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조합의 동의서 징구 용역 계약 무효 판결

재개발·재건축 컨설팅업체인 원고가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인 피고의 전 조합장과 체결한 업무대행 용역 약정에 따라 용역대금과 부당이득금의 지급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해당 약정이 조합 총회 의결 없이 체결되었고 원고가 정비사업 전문관리업체로 등록되지 않아 무효이며, 반대 조합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하여 동의서를 징구한 행위는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여 부당이득 반환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모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주식회사 A (재개발·재건축 컨설팅업체)
• 피고: V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주택 재건축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조합)
• 당시 조합장 H: 피고 조합의 전 조합장으로, 원고와 문제가 된 업무대행 용역 약정을 체결한 당사자
• I 및 기타 반대파 토지등소유자 6명: 당시 H 조합장의 운영에 반대했으나, 원고로부터 금원을 받고 협조하여 동의서를 제출한 조합원들. 현재 조합장인 F도 이들 중 한 명이었음

분쟁 상황

재개발·재건축 컨설팅업체인 원고는 2017년 10월경 피고 조합의 당시 조합장 H과 업무대행 용역 약정을 체결했습니다. 이 약정은 조합설립(변경) 동의서 및 분양신청서 징구 업무에 대한 비용을 피고 조합이 부담하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비용은 조합 예산에 없었고, 약정 체결 시 총회 의결도 거치지 않았습니다. 당시 조합장 H은 I 등 6명의 토지등소유자로 구성된 반대파의 반발로 조합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이들 반대파를 무마시키기 위해 원고를 통해 총 2억 4,100만 원이라는 거액의 금원을 지급하고 동의서를 받았습니다. 원고는 이후 약정에 따른 용역대금 4억 8,500만 원을 피고에게 청구했으나 거절당하자 소송을 제기했으며, 예비적으로 부당이득금 2억 8,550만 원을 청구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 약정이 피고 조합의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아 무효인지, 원고가 정비사업 전문관리업체로 등록되지 않아 약정이 무효인지, 약정이 무효일 경우, 원고가 제공한 용역에 대해 피고에게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지, 특히 원고가 반대파 조합원들에게 금원을 지급하고 동의서를 받은 행위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1. 원고의 주위적 청구(용역대금 4억 8,500만 원)를 모두 기각한다.
2. 원고의 예비적 청구(부당이득금 2억 8,550만 원)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결론

법원은 이 사건 약정이 ① 구 도시정비법 제24조 제3항 제5호에 따라 예산으로 정하지 않은 조합원 부담 계약임에도 총회 의결을 거치지 않아 효력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② 구 도시정비법 제69조 제1항 제1호 및 6호에 규정된 정비사업 동의 및 관리처분계획 관련 업무를 수행했음에도 원고가 시·도지사에게 정비사업 전문관리업체로 등록하지 않은 무등록 업체였으므로 약정 자체가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예비적 청구인 부당이득 반환 청구에 대해서는, 피고 조합이 원고의 용역으로 이득을 얻었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가 반대파 조합원들에게 거액의 금원을 지급하고 동의서를 징구한 행위는 구 도시정비법 제84조의3 제6호 위반인 서면동의서 매매에 해당하여 불법원인급여(민법 제746조)에 해당하므로, 설령 피고에게 이득이 발생했더라도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 판결에는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1.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24조 제3항 제5호 (2017. 2. 8. 법률 제1456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 조항은 '예산으로 정한 사항 외에 조합원에게 부담이 되는 계약'은 조합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총회의 의결 없이 체결된 이러한 계약은 효력이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가 피고의 당시 조합장 H과 체결한 업무대행 용역 약정은 조합설립(변경) 동의서나 분양신청서 징구 비용을 피고가 부담하는 내용이었으나, 이 비용은 예산으로 정해져 있지 않았고 총회 의결도 거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법원은 이 약정이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2.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69조 제1항 제1호 및 6호 (2017. 2. 8. 법률 제1456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 조항은 조합 설립 동의 및 정비사업 동의에 관한 업무 대행, 관리처분계획 수립 업무 대행 등의 업무를 수행하려는 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이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강행규정으로, 이를 위반한 위탁 계약은 무효로 봅니다. 원고는 조합설립(변경) 동의서 및 분양신청서 징구 업무를 수행했음에도 서울특별시장에게 정비사업 전문관리업체로 등록하지 않았으므로, 법원은 이 약정 또한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3. 민법 제746조 (불법원인급여)​: 민법 제746조는 '불법의 원인으로 인하여 재산을 급여하거나 노무를 제공한 때에는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 불법원인이 수익자에게만 있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합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가 반대파 토지등소유자 6명에게 총 2억 4,100만 원이라는 거액을 지급하고 조합설립변경동의서를 징구한 행위는 사실상 서면동의서를 매매하는 행위로, 구 도시정비법 제84조의3 제6호 위반죄에 해당하는 불법적인 행위로 판단되었습니다. 따라서, 설령 피고 조합이 원고의 행위로 인해 이득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그 원인이 불법적이었으므로 원고는 피고에게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할 수 없게 됩니다.
4.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84조의3 제6호: 이 조항은 정비사업과 관련하여 서면동의서를 매매하거나 금품, 향응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 원고의 금원 지급 및 동의서 징구 행위는 이 조항에 위배되는 불법행위로 간주되어 불법원인급여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참고 사항

재건축·재개발 조합 관련 계약을 체결할 때는 다음 사항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1. 계약 내용이 조합 예산에 포함되어 있는지, 또는 예산 외의 사항으로 조합원에게 부담을 주는 계약이라면 반드시 조합 총회 의결을 거쳤는지 확인하세요.
2. 정비사업 전문관리업무(조합설립 동의서 징구, 분양신청서 징구 등)는 관련 법령에 따라 시·도지사에게 등록된 전문업체만 수행할 수 있습니다. 무등록 업체와의 계약은 법적 효력이 없습니다.
3. 조합 운영 과정에서 특정 조합원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금품을 제공하고 동의서를 받는 행위는 도시정비법상 '서면동의서 매매'에 해당하여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불법행위입니다. 이러한 불법적인 행위로 인해 발생한 이득은 민법상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여 법적으로 반환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4. 계약의 주된 목적이 조합 전체의 이익이 아닌, 특정 조합장 개인의 직위 유지 등 사적인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해당 계약의 효력은 물론 그로 인한 부당이득 반환도 인정되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