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
이 사건은 원고 A가 배우자 E의 사망 보험금을 청구하였으나, 피고 보험회사가 보험계약 부활 및 체결 전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자, 원고가 보험설계사 C의 업무 지연으로 보험계약이 제때 부활하지 못해 손해를 입었다며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보험설계사의 업무 처리가 부당하게 지연되거나 현저히 게을리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 A는 2017년 6월 14일 피고 보험회사와 배우자 E를 피보험자로 하는 질병 사망 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보험계약은 2018년 2월 원고의 보험료 미납으로 해지되었습니다. 2018년 6월 12일 12시에 원고는 보험설계사 C에게 보험계약 부활을 위한 청약서를 교부했습니다. 피고는 같은 날 15시 51분에 원고의 휴대전화로 보험료 납입을 위한 가상계좌를 발송했고, 원고는 17시 45분에 이 가상계좌로 보험료를 이체하여 보험계약이 부활 및 성립되었습니다. 그러나 가상계좌 발송 후 보험료 이체 전인 2018년 6월 12일 16시 18분에 망인 E가 심정지로 병원에 이송되었고 같은 날 20시 57분에 급성심장사로 사망했습니다. 원고는 보험설계사 C이 보험료 납입 가상계좌 고지를 지체하여 보험계약이 배우자의 사망 이전에 부활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피고 보험회사를 상대로 5천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보험설계사가 보험계약 부활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사회통념상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부당하게 지연하거나 현저히 게을리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보험설계사 C이 원고의 보험계약 부활을 위한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 사회통념상 또는 신의칙상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부당하게 지연시키거나 현저히 게을리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보험회사인 피고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1. 보험모집인의 손해배상 책임 (보험업법 제102조 제1항) 보험업법 제102조 제1항은 "보험회사는 그 임원, 직원, 보험설계사 또는 보험대리점이 모집을 함에 있어서 보험계약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 다만, 보험회사가 보험설계사 또는 보험대리점에 모집을 위탁함에 있어서 상당한 주의를 하였고 또한 이들이 행하는 모집에 있어서 보험계약자에게 가한 손해의 방지에 노력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합니다. 이는 보험모집인의 불법행위로 인해 보험계약자가 손해를 입었을 경우 보험회사가 책임을 지도록 하는 규정이며, 일반적인 사용자 배상책임에 관한 민법 제756조보다 우선하여 적용됩니다. 다만, 이 책임이 성립하려면 보험모집인의 고의나 과실에 의한 위법한 행위, 즉 불법행위가 존재해야 합니다.
2. 보험모집인의 주의의무 범위 보험계약 체결을 중개하는 보험대리점이나 보험설계사는 보험계약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중요한 사항을 설명하며 관련 법령을 준수할 일반적인 주의의무를 부담합니다. 그러나 보험계약자가 청약의 의사표시를 한 경우, 보험설계사 등이 '그 즉시' 또는 '몇 시간 이내'에 보험사고가 발생할 것을 예견하여 곧바로 보험회사가 승낙의 의사표시를 하도록 조치해야 할 정도의 주의의무까지 부담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직 보험설계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를 게을리함으로써 보험계약의 성립을 부당하게 지연시킨 경우에 한하여 그로 인해 보험계약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가 청약서를 교부한 12시부터 피고가 가상계좌를 발송한 15시 51분까지의 약 3시간 51분이 보험계약 부활을 위한 합리적인 업무 처리 시간 범위 내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만일 원고가 가상계좌 고지 즉시 보험료를 납입했다면 사고 발생 전에 보험계약이 부활했을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보험설계사 C이 업무를 부당하게 지연하거나 현저히 게을리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