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의 노트북에서 여학생들의 외모를 등급 매긴 사진을 발견했습니다. 이 학생은 피해 사실을 알리려는 목적으로 다른 친구 J에게 익명으로 사진을 전달했습니다. J이 이 사진을 소셜 미디어에 게시하면서 논란이 되었고, 해당 학생은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되어 출석정지 3일, 특별교육 6시간 처분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해당 학생의 행위가 학교폭력예방법상의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2021년경 D고등학교 학생 H이 여학생들의 외모 등급을 매기고 품평하는 문서를 작성했습니다. 이 문서는 같은 학교 I의 노트북에 저장되어 있었고, 2022년 2월 27일경 I의 룸메이트인 원고 A 학생이 I의 노트북에서 이 사진을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원고는 피해 학생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판단하여 I로부터 사진을 받아 2022년 3월 5일경 J 학생에게 인스타그램 익명 계정을 통해 전달하며 피해자들에게 알려달라고 요청했습니다. J은 이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 비공개 계정 스토리에 1시간가량 게시하고, 인스타그램 계정이 없는 학생들에게는 카카오톡으로 전송했습니다. 이로 인해 사진이 유포되면서 논란이 되었고, 일부 피해 학생들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회부를 동의하면서 원고의 행위가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되었습니다.
원고 A 학생이 피해 학생들에게 외모 품평 사실을 알리려는 공익적 목적으로 사진을 전달한 행위가 학교폭력예방법상의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이에 따른 출석정지 및 특별교육 처분이 적법한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피고가 2022년 5월 9일 원고에게 내린 출석정지 3일, 특별교육 6시간 처분을 모두 취소하고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이 사건 사진을 전달받아 J에게 보낸 행위는 피해 사실을 알리려는 공익적 목적이 있었고, 가해 의도가 없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원고가 J에게 피해 학생들에게만 사진을 전달해달라고 요청했음에도 J의 부적절한 게시 방법으로 사진이 유포된 것에 대한 책임을 원고에게 묻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원고의 행위는 학교폭력예방법상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아 처분 사유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학교폭력예방법) 제1조 (목적): 이 법은 학교폭력의 예방과 대책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피해학생의 보호, 가해학생의 선도 교육 및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간의 분쟁조정을 통하여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고 학생을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육성함을 목적으로 합니다. 법원은 이 목적을 고려하여 모든 갈등이나 분쟁을 학교폭력으로 간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학교폭력예방법 제2조 제1호 (학교폭력의 정의): '학교폭력'이란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 유인, 명예훼손 모욕, 공갈, 강요 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 폭력 정보 등에 의하여 신체 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법원은 원고의 행위가 명예훼손이나 모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피해 학생에게 피해를 주기 위한 의도도 없었다고 판단하여 이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학교폭력예방법 제2조 제3호 (가해학생의 정의): '가해학생'이란 가해자 중에서 학교 폭력을 행사하거나 그 행위에 가담한 학생을 말합니다. 법원은 원고에게 가해 의도가 없었으므로 가해 학생으로 볼 수 없다고 해석했습니다. 학교폭력예방법 제3조 (국민의 권리 보호): 이 법을 해석 적용함에 있어서 국민의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되지 아니하도록 주의하여야 합니다. 이는 학교폭력 개념의 확대해석으로 불필요한 가해자를 양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항으로, 법원은 이를 근거로 일상적인 학교생활 중의 행위가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침익적 행정행위의 엄격 해석 원칙: 국민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정처분(침익적 행정행위)의 근거가 되는 법규는 엄격하게 해석 적용해야 하며, 상대방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 해석하거나 유추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법리입니다 (대법원 2019. 2. 21. 선고 2014두12697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법원은 이러한 원칙에 따라 원고의 행위를 학교폭력으로 넓게 해석하는 것을 경계했습니다. 처분의 적법성에 대한 증명책임: 항고소송에서 처분의 적법성에 대한 증명책임은 원칙적으로 처분의 적법을 주장하는 처분청에 있다는 법리입니다 (대법원 2016. 6. 28. 선고 2014두2638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 교육지원청이 원고의 행위가 학교폭력에 해당함을 증명해야 했습니다.
피해 사실을 알리는 경우라도 정보통신망을 통해 내용을 공유할 때는 신중해야 합니다. 게시되는 내용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면 본래의 선의와 관계없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공익적인 목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더라도 예상치 못한 파급 효과를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익명으로 전달하거나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될 수 있는 소셜 미디어 등을 이용할 때는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피해 사실을 알릴 때에는 학교 선생님이나 전문 기관을 통해 공식적이고 안전한 절차를 이용하는 것이 예상치 못한 책임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학교폭력 사안의 경우, 학교폭력예방법상의 '학교폭력' 개념은 학생들이 학교생활에서 겪는 모든 갈등을 포함하는 것이 아니므로, 행위의 경위, 정도, 가해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누군가의 피해 사실을 알리려는 의도였다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또 다른 피해(예: 유포로 인한 정신적 고통)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