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권/채무 · 행정
T주식회사가 재정 악화 상태에서 대표이사 및 임원 등에게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자, T주식회사에 임대차보증금 반환 채권이 있는 임차인들이 이 근저당권 설정이 다른 채권자들을 해하는 사해행위라고 주장하며 취소를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임차인들의 임대차보증금 반환 채권이 사해행위 취소의 피보전채권이 될 수 있다고 인정하고, T주식회사의 근저당권 설정 행위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를 취소했습니다. 반면, 근저당권을 설정받은 임원들이 제기한 반소는 이사회 결의 없이 이루어진 대여금 계약 및 근저당권 설정은 무효라고 판단하여 기각되었습니다.
농수산물 도매시장 상가 운영 회사인 T주식회사는 원고들과 임대차 계약을 맺고 총 1,467,915,000원의 임대차보증금을 받았습니다. 1997년 중순부터 회사의 자금 사정이 악화되어 부도설이 돌기 시작했고, 1997년 8월 말 1차 부도가 발생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1997년 9월 3일, T주식회사는 대표이사가 이사로 있는 재단법인 AQ재단, 회사 감사인 O, 회사 이사인 W에게 총 13억 원 상당의 채권최고액으로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습니다. 이후 T주식회사는 1997년 12월 2일 최종 부도 처리되었고, 원고들의 임대차 계약은 1997년 12월부터 1998년 1월 사이에 종료되면서 임대차보증금 반환 채권이 발생했습니다. 원고들은 T주식회사가 다른 채권자들의 채권을 침해할 것을 알면서 특정 채권자들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준 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법원에 근저당권 설정 계약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피고 O과 W는 자신들의 근저당권 설정 이후 원고들이 T주식회사와 맺은 근저당권 설정 계약 역시 사해행위라며 반소 청구를 제기했습니다.
회사가 재정 악화 상황에서 특정 채권자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준 행위가 다른 채권자들을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사해행위 당시 아직 발생하지 않은 장래의 채권(임대차보증금 반환 채권)이 사해행위 취소의 피보전채권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 그리고 이사나 감사와 같은 임원이 회사로부터 담보를 설정받을 때 이사회 결의 등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경우 그 거래의 유효성 등이 주요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T주식회사가 이미 부도 위험이 높은 상황에서 대표이사, 감사, 이사 및 관련 재단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준 행위는 다른 채권자(임차인들)의 채권을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이를 취소했습니다. 원고들의 임대차보증금 반환 채권은 비록 근저당권 설정 당시에는 아직 발생하지 않았지만, 그 성립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가 존재하고 가까운 장래에 현실화될 고도의 개연성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여 사해행위 취소의 피보전채권으로 보았습니다. 반면, 피고 O과 W가 T주식회사로부터 거액을 대여받고 근저당권을 설정한 행위는 회사의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은 중요한 업무집행이므로 회사에 대해 무효이며, 피고 W의 경우에는 이사와 회사 간의 거래로서 이사회 승인이 없었기에 역시 무효라고 판단되어, 피고들의 반소 청구는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회사의 재정 상태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예상된다면, 본인이 가진 채권의 안전한 회수를 위해 미리 적극적으로 권리 보전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임대차보증금 반환 채권과 같이 당장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임대차 계약 종료 등 채권 성립의 고도의 개연성이 있는 경우에는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이 되는 채권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회사와 대표이사, 이사, 감사 등 임원 간에 이루어지는 자금 대여나 담보 설정 거래는 상법상 이사회 결의나 특별한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이러한 절차를 지키지 않은 거래는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회사의 임원으로부터 근저당권 등을 설정받는 경우에는 해당 절차의 적법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채권자취소권은 채권자가 취소 원인(사해행위 사실 및 채무자의 사해 의사)을 안 날로부터 1년 이내, 사해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5년 이내에 행사해야 하는 제척기간이 있으므로, 권리 행사를 늦추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