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살인 · 노동
이 사건은 공사 현장에서 옹벽 블록을 하역하던 중 안전 수칙 미준수 및 작업 계획 미작성으로 인해 운송 기사가 낙하물에 깔려 사망한 사고에 대한 판결입니다. 하청업체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 굴삭기 조종수, 신호수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이들의 소속 법인과 원청업체 및 원청 안전보건관리책임자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법원은 안전조치 의무 위반의 심각성과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를 고려하여 처벌을 내렸지만, 피고인들이 반성하고 유가족이 처벌을 원치 않는 점 등을 참작하여 일부 피고인들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피해자 M은 2021년 9월 14일 오후 4시경 시흥시 공사 현장에 옹벽 블록 36개(개당 410kg)를 운송했습니다. 피고인 E는 굴삭기를 이용해 블록을 하역하는 작업을 시작했는데, 이 블록들은 암수 물림점이 있어 완전히 분리하지 않고 하역할 경우 낙하할 위험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피고인 B은 하역 작업에 대한 구체적인 위험 예방 대책과 작업 방법을 포함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피고인 E는 블록의 암수 물림점을 완전히 제거하지 않은 채 3개의 블록을 하역했습니다. 피고인 F는 신호수로서 작업 반경에 다른 사람의 접근을 통제해야 했지만, 피해자 M이 화물차 왼편에서 옹벽 고정용 밴드를 정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통제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하역 중인 블록과 맞물려 있던 반대쪽 블록 하나가 피해자의 화물차 왼편으로 넘어가 낙하했고, 피해자는 그 아래 깔려 같은 날 오후 5시 55분경 몸통 부위 손상으로 사망에 이르렀습니다. 원청인 C 주식회사와 그 안전보건관리책임자 D는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조치를 취하지 않은 책임이, 하청인 A 주식회사와 그 안전보건관리책임자 B는 작업계획서 미작성 및 안전조치 미이행의 책임이 인정되었습니다.
건설 현장에서 중량물 하역 작업 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한 사업주 및 관리 책임자의 안전조치 의무 위반 여부와 근로자들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한 사망 사고의 책임 소재입니다. 특히 작업계획서 작성, 위험 예방 대책 수립, 작업 반경 통제 등 기본적인 안전 수칙 준수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 C 주식회사와 D에게 각각 벌금 200만 원, 피고인 A 주식회사에게 벌금 200만 원, 피고인 B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피고인 E와 F에게 각각 금고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습니다. 피고인 D가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노역장에 유치하도록 명했으며, 벌금에 상당하는 금액의 가납을 명했습니다.
이 판결은 중량물 취급 작업 현장에서 안전조치 의무를 소홀히 한 사업주와 안전보건관리책임자, 그리고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현장 근로자 모두에게 형사상 책임을 물었습니다. 특히,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에 대해 직접적인 과실이 있는 근로자뿐만 아니라,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감독해야 할 책임이 있는 사업주와 관리자에게도 법적 책임을 부과함으로써 산업 현장의 안전 의무 준수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