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7월 취임한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공룡학자로서 이례적으로 문화재 행정 분야에 발을 디뎠습니다. 전통적으로 인문학자나 행정가 출신이 맡던 국가유산청장 자리에 학계에서도 드문 고생물학자를 발탁했다는 점은 그만큼 변화를 염원하는 움직임이었음이 분명합니다. 허 청장이 보여준 가장 가시적인 성과 중 하나는 오랫동안 변화가 없었던 궁궐과 능 관람료 체계를 현실화하고 AI 기반 조직 혁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진전을 이끌어낸 점입니다.
관람료 인상은 단순한 비용 문제를 넘어서 국가유산의 보존과 활성화, 관광산업 발전에 직결되는 사안입니다. 그동안 500원에서 3000원 사이에 머물던 입장료는 여러 국가의 수준과 비교해볼 때 저평가된 측면이 있었습니다. 법률적으로도 입장료 인상은 공공재정과 국민의 권리의 균형을 맞추는 문제로, 적절한 절차와 의견 수렴 과정이 중요한데 이번 정책 전환이 향후 문화재 보호를 위한 재정 확충에 기반이 될 전망입니다.
오는 7월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이 그간 세계유산협약 체결 후 38년 만에 처음 유치하는 국제회의라는 점에서 의의가 큽니다. 이를 통해 해외에 흩어진 한국의 유산 환수 성과를 끌어내고 국제적 위상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법률적으로도 세계유산위원회 개최와 관련된 국내외 협력 및 문화유산 보호 조치는 유산청의 권한 강화와 관련 법령 개정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가장 뜨거운 쟁점은 서울 종묘와 태릉 일대 재개발 문제입니다. 국가유산의 보존과 지역개발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은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추세이며, 유산영향평가의 실시 여부가 그 핵심에 있습니다. 법적으로 유산영향평가는 문화재 보존법에 근거해 진행되며 재개발 사업의 적법성과 합리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절차입니다. 서울시의 부정적 입장과 유산청의 강경 대응은 단순한 행정 문제를 넘어 도시 계획과 문화정책, 그리고 법률 해석에서 첨예한 충돌을 보여줍니다.
최근 국가유산청 내부에서 제기된 경복궁과 종묘 사적 유용 논란은 공공기관의 책임성과 내부 통제 체계의 문제를 환기시키고 있습니다. 실무자 징계와 함께 최종 결재권자에 대한 고발 사태까지 번진 이 문제는 기관 운영의 투명성과 법적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법률상 공무원 징계 절차와 부패 방지책, 조직 내부의 공정성 확보는 국가의 문화재 보호 역할에 중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허민 청장의 임기 중 보여준 다양한 변화 시도는 앞으로도 법률적·행정적 도전 과제를 안고 있지만, 국가유산의 체계적 보존과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한 중요한 터닝포인트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