에 대해 채권자취소 소송을 제기했는데, 이미 다른 채권자가 동일한 내용의 사해행위취소 소송을 제기한 상태에서 기존 채권자의 소송에 승계참가한 경우, 이 행위가 민사소송법상의 중복제소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원고 승계참가인인 신용보증기금이 피고들을 상대로 제기한 소를 모두 각하했습니다. 이는 신용보증기금의 소송이 이미 진행 중이던 선행소송과 중복된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법원은 신용보증기금의 승계참가 소송이 기존에 신용보증기금 자신이 제기한 선행소송과 소송 당사자와 소송물이 동일하여 민사소송법 제259조가 금지하는 중복제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신용보증기금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각하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중복제소 금지의 원칙'과 '채권자취소 소송의 소송물 동일성'에 대한 중요한 법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1. 민사소송법 제259조 (중복된 소제기 금지)
이 조항은 같은 당사자 사이에서 같은 소송물을 가지고 이미 법원에 소송이 진행 중일 경우, 다시 동일한 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금지하는 원칙입니다. 이는 소송 절차의 불필요한 중복을 막고, 당사자가 같은 사안으로 여러 번 소송을 당하는 부담을 줄이며, 서로 상반되는 판결이 나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2. 채권자취소 소송의 소송물 동일성
대법원 판례(2012. 7. 5. 선고 2010다80503 판결 등)에 따르면, 채권자가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 청구를 하면서 보전하고자 하는 채권이 추가되거나 교환되는 것은 '소송물' 자체를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사해행위취소권과 원상회복청구권을 뒷받침하는 '공격방법에 관한 주장'을 변경하는 것으로 봅니다. 따라서, 채권자가 비록 다른 채권을 근거로 하더라도 동일한 법률행위(이 사건에서는 근저당권 설정 계약)의 취소와 원상회복을 구하는 경우에는 전소(먼저 제기된 소송)와 후소(나중에 제기된 소송)는 소송물이 동일하다고 판단됩니다. 이 사건에서 신용보증기금은 I에 대한 '사전구상금채권'을 피보전채권으로 하여 선행소송을 제기했고, 이후 주식회사 A의 '대출금채권'을 대위변제한 후 이를 피보전채권으로 하여 이 사건 소송에 승계참가했는데, 법원은 이 두 소송이 실질적으로 같은 소송물을 다루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3. 전소와 후소의 판별 기준
당사자와 소송물이 동일한 소가 시간적 간격을 두고 제기되었을 경우, 시간적으로 나중에 제기된 소가 중복제소금지 원칙에 위배되어 부적법하게 됩니다. 이때 소송이 법원에 '계속'된 시점, 즉 소장이나 소 변경 신청서 등이 피고에게 송달된 때를 기준으로 하여 어떤 소송이 먼저 제기되었는지(전소)를 판단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신용보증기금이 제기한 선행소송의 소장 부본이 2017년 5월 18일에서 20일 사이에 피고들에게 송달되었고, 주식회사 A가 제기한 이 사건 소송의 소장 부본은 2017년 5월 23일에서 24일 사이에 송달되었으므로, 신용보증기금의 선행소송이 먼저 제기된 것으로 인정되었습니다.
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의 재산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거나 담보를 설정하는 행위는 채권자에게 손해를 입힐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채권자는 '사해행위취소 소송'을 통해 해당 행위를 취소하고 재산을 원상 복구할 수 있습니다.
동일한 사해행위에 대해 여러 채권자가 소송을 제기할 수는 있지만, 같은 채권자가 같은 당사자를 상대로 동일한 소송물을 가지고 여러 차례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중복제소'에 해당하여 나중에 제기된 소송은 각하될 수 있습니다.
다른 종류의 채권(예: 대출금 채권과 구상금 채권)을 근거로 하더라도, 동일한 법률행위(예: 근저당권 설정 계약)의 취소와 원상회복을 구하는 소송이라면, 법원은 이를 동일한 소송물로 판단하여 중복제소 여부를 가릴 수 있습니다.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는 이미 같은 내용의 소송이 진행 중인지, 또는 다른 채권자가 유사한 소송을 제기하여 법원에 계류 중인지 등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이 사례처럼 채권을 양도받거나 대위변제하여 기존 소송에 참여하려는 경우에는 기존 소송 및 자신의 다른 소송과의 중복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