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이 사건은 한 회사(원고)가 구인 공고를 내고 면접을 진행한 후 지원자(피고보조참가인)에게 유선으로 합격 가능성을 언급했으나, 며칠 뒤 최종 입사 보류를 통보한 상황에 대한 것입니다. 지원자는 이를 부당해고로 주장하며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고, 중앙노동위원회는 채용 내정이 이루어져 근로관계가 성립했다고 보고 회사의 통보를 부당해고로 판단했습니다. 이에 회사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 판정이 위법하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회사와 지원자 사이에 확정적인 근로관계가 성립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 판정을 취소했습니다.
A 주식회사는 2022년 10월 관리총괄 이사 채용 공고를 냈고, B는 이에 지원하여 면접을 보았습니다. 2022년 11월 3일, A 주식회사 대표이사는 B와 유선 통화에서 B가 채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의 발언과 출근에 대한 언급을 했습니다. 하지만 2022년 11월 7일, 대표이사는 B에게 '입사를 보류해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내일 출근은 어렵게 되었습니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이후 '내부 조율이 안되어 보류된 것이니 다른 곳에 취업해도 된다'는 취지의 회신을 보냈습니다. B는 이 통보를 부당해고로 보고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으나 기각되었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여 '채용 내정이 이루어져 근로관계가 성립되었으며, 통보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에 A 주식회사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 판정이 위법하다며 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회사의 유선 합격 가능성 언급과 이후의 입사 보류 통보가 과연 '근로계약의 성립'으로 이어졌는지, 그리고 이 통보가 '부당해고'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입니다.
법원은 중앙노동위원회가 2023년 7월 11일 내린 재심 판정을 취소했습니다. 즉, 회사가 지원자에게 한 채용 취소 통보를 부당해고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소송 비용은 중앙노동위원회와 지원자가 각각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회사의 대표이사가 지원자와 유선 통화 시 '두 사람으로 좁혀졌다', '일단 선정은 해놓았다', '거의 최종입니다'와 같은 표현을 사용한 것은 최종적인 채용 확정 의사를 밝힌 것이 아니라 내부적으로 유력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의미로 보았습니다. 또한 급여, 구체적 업무 내용, 권한 범위, 계약 기간 등 근로계약의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항에 대해 구체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회사와 지원자 사이에 확정적인 근로관계가 성립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채용 취소 통보는 해고가 아니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계약 성립의 법리'가 중요하게 적용되었습니다. 계약이 성립하려면 당사자 사이에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하는데, 이는 단순히 모든 사항에 대해 합치될 필요는 없지만, 계약의 본질적이거나 중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합치가 있거나 적어도 나중에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합니다 (대법원 2017다242867 판결 참조). '청약'은 그에 응하는 승낙만 있으면 계약이 성립할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확정적인 의사표시여야 하며, 계약의 내용을 결정할 수 있을 정도의 사항을 포함해야 합니다. 이 판결에서는 회사가 지원자에게 한 발언이나 채용 공고 내용만으로는 급여, 업무, 계약 기간 등 근로계약의 중요 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근로계약이 성립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채용 내정'의 경우에도 유효한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할 수 있지만(대법원 2000다51476 판결 참조), 이때에도 근로계약의 본질적인 부분에 대한 합의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회사는 채용 과정에서 '합격 내정'이나 '채용 유력'과 같은 표현을 사용할 때 신중해야 합니다. 근로계약의 본질적인 사항인 급여, 업무 내용, 근로 형태, 계약 기간 등이 구체적으로 합의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근로계약이 성립되지 않았다고 판단될 여지가 큽니다. 채용 공고에 중요 조건들을 명확히 기재하거나, 최종 합격 통보 시에는 주요 근로조건을 명시하고 서면으로 전달하여 오해를 방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원자 또한 면접이나 유선 통화에서 받은 '긍정적인' 답변을 최종 합격으로 단정하기보다, 구체적인 근로 조건이 명시된 서면 합격 통보를 받을 때까지는 근로계약이 확정되지 않았음을 인지하고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