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원고 A는 ‘B’라는 무한동력 기술을 고안했다고 주장하며 산업통상자원부장관(피고)에게 기술 검토와 의견 회신을 요청하는 민원을 반복적으로 제기했습니다. 이에 피고는 두 차례에 걸쳐 전문가 기술검토위원회를 개최하여 해당 기술이 혁신적이지 않으며 무한동력으로 볼 수 없다는 최종 검토 의견을 원고에게 전달했습니다. 그러나 원고는 검토 결과에 오류가 있다고 주장하며 제3차 기술검토위원회 개최를 요청했으나, 피고는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반복 민원을 종결처리한다는 취지로 이를 거부했습니다. 또한 원고는 제1, 2차 기술검토위원회의 회의록과 촬영사본 정보 공개를 청구했으나, 피고는 해당 정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습니다.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정보공개거부처분과 기술검토위원회 개최 요구 거부 회신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A씨는 자신이 고안한 무한동력과 같은 혁신 기술에 대해 정부가 공식적인 검토를 해주고 그 결과를 신뢰성 있게 공유해주기를 바랐습니다. 정부는 A씨의 거듭된 요청에 따라 두 차례 전문가 위원회를 열어 A씨의 기술을 검토했지만, A씨는 그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추가적인 검토와 과거 회의 자료 공개를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이미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졌고, 더 이상 같은 내용의 민원을 처리할 의무가 없으며, A씨가 요구하는 회의록 등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회신했습니다. 이에 A씨는 정부의 이러한 대응이 부당하다며 법적 다툼을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정보공개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지, 즉 요청 정보가 실제로 공공기관에 존재하는지 여부와 기술검토위원회 재개최 요구 거부 회신이 행정소송 대상인 행정처분에 해당하는지, 즉 국민에게 법령상 또는 조리상 신청권이 인정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소를 각하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정보공개 거부 처분과 관련하여, 원고가 공개를 요청한 회의록과 촬영사본이 피고 기관에 존재한다고 볼 만한 상당한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회의록 작성에 대한 규정이 없었고, 서명부 상단에 '회의록' 문구가 삽입되었다는 이유만으로는 회의록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우며, 회의 녹음파일이 있다고 하여 회의록이 작성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촬영사본 역시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아 원고에게 정보를 공개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기술검토위원회 재개최 요구 거부 회신과 관련해서는, 원고에게 기술검토위원회 개최를 요구할 법령상 또는 조리상 신청권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에너지법, 발명진흥법, 산업기술혁신사업 공통 운영요령 등은 구체적인 신청권을 부여하는 규정이 아니며, 이미 2회에 걸쳐 상세한 검토가 이루어졌기에 조리상 신청권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피고의 거부 회신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부가적으로, 피고의 기술검토는 전문가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중대한 오류나 불합리함이 없었고,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반복 민원을 종결처리한 것이 적법하며, 신뢰보호원칙 위반이나 재량권 일탈·남용도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들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었습니다.
정보공개제도와 정보 부존재: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정보를 보유·관리하고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보공개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의 이익이 없습니다. 본 판결에서 법원은 원고가 요청한 회의록과 촬영사본이 피고 기관에 존재한다고 볼 상당한 개연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각하했습니다. 이는 대법원 2006. 1. 13. 선고 2003두9459 판결 등에서 확립된 법리에 기초합니다.
항고소송의 대상인 행정처분: 행정청의 거부 행위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려면, 신청한 행위가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에 준하는 행정작용이어야 하고, 거부 행위가 신청인의 법률관계에 어떤 변동을 일으켜야 하며, 무엇보다 국민에게 행위 발동을 요구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있어야 합니다(대법원 2017. 6. 15. 선고 2013두2945 판결 등). 본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에게 기술검토위원회 개최를 요구할 법령상 또는 조리상 신청권이 없다고 보아 피고의 거부 회신이 행정처분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 제23조 제1항: 이 조항은 행정기관의 장이 민원인이 동일한 내용의 민원을 정당한 사유 없이 3회 이상 반복하여 제출한 경우, 2회 이상 그 처리 결과를 통지하고 그 후에 접수되는 민원에 대해서는 종결처리할 수 있도록 합니다. 본 사건에서 피고가 원고의 반복된 민원에 대해 이미 2차례 기술검토를 제공했으므로, 이후의 반복 민원을 종결처리한 것은 이 규정에 따라 적법하다고 인정되었습니다.
에너지법 제17조, 발명진흥법 제35조 및 산업기술혁신사업 공통 운영요령: 원고는 이러한 법령들을 근거로 기술검토위원회 개최 신청권이 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들 규정이 주로 국가의 행정적·재정적 조치나 사업 효율성 증진을 위한 것이며, 국민에게 기술검토위원회 개최와 같은 구체적인 신청권을 부여하는 취지는 아니라고 해석했습니다.
행정청의 전문적 판단 존중 원칙 및 재량권: 행정청이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사항에 관하여 전문가의 판단을 거쳤다면, 그 판단의 기초가 된 사실인정에 중대한 오류가 있거나 판단이 객관적으로 불합리하거나 부당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원은 그 판단을 존중합니다(대법원 2022. 9. 16. 선고 2021두58912 판결의 취지 참조). 본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가 2회에 걸쳐 전문가 기술검토위원회를 통해 충분하고 상세한 검토를 진행했으며, 그 판단에 중대한 오류나 불합리함이 없었다고 보아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신뢰보호의 원칙: 행정청의 공적인 견해 표명을 신뢰한 국민의 보호가치 있는 신뢰는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는 행정법의 일반 원칙입니다. 그러나 본 사건에서는 피고가 기술검토위원회를 매번 개최해주겠다는 취지의 공적인 견해 표명을 한 바 없고, 따라서 원고에게 보호가치 있는 신뢰가 형성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되었습니다.
공공기관에 정보 공개를 청구할 때는 해당 정보가 실제로 존재하고 해당 기관이 이를 보유하거나 관리하고 있을 상당한 개연성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추측만으로는 정보 부존재를 이유로 한 거부 처분에 대해 취소를 구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특정 행정 작용(예: 위원회 개최)을 요구할 때, 법규상 또는 조리상 명확한 신청권이 인정되어야만 그 거부 행위가 행정소송의 대상인 행정처분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 제23조 제1항에 따라 정당한 사유 없이 동일한 내용의 민원을 3회 이상 반복하여 제기하는 경우, 행정기관은 2회 이상 처리 결과를 통지한 후 해당 민원을 종결처리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규정을 인지하고 민원을 제기해야 합니다. 행정청의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판단은 중대한 오류나 객관적인 불합리함이 입증되지 않는 한 법원에서 존중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새로운 판단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기존 판단의 명백한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