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한 건물의 관리인 선임 과정에서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며 현 관리인의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서면의결권 행사, 특정 회사 의결권 행사, 위임장 진정성립 등 제기된 모든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또한 관리인의 직무를 정지해야 할 급박한 필요성도 인정되지 않는다며 직무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한 사건입니다.
인천의 한 건물 관리단에서 기존 관리인인 주식회사 A의 선임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일부 구분소유자들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들은 관리인 선임 결의 시 서면의결권 행사의 부당성, 특정 회사(K 주식회사)의 의결권 행사 자격 미달, 그리고 일부 위임장의 위조나 부당 취득 의혹을 제기하며, 현 관리인 A의 직무를 정지시키고 새로운 직무대행자를 선임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으나, 1심에서 기각당하자 다시 항고한 상황이었습니다.
관리단 집회에서 행사된 서면의결권 행사서의 유효성 여부와 K 주식회사가 B건물의 구분소유자가 아님에도 의결권을 행사한 것이 적법한지 여부, 그리고 일부 위임장의 진정성립 및 유효성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나아가 현재 관리인의 직무를 정지해야 할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되는지도 중요한 판단 요소였습니다.
법원은 채권자들이 제기한 모든 주장을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고 항고를 기각했습니다.
첫째, 서면의결권 행사서의 유효성에 대해, 해당 서면들은 채무자를 관리인으로 선임하는 데 찬성하는 의사가 명확히 기재되었고 집회 시까지 철회되지 않았으며, 작성 당시 향후 임시관리단 집회에서 행사될 것임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집합건물법상 관리인 선임은 후보자 등록 등 선거 절차 없이 특정인에 대한 찬반 결의로도 가능하며, 집회 전 확인 여부가 표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으므로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둘째, K 주식회사 의결권의 적법성에 대해, K 주식회사는 건물의 시행사이자 분양자로 건물 관리에 대한 필요성이 인정되고, 구분소유자인 L 주식회사와의 신탁계약에 따라 건물을 점유, 관리하고 있었으므로 L 주식회사의 승낙하에 점유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며, L 주식회사도 K의 의결권 행사를 다투지 않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적법하게 의결권을 행사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과거 공매 절차가 진행된 사실만으로 의결권 행사 당시 K가 불법 점유 중이었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셋째, 위임장 진정성립의 유효성에 대해, 채권자들의 주장은 막연한 추측에 불과하며,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부당한 위임 권유가 있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오히려 채무자 측은 전화 통화와 신분증 사본 확인 등의 절차를 거쳐 위임을 받았다고 보이므로 위임장이 유효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넷째, 보전의 필요성에 대해, 채무자는 구분소유자 557명 중 302명, 의결권 31,649.25㎡ 중 21,914.05㎡의 찬성으로 관리인으로 선임되어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는 점, 채권자들이 제안한 직무대행자 C는 기존 관리단과 분쟁 중인 다른 관리단의 관리인으로서 직무대행자로 선임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채무자가 이미 건물 관리를 수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직무를 정지하면 새로운 분쟁이 발생할 수 있어 본안판결 확정 시까지 채무자가 관리를 지속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판단하여 직무집행정지의 급박한 필요성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법원은 채권자들의 항고를 기각하고, 항고에 드는 비용은 채권자들이 부담하도록 결정했습니다.
본 사건에는 주로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1.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38조 제1항 (관리인 선임 및 해임): 이 조항에 따르면 관리인 선임은 관리단 집회에서 구분소유자의 과반수 및 의결권의 과반수로써 의결해야 합니다. 본 사건에서는 서면의결권이 유효하게 반영되었는지, K 주식회사의 의결권이 적법했는지가 이 조항의 취지에 부합하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관리인 선임을 위해 반드시 후보자 등록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이 아니며, 특정인에 대한 찬반 결의 방법도 가능하다고 해석하여, 절차적 측면에서 집합건물법의 취지를 넓게 인정했습니다.
2.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3조 제1항 (관리단): 건물에 대하여 구분소유 관계가 성립되면 구분소유자 전원으로 구성되는 관리단이 당연히 설립되고, 이 관리단이 건물을 관리하게 됩니다. 관리인은 이 관리단의 실무를 담당하며, 그 선임 절차의 적법성은 건물의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관리를 위해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3. 민사집행법 제23조 제2항, 민사집행규칙 제203조의3 제1항, 제203조 제1항 제2호 (가처분 및 항고 절차): 이 법령들은 가처분 신청과 그에 대한 항고 절차에 관한 내용을 규정합니다. 가처분은 본안 소송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임시적인 조치를 취하는 제도로, 법원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려면 본안에서 이길 가능성(피보전권리)과 함께 즉시 직무를 정지해야 할 필요성(보전의 필요성)이 모두 소명되어야 한다고 판단합니다. 본 사건에서는 관리인 선임 결의 하자의 소명(피보전권리)과 직무정지의 급박성(보전의 필요성) 모두 인정되지 않아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었습니다.
건물 관리인 선임 시 서면의결권 행사를 허용하는 경우, 해당 서면이 언제 작성되었는지보다는 관리인 선임에 대한 명확한 찬성 의사가 있고 집회 시까지 철회되지 않았는지가 더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집합건물법상 관리인 선임은 반드시 선거와 같은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며, 특정 후보자에 대한 찬반 결의 방식으로도 적법하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건물 내 구분소유자가 아니더라도, 시행사나 분양자로서 실제 건물을 점유, 관리하고 있고 구분소유자와의 신탁계약 등을 통해 그 권리가 인정되는 경우라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위임장의 유효성을 다투는 경우에는 단순한 추측이 아닌, 위임장에 중대한 하자가 있거나 부당하게 취득되었음을 입증할 구체적인 증거가 필요합니다. 관리인의 직무정지 가처분은 본안 소송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임시로 직무를 정지시키는 제도이므로, 법원은 현 관리인의 선임 절차의 중대한 하자는 물론이고 현 관리인을 정지시킬 급박한 필요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합니다. 기존 관리인이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거나, 임시 관리인 선임 시 더 큰 혼란이 예상되는 경우 등은 보전의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