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D대학교 조교수인 B 교수가 동료 교수의 학문적 능력을 언급하며 자신의 강의 배정 문제에 대해 여러 이메일을 발송하자, 학교법인 A는 이를 교원의 품위유지 의무 위반 및 본분에 어긋나는 행위로 판단하여 B 교수에게 견책 징계를 내렸습니다. B 교수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징계 취소를 청구했고, 위원회는 징계 절차의 하자와 징계 사유 불인정을 이유로 견책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이에 학교법인 A는 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징계 절차상 하자가 존재하고 이메일 내용 또한 교원의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학교법인 A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D대학교 조교수 B는 2022년 1월부터 학교 이사장, 학장, 교무처장, 국민 신문고, 교육부 등에 여러 이메일(‘이 사건 각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이 이메일에는 B 교수가 재임용된 이후 선임 교수로서의 강의 선택 우선권이 지켜지지 않는 등 차별을 받고 있다는 주장과 함께, 동료 교수 H이 마케팅 비전공자라는 내용이 포함되었습니다. H 교수는 B 교수가 과도한 권리 주장을 하고 허위 사실을 유포한다며 학교에 조사를 요청했고, 학교법인 A는 B 교수가 H 교수의 명예를 훼손하고 모욕감을 주었다고 판단하여 징계 절차를 시작했습니다. 2022년 9월, 학교법인 이사장은 B 교수의 행위가 ‘교원의 본분에 어긋나는 행위’ 및 ‘교원으로서의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며 교원징계위원회에 징계를 요구했습니다. 징계의결 요구서에는 ‘이 사건 각 이메일’ 내용만이 징계 사유로 명시되었습니다. 이후 교원징계위원회는 2022년 12월 1일 B 교수에게 ‘견책’ 처분을 의결했고, 학교법인은 2023년 2월 1일 B 교수에게 견책 징계를 내렸습니다. 이에 B 교수는 징계가 부당하다며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취소를 청구했고, 위원회는 징계 절차상 하자 및 징계 사유 불인정을 이유로 견책 처분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학교법인 A는 이 결정에 불복하여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학교법인이 B 교수에 대해 견책 징계를 내리는 과정에서 징계 절차상 하자가 있었는지 여부입니다. 특히 징계 사유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B 교수의 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되었는지가 문제되었습니다. 둘째, B 교수가 발송한 이메일의 내용이 사립학교법과 국가공무원법에서 규정하는 교원의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하거나 교원의 본분에 어긋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이러한 징계 사유와 절차적 하자를 고려할 때 B 교수에게 내려진 견책 처분이 정당한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학교법인 A의 교원소청심사위원회 결정 취소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가 B 교수에 대한 견책 처분을 취소한 결정이 정당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B 교수에 대한 학교법인 A의 견책 징계는 최종적으로 취소되었습니다. 소송 비용은 원고인 학교법인 A가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이 판결은 교원 징계 처분을 내릴 때 절차적 정당성을 엄격하게 준수해야 하며, 징계 사유가 되는 행위의 목적과 내용을 신중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특히, 징계 사유가 명확하게 특정되지 않아 징계 대상자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초래했다면 이는 중대한 절차상 하자로 인정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교원이 자신의 근로조건 개선이나 직장 내 문제 제기를 목적으로 한 행위가 다소 과장된 표현을 포함하더라도, 그 주된 취지가 정당하다면 품위유지 의무 위반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법원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사건에는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사립학교법 제64조의2 (징계의결요구 등) 및 제66조 제4항 (징계처분 등): 사립학교법은 징계의결 요구 시 징계 대상자에게 징계 사유를 기재한 설명서를 보내고, 징계처분 시에는 사유를 적은 결정서를 교부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이는 징계 혐의자가 어떠한 사유로 징계에 회부되었는지 사전에 인지하고 방어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중요한 절차입니다. 법원은 징계 사유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거나 징계 요구된 사유 외의 다른 사유가 심리 대상이 될 경우 징계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발생한다고 보았습니다.
징계 사유의 기본적 사실관계 동일성 법리: 대법원 판례(2012. 1. 27. 선고 2010다100919 판결 등)에 따르면, 징계위원회는 징계의결 요구권자가 요구한 징계 사유만을 심리하고 판단해야 합니다. 징계의결 이후에 발생한 사정이나 다른 징계 사유를 추가하여 징계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당초 징계 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는 징계 사유를 추가하거나 변경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은 법률적 평가 이전의 구체적인 사실에 초점을 맞춰 그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한지 여부로 판단됩니다. 본 사건에서는 학교법인이 요구한 징계 사유 외의 '별개 이메일 등'은 일시, 내용, 방법 등이 달라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되어 B 교수의 방어권이 침해되었다고 보았습니다.
사립학교법 제55조 제1항 및 국가공무원법 제63조 (품위유지 의무): 이 조항들은 교원에게 직무 내외를 불문하고 품위가 손상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합니다. 교원은 국민에 대한 교육자로서 높은 도덕성과 엄격한 품위유지 의무를 갖습니다. '품위'는 교육자로서 손색이 없는 인품을 의미하며, 품위손상행위 여부는 평균적인 교원을 기준으로 구체적인 상황과 건전한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됩니다(대법원 2019. 12. 24. 선고 2019두48684 판결 등). 그러나 법원은 이 사건에서 B 교수의 이메일이 동료 교수의 학문적 능력을 언급한 것은 자신의 강의 배정 문제 등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목적이었고, 타인의 권리나 이익을 침해하려는 목적이 아니었다고 보아 품위유지 의무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정당한 활동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대법원 판례(2010다100919 판결 취지)를 인용한 것입니다.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징계 절차의 명확성과 방어권 보장: 직장에서 징계 처분을 받을 경우, 징계 사유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명확하게 고지받았는지, 해당 사유에 대해 충분히 소명하고 방어할 기회가 주어졌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징계 사유가 모호하거나, 징계 요구서에 기재되지 않은 사유로 징계가 결정되었다면 절차상 하자로 징계의 효력이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징계 사유의 사실관계 동일성: 징계위원회는 최초 징계 요구 시 제시된 사유만을 심리해야 하며,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없는 다른 사유를 추가하여 징계할 수 없습니다. 징계 과정에서 새로운 사유가 추가되었다면, 이는 징계 대상자의 방어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절차가 될 수 있습니다.
교원의 품위유지 의무와 정당한 문제 제기: 교원에게는 일반 직업인보다 높은 품위유지 의무가 요구되지만, 이는 교육자로서의 직책에 걸맞은 인품을 유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직장 내 부당한 대우나 차별에 대해 자신의 근로조건 개선, 복지 증진 등을 목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정당한 활동으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설령 사용된 표현이 다소 과장되거나 일부 불확실한 내용이 포함되었다 하더라도, 그 전체적인 취지가 정당한 목적에 있다면 일률적으로 품위유지 의무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문제 제기 방법과 내용: 직장 내 문제에 대해 이메일이나 문서로 소통할 경우, 주요 주장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드러나도록 작성해야 합니다. 동료에 대한 비난이나 명예훼손보다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제시하고, 문제가 되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설명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