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민사사건
울산 G부두에서 선박 H호와 I호의 앵커가 얽히면서 I호가 부두 안벽에서 끌려가 A 주식회사 소유의 로딩암이 손상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H호의 선주 C는 선박소유자책임법에 따라 책임제한 절차를 신청했고, 법원은 H호와 I호의 과실비율을 5:5로 보고 C에 대한 제한채권액을 866,644,686원으로 사정재판했습니다. 이에 A 주식회사와 C 모두 사정재판 결과에 불복하여 이의의 소를 제기했고, 법원은 이를 병합하여 심리한 결과 H호와 I호의 과실비율을 6:4로 변경하고 A 주식회사의 C에 대한 최종 제한채권액을 594,778,954원으로 새로 사정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2017년 3월 24일 새벽, 울산 G부두에서 액화석유가스 수송선박 I호(D 소유)가 프로필렌 선적 작업을 하던 중, 옆 선석에 정박해 있던 액화석유가스 수송선박 H호(C 소유)가 앵커를 올리며 출항하는 과정에서 두 선박의 앵커가 서로 얽히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I호가 부두 안벽에서 바다 방향으로 끌려가면서 파이프라인에 연결되어 있던 A 주식회사 소유의 로딩암 2기가 휘어져 손상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피해를 입은 A 주식회사는 약 19억 7천만원의 손해배상을 주장하며 H호의 선주 C가 개시한 선박소유자 등의 책임제한 절차에 참여했습니다. 책임제한 절차에서 법원은 두 선박의 과실비율을 5:5로 보고 C의 제한채권액을 약 8억 6천만원으로 사정했으나, 양측 모두 이 결정에 불복하여 이의의 소를 제기하며 법정 다툼을 이어갔습니다.
이 사건은 H호와 I호 두 선박의 앵커 얽힘 사고에 대한 과실 유무와 과실비율, 손상된 로딩암의 신규 구매·발주 및 설계·공사비용 산정 시 잔가율 적용의 적정성, 임시 로딩암 임차비용 및 임차 기간 산정의 적정성, 그리고 책임제한 절차에서 제한채권의 지연손해금 산정 기준 시점이 주요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울산지방법원의 2018책1 선박책임제한 사건 사정재판 중 피고 겸 원고(C)에 대한 부분을 변경하여, 원고 겸 피고(A 주식회사)의 피고 겸 원고(C)에 대한 제한채권액을 594,778,954원으로 사정했습니다. 원고 겸 피고와 피고 겸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모두 기각되었으며, 소송비용은 원고 겸 피고가 50%, 피고 겸 원고가 30%, 피고 D가 20%를 각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재판부는 사고 선박 H호와 I호의 과실비율을 H호 6 : I호 4로 판단하여 기존 사정재판의 5:5 비율을 변경했습니다. 손해액 산정에 있어서는 로딩암의 장부가액이 아닌 실제 신규 구매·발주 비용을 인정하되, 감정평가기준을 고려하여 잔가율 50%를 적용했습니다. 임시 로딩암 임차비용은 임차비 산정 기준은 합리적이라고 보았으나, 임차 기간은 원고가 일체형 로딩암을 선택하여 길어진 부분을 제외하고 합리적인 기간(최대 9개월)으로 제한하여 인정했습니다. 지연손해금의 경우 선박소유자책임법 제42조 제1항에 따라 책임제한 절차의 '최초 조사기일'까지 발생한 것만 인정하여, 사고일로부터 완제일까지를 주장한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판단을 종합하여 원고 A 주식회사의 피고 C에 대한 최종 제한채권액은 594,778,954원으로 확정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해상 사고로 인한 배상책임과 손해배상액 산정에 관련된 여러 법리와 법률이 적용되었습니다.
1. 선박소유자 등의 책임제한절차에 관한 법률 (선박소유자책임법) 제9조: 이 조항은 선박소유자가 해상사고로 인한 배상책임을 일정한 범위 내에서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의 개시에 대해 규정합니다. 선박사고 발생 시 선박소유자는 자신의 모든 재산으로 손해를 배상하는 것이 아니라, 법에서 정한 한도 내에서만 책임을 지도록 하여 해상운송 산업의 발전을 도모하는 제도입니다. 이 사건에서 H호의 선주 C가 로딩암 손상에 대한 배상책임을 제한하기 위해 이 절차를 신청했습니다.
2. 선박소유자책임법 제59조 제4항: 사정재판(책임제한 절차에서 채권액 등을 정하는 재판)에 불복하는 경우 이의의 소를 제기할 수 있으며, 이의의 소가 여러 개 제기되면 법원이 이를 병합하여 심리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본 사건에서 원고와 피고 C가 각각 사정재판에 불복하여 이의의 소를 제기했고, 법원이 이 두 사건을 병합하여 처리했습니다.
3. 선박소유자책임법 제42조 제1항: 제한채권의 범위를 정하는 조항으로, 이자, 지연손해금, 위약금 등의 청구권은 책임제한 절차의 '최초 조사기일'까지 발생한 것만 책임제한 절차에 참가할 수 있다고 명시합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사고일로부터 완제일까지의 지연손해금을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 조항에 따라 최초 조사기일까지의 지연손해금만 인정했습니다. 이는 일반적인 손해배상 사건과는 다른 선박책임제한 절차의 특수성을 보여주는 법리입니다.
4.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법리 (민법 제750조 관련): 타인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손해를 입은 경우, 가해자가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원칙입니다. 본 사건에서는 H호와 I호의 선박 운항상 과실로 인해 로딩암이 손상되었으므로, 두 선박의 선주들이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됩니다. 과실비율은 사고 발생 경위, 각 선박의 주의의무 위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됩니다.
5. 손해배상액 산정에서의 감가상각 및 잔가율: 불법행위로 소유물이 훼손되어 수리가 불가능하다면 훼손 당시의 교환가치가 통상의 손해액이 됩니다. 특히 내용연수가 오래된 물건을 신품으로 교체할 때에는 신품 재조달 비용에서 감가상각비용을 공제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신규 부품으로 교환하더라도 훼손된 물건의 전체 가치가 손상 이전의 가치를 초과하지 않는다고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감가상각을 공제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28년 된 로딩암에 대해 감정평가 기준과 기계의 경제성 등을 고려하여 잔가율 50%를 적용하여 교환가치를 산정했습니다.
항만시설을 이용하는 선박들은 인접 선박의 투묘(닻을 내림) 및 양묘(닻을 올림) 상황을 사전에 충분히 확인하고 통신하여 앵커 얽힘 등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선석 간 간격이 좁거나 항만 내 회전반경이 작은 부두에서는 앵커 조작 시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선박 간 앵커 얽힘 사고가 발생하면 즉시 엔진을 멈추거나 역추진하는 등의 신속한 조치를 취하여 추가적인 손해를 방지해야 합니다. 손해배상액 산정 시, 내용연수가 오래된 시설물이라도 신품으로 교체하는 경우 감가상각이 적용될 수 있으며, 이때 감정평가 기준과 실제 사용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잔가율이 결정됩니다. 임시 시설물 임차 비용은 사고로 인한 불가피한 손해로 인정될 수 있으나, 임차 기간이 과도하게 길어진 경우 손해액이 제한될 수 있으므로 손해 복구를 위한 기간을 합리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선박소유자 책임제한 절차에서 지연손해금은 '최초 조사기일'까지만 인정되므로, 손해 발생 시점부터의 모든 지연손해금이 인정되는 일반적인 민사 소송과는 차이가 있음을 유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