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 국제
파키스탄 국적의 외국인 A씨는 한국에서 비전문취업(E-9) 체류자격으로 11년 넘게 근무하던 중 숙련기능인력(E-7-4) 체류자격으로 변경 신청을 했습니다. 그러나 A씨의 고용 업체인 B주식회사가 신청 기간에 물환경보전법 위반으로 조업정지 처분 중이었고, 이를 이유로 출입국․외국인사무소는 A씨의 체류자격 변경을 불허했습니다. A씨는 이 처분이 재량권 남용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주어 불허 결정을 취소했습니다.
원고 A씨는 E-9 비자로 11년간 한국에서 일하며 숙련기능인력으로 인정받기 위해 E-7-4 비자 변경을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신청 심사 중 A씨의 회사 B가 물환경보전법 위반으로 2023년 1월 21일부터 4월 20일까지 3개월간 조업정지 처분을 받게 되었습니다. 피고인 양주출입국․외국인사무소는 이 조업정지 기간이 신청 기간과 겹친다는 이유로 '고용업체 정상 운영 여부'라는 심사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A씨의 비자 변경을 불허했습니다. 이에 A씨는 피고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행정심판을 거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출입국․외국인사무소가 외국인 근로자의 체류자격 변경 신청을 심사하면서, 고용 업체의 일시적인 조업정지 상태를 이유로 '고용업체 정상 운영'이라는 내부 심사기준을 적용하여 불허한 것이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위법한 처분인지 여부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입니다.
법원은 피고(양주출입국․외국인사무소장)가 2023년 4월 25일 원고에 대하여 내린 체류자격 변경 불허 결정을 취소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소송 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피고의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특정활동(E-7) 체류지침'은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에 불과하여 법규성이 없으므로, 처분의 적법성은 지침만이 아니라 상위 법령의 취지에 따라 판단해야 합니다. 둘째, B회사의 조업정지 처분 시점이 행정청의 행정 처리 시점에 따라 달라졌고, 만약 조업정지 처분이 신청 전이나 후에 내려졌다면 요건을 충족했을 것이라는 점에서 처분 시점에 따른 불합리성이 있습니다. 셋째, B회사는 조업정지 처분 이전에 정상적으로 운영되었고, 조업정지 기간 이후에도 정상 운영되고 있으며, 원고는 조업정지 기간에도 계속해서 근로관계를 유지하고 임금을 지급받으며 기계·설비 관리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고용 업체의 일시적인 조업정지만을 이유로 체류자격 변경을 불허한 것은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제12조 (체류자격): 이 규정은 특정활동(E-7) 체류자격의 대상을 '대한민국 내의 공공기관․민간단체 등과의 계약에 따라 법무부장관이 특별히 지정하는 활동에 종사하려는 사람'으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숙련기능인력(E-7-4)은 이 특정활동 체류자격의 한 종류로, 전문적인 지식, 기술, 기능을 가진 외국인력 도입을 위해 지정된 분야입니다.
체류자격 변경 허가의 재량권과 한계: 체류자격 변경 허가는 신청인에게 새로운 체류 자격을 부여하는 '설권적 처분'의 성격을 가지므로, 허가권자인 출입국․외국인사무소장은 관계 법령 요건 충족 여부 외에도 신청인의 적격성, 체류 목적, 공익상의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허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재량권을 가집니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2016. 7. 14. 선고 2015두48846 판결 등)에 따르면, 이러한 재량권 행사 시 판단의 기초가 된 사실인정에 중대한 오류가 있거나, 비례·평등의 원칙을 위반하거나,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는 등의 사유가 있다면 이는 재량권 일탈․남용으로서 위법하다고 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의 처분이 이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행정청 내부 지침의 법규성: 이 사건에서 피고가 근거로 삼은 '특정활동(E-7) 체류지침'은 그 형식과 내용에 비추어 볼 때 행정기관 내부의 사무 처리 준칙에 불과하며 일반 국민이나 법원을 구속하는 법규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되었습니다. 따라서 처분의 적법성 여부는 이러한 내부 지침에만 따를 것이 아니라, 출입국관리법규의 전반적인 취지와 목적에 부합하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합니다.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