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여객자동차 운송업을 하는 한 법인의 대표이사와 노무계장이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러 벌금형의 약식명령을 받았습니다. 이에 불복하여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과정에서 법인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 제94조의 '양벌규정'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습니다. 양벌규정은 법인의 직원이나 대표자가 업무상 위반행위를 했을 때 그 법인에도 벌금형을 부과하는 조항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이 조항이 법인의 '종업원'이 부당노동행위를 한 경우 법인에까지 책임을 묻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으나, '대표자'가 부당노동행위를 한 경우 법인에 책임을 묻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습니다.
한 여객자동차 운송 법인의 대표이사와 노무계장이 근로자가 노동조합에 가입하려 하거나 정당한 단체행위에 참가한 것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부당노동행위(노동조합법 제81조 위반)를 저질러 기소되었습니다. 이들에게는 각각 벌금 300만 원의 약식명령이 내려졌고, 법인 또한 노동조합법 제94조의 양벌규정에 따라 동일한 벌금형을 받게 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법인은 자신에게 직접적인 잘못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직원의 행위로 인해 처벌받는 것이 부당하다고 보아, 형사재판 중에 해당 양벌규정이 헌법에 위반되는지를 심판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노동조합법 제94조의 양벌규정, 즉 법인의 대리인·사용인 기타 종업원 또는 대표자가 그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부당노동행위(제81조 위반)를 저지른 경우, 해당 법인에도 벌금형을 부과하도록 한 것이 헌법상 법치국가원리에서 도출되는 책임주의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입니다. 특히 종업원의 행위에 대한 법인의 책임과 대표자의 행위에 대한 법인의 책임이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형사처벌의 기본 원리인 '책임주의원칙'을 기준으로 양벌규정의 위헌 여부를 판단했습니다. 법인의 종업원 등은 법인과 독립된 개인이므로, 종업원의 범죄행위에 대해 법인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법인이 직접적으로 그 행위에 가담했거나 선임·감독에 주의의무를 게을리하는 등 법인 자체의 비난할 만한 사유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노동조합법 제94조의 양벌규정은 법인의 자체적인 잘못 없이 단순히 종업원의 행위만으로 법인에게 형벌을 부과하고 있으므로, 책임주의원칙에 위배되어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았습니다. 반면 법인의 대표자는 법인의 의사를 결정하고 이를 외부에 표현하는 기관이므로, 대표자의 행위는 곧 법인 자신의 행위로 간주됩니다. 따라서 대표자가 저지른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법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법인 자신의 직접적인 책임에 근거한 것이므로, 책임주의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회사의 임직원이 법규 위반 행위를 저지른 경우, 회사가 책임을 지는 방식에 대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한 판결입니다. 이 판결에 따르면 회사는 직원이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을 때 무조건적인 처벌을 받는 것이 아니라, 회사 자체의 선임·감독상 과실이 없는 경우에는 책임을 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회사들은 직원들의 법규 준수 교육을 강화하고, 부당노동행위 방지를 위한 내부 관리 및 감독 시스템을 철저히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직원이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르지 않도록 예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만약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회사가 책임이 없음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마련해두어야 합니다. 하지만 대표이사와 같은 법인의 최고 책임자의 행위는 곧 법인 자신의 행위로 간주되므로, 대표자의 법규 위반에 대해서는 회사가 직접적인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