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강제추행
피고인 A는 회사 회식 후 술에 취한 회사 직원인 피해자 G를 모텔에서 간음한 혐의(준강간)로 기소되었습니다. 피고인은 성관계 사실은 인정했지만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고, 자신에게 준강간의 고의도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해자가 사건 당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피고인에게 그러한 상태를 이용하려는 고의가 있었다는 증거도 부족하다며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2021년 11월 3일, 피고인 A는 회사 직원들과 함께 회식에 참여했습니다. 1차 회식 후, 피고인과 피해자 G 등 3명이 2차 회식자리로 이동하여 추가로 술을 마셨습니다. 2차 회식 자리를 마치고 다른 직원이 귀가한 후, 피고인과 피해자는 같은 날 21시 39분경 'N모텔'에 도착하여 21시 46분경 객실에 입실했고, 성관계가 있었습니다. 피해자는 22시 22분경 객실에서 잠시 나갔다가 다시 들어왔고, 22시 25분경 피고인을 뿌리치고 모텔 밖으로 나갔습니다. 피해자는 길을 헤매다 경찰에 의해 발견되었으며, 이후 피고인 A를 준강간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피해자는 당시 술에 만취하여 기억이 나지 않는 '블랙아웃' 상태였다고 주장하며, 피고인이 자신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성관계 당시 피해자가 술에 취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였는지 여부. 둘째, 피고인에게 피해자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하려는 '준강간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피고인 A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해자가 사건 당시 술에 취하여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설령 피해자가 그러한 상태에 있었다 하더라도, 피고인이 이를 이용하려는 준강간의 고의를 가지고 성관계를 가졌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는 공시되지 않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준강간죄의 성립 요건 (형법): 준강간죄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하는 행위를 처벌합니다. 여기서 '심신상실'은 정신 기능의 장애로 인해 성적 행위에 대한 정상적인 판단 능력이 없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항거불능'은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으로 인해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뜻합니다.
알코올과 심신상실/항거불능의 판단 기준: 법원은 의학적 개념으로서의 '알코올 블랙아웃(black-out)'과 '패싱아웃(passing-out)'을 구분합니다. 블랙아웃은 단지 기억이 형성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하며, 이 상태였다고 해서 반드시 인지 기능이나 의식이 마비된 '심신상실' 상태였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패싱아웃'처럼 술에 취해 의식을 잃고 잠이 들거나, 알코올의 영향으로 의사를 형성할 능력이나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행위에 맞서려는 저항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였다면 '항거불능'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태는 피해자의 음주량, 음주 속도, 평소 주량, 음주 후 행동, CCTV 영상, 목격자 진술 등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준강간의 고의: 피고인에게 준강간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다는 것을 피고인이 인식하고, 그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다는 구성요건적 결과 발생의 가능성을 인식하며, 그러한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었어야 합니다. 피해자의 일방적인 추측성 진술만으로는 이러한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무죄 추정의 원칙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 형사재판에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지 않을 때에는 법원은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해야 합니다.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기준: 술에 취해 단순히 기억이 나지 않는 '블랙아웃' 상태와 의식을 잃어버린 '패싱아웃' 상태는 법적으로 다르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의식이 없어 잠이 들었거나,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등 외형적으로도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였는지를 중요하게 판단합니다. 단순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진술만으로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로 인정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객관적인 증거의 중요성: 사건 당시의 CCTV 영상, 목격자 진술, 당시의 언동 등 피해자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증거가 매우 중요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해자가 혼자 걸어 다니고, 모텔 직원과 대화하는 등의 모습이 CCTV나 진술을 통해 확인되어 항거불능 상태로 인정되지 않은 점이 있었습니다.
피해자의 주량 및 음주 습관: 피해자의 평소 주량, 사건 당일의 음주량과 음주 속도, 술에 취했을 때의 행동 양상 등 개인적인 특성도 판단에 영향을 미칩니다. 피해자가 평소 술에 취해도 집에 무사히 귀가하는 등 외형적으로 크게 취한 티가 나지 않는다는 진술이 있었던 점도 고려되었습니다.
가해자의 고의 입증: 준강간죄가 성립하려면 피고인이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라는 것을 인식하고, 그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하려는 의도(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입증되어야 합니다. 피해자의 추측성 진술만으로는 피고인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이 강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