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
면세점 및 호텔 사업을 운영하는 회사에 법무팀장으로 지원한 지원자가 면접 전형에 합격하고 근로조건 합의서에 서명, 채용검진까지 마친 후 최종합격을 통보받았으나, 회사가 돌연 채용을 취소하여 부당해고라며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한 사건입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되지 않았다고 보아 신청을 각하 및 기각하였고, 지원자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 또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법원은 채용 취소 통보가 있기 전까지 회사와 지원자 사이에 근로계약이 최종적으로 성립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관세청 규제개혁 법무담당관으로 근무하다 퇴직한 원고 A는 면세점 및 호텔 운영 회사인 B사의 법무팀장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했습니다. 서류전형과 임원면접에 합격한 후 '경력채용 직급/급여 합의서'에 서명했고, 대표이사 면접에도 합격하여 채용검진을 받았습니다. 헤드헌팅업체 담당자로부터 최종합격과 2020년 1월 6일 출근 예정이라는 구두 통보를 받았지만, B사는 채용 절차가 진행 중이던 2019년 12월 23일, 원고에 대한 채용 협의 과정에서 채용 형태를 정규직에서 1년 계약직으로 변경하는 안을 제시했고, 원고는 이 변경된 근로조건에 대한 합의서에 서명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B사는 2019년 12월 31일 헤드헌팅업체를 통해 원고에 대한 채용 중단을 통보했습니다. 원고는 이를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으나 각하되었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지만 기각되자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회사와 지원자 사이에 근로계약 관계가 유효하게 성립되었는지 여부 그리고 만약 근로계약이 성립되었다면 회사의 채용 취소 통보가 부당해고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입니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법원은 회사와 원고 사이에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원고가 서명한 '경력채용 직급/급여 합의서'에는 '본 합의서는 최종 합격통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므로 주의 부탁드립니다'라는 문구가 명시되어 있어 최종적인 채용 합의로 보기 어렵습니다. 둘째, 회사가 채용 형태를 정규직에서 계약직으로 변경한 후 새로운 합의서를 보냈으나 원고가 이에 서명하지 않아 최종적인 근로조건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셋째, 회사가 헤드헌팅업체나 원고에게 최종합격 안내 이메일을 발송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고 오히려 채용 중단 의사를 통보했습니다. 넷째, 대표이사 면접 합격 통지 이메일에는 채용검진 외에 평판조회 절차가 남아있음이 명시되어 있어 대표이사 면접 합격만으로 근로계약이 확정되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다섯째, 헤드헌팅업체 담당자가 원고에게 최종합격과 출근일을 구두로 통보했으나, 회사 내부의 업무 연락 내용에 비추어 회사가 직접 이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회사가 헤드헌팅업체의 구두 통보에 구속된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여 법원은 재심판정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본 사건은 채용 취소가 부당해고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핵심이므로, 근로계약의 성립 여부가 중요합니다.
근로계약의 성립: 근로계약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사용자가 이에 대해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입니다. 근로기준법상 특별한 형식을 요구하지 않는 낙성, 불요식 계약이지만, 주요 근로조건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합니다. 근로자가 회사의 채용 절차에 응하는 것은 근로계약의 청약에 해당하며, 회사가 서류전형, 면접 등을 거쳐 최종합격 또는 채용내정 통지를 함으로써 근로계약이 성립합니다. 이 경우 채용내정 관계 역시 근로계약 관계로 보아 이를 취소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합니다. (대법원 2002. 12. 10. 선고 2000다25910 판결 등 참조)
채용내정의 취소와 부당해고: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채용내정의 경우 근로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보며, 채용내정을 취소하는 것은 해고에 해당합니다. 해고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 따라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며, 서면으로 통지해야 합니다. 그러나 근로계약이 성립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채용 취소가 해고로 간주되지 않습니다.
근로자 입증 책임: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입증책임은 근로자임을 주장하는 측에 있습니다. 따라서 본 사건에서 원고는 회사와 근로계약이 성립되었음을 입증해야 할 책임이 있었습니다. (대법원 2006. 11. 9. 선고 2006다54637 판결 등 참조)
본 판례에서는 원고와 회사 사이에 최종적인 근로조건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회사로부터 최종합격 또는 채용내정 통보가 명확히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근로계약이 성립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채용 취소를 부당해고로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채용 과정에서 최종합격 여부를 판단할 때는 반드시 회사의 공식적인 서면 통보를 확인해야 합니다. '최종 합격통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므로 주의 부탁드립니다'와 같은 문구가 명시된 서류는 최종적인 근로계약의 성립으로 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헤드헌팅업체 등 채용 대행 기관의 구두 통보는 회사의 공식적인 의사표시로 간주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최종적인 근로조건과 입사 여부는 회사로부터 직접 확인받고 서면으로 남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근로조건(직급, 연봉, 고용형태 등)이 변경될 경우, 반드시 새로운 조건에 대해 명확히 합의하고 변경된 내용이 반영된 서류에 서명하여 동의 의사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서명이 이루어지지 않은 변경된 근로조건은 최종적인 합의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채용 검진이나 평판 조회와 같은 절차가 남아있다면, 이러한 절차들이 모두 완료되고 최종적으로 회사로부터 채용 확정 통보를 받을 때까지 근로계약이 완전히 성립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