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란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목적으로 사실을 적시하는 행위에 대해 형사처벌을 하는 규정을 의미합니다. 한국 형법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은 모두 사실을 적시했다는 사유만으로 명예훼손을 처벌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1953년 형법 제정 당시부터 존재해 왔으나 최근 표현의 자유와 공적 비판권 보호를 위한 폐지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여당에서는 형법과 정보통신망법 내 사실적시 명예훼손 규정을 삭제하는 법안이 발의되었습니다. 이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법안은 정보통신망에서 사실을 적시했다는 이유로 형사처벌하는 조항을 삭제하고,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의 법정 벌금형은 상향 조정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또한 무분별한 고소·고발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친고죄로 전환하여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수사가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독일 형법은 사실을 적시하였을 경우 그 주장이 사실이 아니고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에만 처벌을 규정하는 형태로 입법되어 있습니다. 이와 유사하게 국제 인권기구들은 한국의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감시기능을 위축시킨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비범죄화를 권고해 왔습니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 및 국제앰네스티가 이러한 입장을 제시한 바 있어 국내 개정 논의에 중요한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반대 의견은 사실 폭로가 개인 사생활 침해나 신상털이로 이어질 위험성을 강조합니다. 2021년 헌법재판소는 명예훼손죄의 합헌 결정을 통해 한 번 훼손된 명예는 완전히 회복하기 어렵고 매체 발달로 인한 전파 속도와 파급력이 증가했음을 이유로 제한의 필요성을 제시했습니다. 이러한 결정은 명예권 보호와 표현의 자유 사이에 균형점이 필요함을 시사합니다.
현행 정보통신망법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대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규정하고 있고, 형법에는 2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 벌금형이 있습니다. 국민의힘에서는 처벌을 더욱 강화하여 징역과 벌금형 상향을 추진 중이며, 이는 범죄 억제 및 피해자 권리 보호에 중점을 둔 입장입니다.
사실을 말하는 행위가 형사처벌 대상이 될 때 공익제보 내부고발은 침묵하게 되고 공적 사안에 대한 건강한 비판이 위축될 위험이 존재합니다. 한편 무분별하거나 악의적인 사실 유포로 인한 피해 사례 역시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공익을 위한 표현의 자유를 넓히는 동시에 허위사실 및 악용에 대한 엄정한 규제가 조화롭게 병행되어야 하며 이는 법 개정 과정에서 세심한 입법적 검토가 요구되는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