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도/살인 · 노동
이 사건은 잠수기어업 중 잠수부가 사망한 사고에 대해 선장과 선원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되었으나, 1심과 2심 모두 무죄 판결을 받은 사례입니다. 검사는 피고인들의 업무상 과실과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주장하며 항소했으나, 법원은 사망 원인이 불분명하고 잠수기어업의 내재된 위험성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들의 과실이 피해자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2023. 8. 31. 선고 2022고단326 판결에 따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선장 A와 선원 B가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검사는 이에 불복하여 항소심에서 피고인들에게 유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검사는 선장 A가 잠수기어업 종사자의 안전보건관리 책임자로서 비상 상황 시 잠수부를 배 위로 끌어올려 대처할 의무가 있었으나, 지체장애 3급인 A는 이 의무를 수행할 수 없었고, 고령의 선원 B 또한 피해자를 끌어올릴 외력이 부족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피해자의 사인이 익사로 강하게 추정되며, 피고인들의 업무상 과실이 피해자 사망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만일 피해자에게 심장마비가 왔더라도 4~5분 이내 심폐소생술 시 살릴 가능성이 있었다는 점 등을 들어 피고인들의 구조 미흡이 사망에 이르게 한 과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선장과 선원에게 잠수부의 사망에 대한 업무상 과실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 과실이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는지 여부입니다. 특히 잠수기어업의 특성과 사망 원인의 불확실성 속에서 업무상 주의의무의 범위와 인과관계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었습니다.
항소심 법원(2심)은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며 원심의 무죄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업무상 과실이 피해자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없이 입증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들의 업무상 과실과 피해자 사망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따라서 피고인들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업무상과실치사 (형법): 이 사건은 어업 종사 중 잠수부가 사망한 사고에 대해 선장과 선원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된 경우입니다.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성립하려면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사망 결과 발생', 그리고 '주의의무 위반과 사망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모두 입증되어야 합니다. 법원은 특히 '주의의무의 범위'와 '인과관계'를 엄격하게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선장에게 잠수기어업 종사자의 안전보건관리에 대한 책임이 있지만, 이 책임이 비상상황에서 구조를 반드시 '완료'해야 할 책임으로까지 확장되는지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또한 잠수기어업의 '저승에서 벌어 이승에서 쓴다'는 말처럼 내재된 높은 위험성을 고려할 때, 피고인들의 명백한 주의의무 위반이 피해자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점이 더 엄격하게 증명되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사망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익사 추정일 뿐 심장마비 등 다른 가능성 배제 불가), 피해자 스스로의 건강 문제나 숙련된 잠수부로서의 안전 수칙 인지 여부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인과관계 입증이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이 조항은 항소심에서 검사의 항소가 이유 없다고 판단될 경우, 법원이 해당 항소를 기각한다는 절차적 규정입니다. 즉, 원심 판결에 잘못이 없다고 보아 검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심의 무죄 판결을 유지한다는 의미입니다.
고위험 직업의 안전 수칙 준수: 잠수기어업과 같이 사망 위험이 높은 직업에서는 작업자 개개인이 안전 수칙을 철저히 숙지하고 준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피해자가 숙련된 잠수부였고 장비 점검이나 조업 여부 결정에 의견이 많이 반영되었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었습니다.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의 중요성: 유사한 사고 발생 시, 사망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법적 책임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부검이 이루어지지 않아 정확한 사인을 알 수 없었던 점이 인과관계 입증에 어려움을 주었습니다.
업무상 주의의무의 범위와 한계: 모든 비상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구조 완료를 요구하기보다는, 해당 업무의 특성, 인력 구성, 그리고 위험의 내재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인 주의의무의 범위를 설정해야 합니다. 추가 선원 승선 여부나 물리적인 구조 능력과 같은 문제도 현실적인 관점에서 판단될 수 있습니다.
건강 상태 확인 및 공유: 고위험 작업에 참여하는 모든 작업자는 자신의 건강 상태를 사전에 확인하고 동료들과 공유하는 것이 좋습니다. 피해자에게 갑작스러운 심장마비 등 급성 질환의 가능성이 언급된 바, 이는 작업 중 발생할 수 있는 개인적인 위험 요소를 관리하는 것의 중요성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