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해 · 교통사고/도주
피고인 B는 교통사고를 일으킨 후 필요한 구호 조치를 취하지 않고 현장을 떠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 및 도로교통법 위반(사고 후 미조치)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원심에서는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형을 선고했으나, 피고인은 사고가 경미하여 구호조치 의무나 도주의 고의가 없었다며 항소했습니다. 항소심은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유죄를 인정했지만, 원심에서 선고된 벌금형이 법정형의 범위를 벗어났음을 발견하여 직권으로 파기하고, 정상참작감경을 적용하여 벌금 300만 원을 다시 선고했습니다.
피고인 B는 약 37.9km/h의 속도로 2차로를 주행하던 중 1차로를 주행하던 피해 차량의 우측 문을 충격했습니다. 사고 직후 피해자는 비상등을 켜고 경적을 울린 뒤 갓길에 정차했습니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차량을 갓길에 정차하는 것을 인식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먼저 경찰에 연락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현장을 떠났습니다. 피해자는 사고 이틀 후인 2023년 9월 7일 한의원에서 경추의 염좌 및 긴장 등의 진단을 받았으며, 피해 차량의 문이 손상되었고 수리비는 666,509원이 발생했습니다. 피고인은 60대 여성이며 운전 경력이 짧고 사고가 경미한 점, 출근 시간 터널 인근 정차가 어렵다는 점을 들어 자신에게 도로교통법상의 의무가 부정되거나 도주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교통사고 후 피고인에게 구호조치 의무가 발생했는지 여부, 피고인에게 사고 현장을 도주하려는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 그리고 원심에서 선고된 벌금형이 법정형의 범위를 준수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 B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하고,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령했습니다.
항소심은 피고인의 '구호조치 의무 없음' 및 '도주 고의 없음' 주장을 모두 기각하며 피고인의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원심에서 선고된 벌금 300만 원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의 법정형(최소 500만 원)을 벗어났음을 발견하고 이를 직권으로 파기했습니다. 최종적으로 피고인에게 정상참작감경을 적용하여 벌금 300만 원을 다시 선고했습니다.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 (사고 발생 시의 조치): 이 법 조항은 운전 중 사고가 발생했을 때 운전자가 즉시 정차하여 사상자를 구호하고 피해를 막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또한 인적사항을 제공해야 할 의무도 포함됩니다. 이 사건 피고인은 피해자가 갓길에 정차하는 것을 인식했음에도 경찰에 연락하는 등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아 이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되었습니다. 도로교통법 제148조 (벌칙): 제54조 제1항을 위반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 5백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이는 사고 후 미조치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입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 제2호 및 형법 제268조 (도주치상): 운전자가 사고로 인해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고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고 도주한 경우 일반적인 교통사고보다 더 무겁게 처벌하는 규정입니다. 이 법률에 따르면 피해자를 다치게 하고 도주한 운전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이 사건에서 피해자가 경추 염좌 진단을 받았고 피고인이 사고 후 미조치했기 때문에 도주치상 혐의가 적용되었습니다. 형법 제40조, 제50조 (상상적 경합): 하나의 행위가 여러 죄를 성립시킬 때 가장 중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하는 원칙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사고 후 미조치' 행위가 '도주치상'과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두 가지 죄에 해당하므로 형이 더 무거운 도주치상죄의 법정형을 따르게 됩니다. 형법 제53조, 제55조 제1항 제3호 (정상참작감경): 법원이 범죄의 정상(동기, 결과, 피고인의 태도 등)을 참작하여 형량을 감경할 수 있는 규정입니다. 이 사건에서 원심은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는데 도주치상죄의 법정 벌금형 하한선인 500만 원보다 낮으므로 항소심은 원심이 정상참작감경을 적용했어야 함에도 이를 명시하지 않아 법정형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아 직권으로 파기하고 다시 정상참작감경을 적용하여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사고 경미성 판단 주의: 경미해 보이는 사고라도 상대방에게 상해를 입혔거나 차량 손해가 발생했다면 구호조치 의무와 신고 의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사고의 경중은 주관적 판단이 아닌 객관적 결과와 법적 기준에 따라 판단됩니다. 즉각적인 조치의 중요성: 사고 발생 시 피해 여부와 관계없이 즉시 정차하여 상대방의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구호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경찰에 신고하거나 보험사에 연락하는 등 사고 수습을 위한 절차를 즉각적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도주 고의 여부: 사고 후 현장을 떠나면 '도주의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갓길에 정차하는 것을 목격했음에도 아무런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나는 행위는 도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나이 및 운전경력 참작: 나이가 많거나 운전경력이 짧다고 해서 교통사고 관련 법적 의무가 면제되거나 경감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양형에 일부 참작될 수는 있습니다. 상상적 경합과 법정형: 하나의 행위가 여러 죄에 해당할 경우 법정형이 가장 무거운 죄에 정해진 형벌 범위 내에서 처벌이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과 도로교통법 위반(사고 후 미조치) 중 법정형이 더 높은 도주치상 죄의 벌금 하한선(500만 원)을 지켜야 합니다. 법원이 이 기준을 벗어나면 직권 파기 사유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