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
원고 주식회사 A는 피고 B 주식회사와 월 690만 원의 'D'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7개월간 총 4,830만 원의 보험료를 납입했습니다. 이 계약은 실제 보험모집인 F이 그의 딸 G의 명의를 빌려 체결한 이른바 '경유계약'이었습니다. 원고는 보험업법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피고가 납입 보험료를 반환하기로 약속했다고 주장하며 4,830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경유계약이 보험업법 위반은 맞지만, 해당 조항이 계약의 효력을 무효로 하는 효력규정이 아니며, 피고가 보험료 반환을 약속했다는 증거도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주식회사 A는 B 주식회사와 보험 계약을 체결했으나, 실제 모집을 진행한 보험 설계사가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 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에 주식회사 A는 이 계약이 법률 위반으로 무효라고 주장하며 보험 계약을 해지하고, 그동안 납입했던 보험료 4,830만 원을 돌려받고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보험모집인이 타인의 명의를 이용하여 체결한 '경유계약'이 보험업법 제97조 제1항 제8호에 위반될 경우, 해당 보험계약이 무효로 되는지 여부, 그리고 보험사가 보험계약 해지 시 납입 보험료를 반환하기로 원고에게 약속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보험모집인이 타인 명의를 사용한 '경유계약'이 보험업법 제97조 제1항 제8호를 위반하는 것은 맞지만, 이 조항은 위반 시 과징금이나 과태료 부과 등의 처벌 규정만을 두고 있을 뿐 계약의 효력을 무효로 하는 효력규정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고 보험사가 원고에게 납입 보험료를 반환해주기로 약속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아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보험업법 제97조 제1항 제8호는 보험계약의 체결 또는 모집에 종사하는 자가 다른 모집 종사자의 명의를 이용하여 보험계약을 모집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이 규정을 위반한 '경유계약'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법규가 특정 행위를 금지하더라도, 그 위반이 해당 행위의 법률적 효력 자체를 부정하는 '효력규정'인 경우와 단순히 행정적 제재(과징금, 과태료 등)만을 부과하는 '단속규정'인 경우로 나누어 판단합니다. 본 판결에서는 보험업법 제97조 제1항 제8호가 위반 행위자에 대한 과징금이나 과태료 규정만 있을 뿐, 위반 계약의 효력에 관하여는 별도 규정이 없으므로 '단속규정'에 해당하여 계약의 무효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경유계약 자체는 법 위반이지만, 그것만으로 계약이 자동으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또한, 민사 소송에서 특정 약정(여기서는 보험료 반환 약정)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측은 그 약정을 증명할 책임이 있습니다. 원고는 피고가 보험료를 반환해주기로 약속했다고 주장했으나,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인 증거를 제출하지 못하여 그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보험 계약 체결 시 보험모집인의 명의와 실제 모집인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보험업법상 금지된 행위라 할지라도 모든 위반이 계약의 무효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해당 규정이 단속규정인지 효력규정인지에 따라 계약의 효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보험사로부터 보험료 반환 등의 약속을 받았다면,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서면 자료나 녹취 등의 명확한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구두 약속만으로는 법적 효력을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