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재단법인 A는 자신이 운영하는 요양병원 내에 장례식장을 설치하고 운영하기 위해 정관 변경 허가를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신청했으나, 보건복지부장관은 지역 주민의 집단 민원 발생 우려와 재단 설립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습니다. 이에 재단법인 A가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재단법인의 정관변경 허가가 재량행위이기는 하나, 보건복지부장관의 거부 사유가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으로 보아 위법하다고 판단, 거부처분을 취소했습니다.
재단법인 A는 1992년 설립된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의료시설 확충 및 근로자 직업병 예방 등의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2018년 요양병원 개설 허가를 받으면서 '의료기관에서 의료업 외 사업을 할 경우 사전에 정관변경 허가를 득할 것'이라는 조건이 붙었습니다. 원고는 재정난을 겪고 있던 중 2016년 상조회사와 병원 지하 1층에 장례식장을 운영하기로 하는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후 2020년과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요양병원 내 장례식장 운영을 위한 정관변경 허가를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장관은 첫 번째 신청(2020. 7. 29.)에 대해 '채무 상환 등 안정적 운영 여건 부족'을 이유로 거부했고, 두 번째 신청(2021. 3. 16.)에 대해서는 '지역 주민 집단 민원 발생 우려 및 재단 설립 목적에 부합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거부했습니다. 원고는 이 거부처분에 불복하여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기각당하자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1995년 원고 총무이사가 장례식장을 설치하지 않겠다고 발언한 사실과 2017년 인근 주민들의 장례식장 설치 반대 민원 제기 등의 배경이 있었습니다.
재단법인의 정관변경 허가가 기속행위(법에 따라 반드시 따라야 하는 행위)인지 재량행위(행정기관의 판단에 따라 결정할 수 있는 행위)인지, 보건복지부장관이 정관변경을 거부한 이유들(지역 주민 민원 우려, 재단 설립 목적 불부합, 상조회사 개입 우려 등)이 재량권을 벗어나거나 남용한 위법한 처분인지가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피고 보건복지부장관이 2021년 4월 20일 원고 재단법인 A에 대하여 내린 정관변경허가 거부처분을 취소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재단법인의 정관변경 허가 신청에 대한 주무관청의 처분은 공익적 관점에서 판단할 재량권이 인정되는 재량행위라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장관이 정관변경을 거부한 주된 사유들, 즉 '지역 주민의 집단 민원 발생 우려'는 장례식장이 혐오시설이 아니며 정관변경 허가 자체가 즉시 장례식장 운영을 현실화하는 것이 아니므로, 막연한 민원 우려만으로 허가를 거부하는 것은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재단 설립 목적 불부합' 주장에 대해서도 원고가 재무 상황 개선을 통해 궁극적인 설립 목적을 달성하려는 방편으로 장례식장 운영을 추가하는 것이므로 설립 목적과 양립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구 의료법상 의료법인이 장례식장 설치·운영을 부대사업으로 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상조회사의 개입 우려나 정신건강센터의 이전 문제 또한 정관변경 허가를 거부할 타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 결과적으로 보건복지부장관의 거부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중요한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민법 제32조 (비영리법인의 설립과 허가): 학술, 종교, 자선 등 영리 아닌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사단 또는 재단은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아 법인으로 설립될 수 있습니다.
민법 제37조 (법인 사무의 검사, 감독): 법인의 사무에 대해 주무관청이 검사하고 감독할 권한이 있습니다.
민법 제42조 제2항 및 제45조 (정관의 변경 및 허가): 재단법인의 정관 변경은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효력이 발생합니다. 이러한 허가는 법률행위의 효력을 보충하는 '인가'의 성격을 가지며, 주무관청은 공익적 관점에서 정관 변경 인가 여부를 재량으로 판단할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구 의료법 제36조 제1호, 제49조 제1항 제4호 및 구 의료법 시행규칙 제34조 [별표 3] 제20호 라목: 의료기관(종합병원, 병원, 한방병원, 요양병원)은 병원에서 사망하는 사람 등을 위해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장례식장을 설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의료법인은 그 법인이 개설하는 의료기관에서 의료업무 외에 장례식장의 설치·운영을 부대사업으로 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제29조 제1항 (장사시설의 설치): 장사시설을 설치하거나 관리하려는 사람은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허가를 받거나 신고를 해야 합니다. 이는 장례식장 운영을 위한 별도의 행정 절차가 필요함을 의미합니다.
재량행위와 기속행위의 구분: 행정행위가 법에 따라 정해진 요건을 충족하면 반드시 행해져야 하는 기속행위인지, 아니면 행정청의 판단에 따라 결정할 수 있는 재량행위인지는 해당 법규정의 형식이나 문언 등을 개별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상대방에게 이익을 주는 수익적 행정처분으로서 법령에 요건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은 경우, 대체로 행정청의 재량행위로 봅니다.
재량권의 일탈·남용: 재량행위의 경우 행정청은 법령에 금지 규정이 없는 한 행정 목적 달성을 위해 조건 등을 붙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재량권 행사는 비례의 원칙, 평등의 원칙에 적합해야 하며, 행정처분의 본질적 효력을 해치지 않아야 합니다. 장례식장은 사회의 필수 시설로서 단순히 혐오시설로 보아서는 안 되며, 막연한 집단 민원 우려만으로 허가를 거부하는 것은 재량권 남용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비영리 재단법인이 정관을 변경하여 새로운 사업을 추가하려 할 때 주무관청의 허가는 중요합니다. 주무관청은 법인의 목적과 공익을 고려하여 판단할 재량권이 있지만, 그 재량권 행사에는 한계가 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법령상 허용되는 사업이고 법인의 설립목적과 양립 가능하다면 막연한 우려나 과거의 상황만으로 허가를 거부하는 것은 재량권 남용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특히 장례식장과 같은 필수 공공시설은 단순히 혐오시설로 보아 허가를 거부할 수 없으며, 정관변경 허가가 즉시 사업 운영의 허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므로, 추가적인 사업 운영 절차에 대한 오해로 허가를 거부하는 것 역시 신중해야 합니다. 정관변경 허가 신청 시에는 해당 사업이 법인의 설립 목적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 재정적 건전성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무엇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소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거의 발언이나 단발성 민원 제기가 현재의 법적 판단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으므로, 시간의 경과에 따른 사회적 인식 변화와 새로운 상황을 적극적으로 주장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