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금 · 행정
지능지수(IQ) 50의 3급 지적장애인인 원고 A씨가 실종된 기간 동안 D씨가 A씨 명의로 주유소 사업자등록을 하고 운영하며 세금을 체납했습니다. 이로 인해 이천세무서와 여주시가 A씨에게 부가가치세, 종합소득세, 등록면허세, 지방소득세 등 약 3억 3천만원 상당의 세금을 부과했습니다. 법원은 A씨가 명의대여의 법률적, 경제적 의미를 이해할 수 없는 지적장애인이고 실제 주유소 운영에 관여하지 않은 점, 과세관청이 간단한 확인으로도 실제 사업자가 A씨가 아님을 알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 등을 종합하여, A씨에게 부과된 세금 처분은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어 무효라고 판결했습니다.
3급 지적장애인 원고 A씨는 2014년경 실종되었는데, 그 기간 동안 D라는 사람이 원고 명의로 'F주유소'의 사업자등록을 하고 주유소를 운영했습니다. D씨는 2014년 12월 31일 폐업신고를 했으나, 2014년 제2기 부가가치세 127,506,817원과 종합소득세, 지방소득세, 등록면허세 등을 납부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이천세무서장은 2015년 2월 13일에 원고에게 부가가치세 128,195,350원(가산세 포함)을, 2016년 10월 5일에 종합소득세 127,611,518원(가산세 포함)을 부과했습니다. 여주시장은 2015년 1월 6일에 등록면허세 34,000원을, 2016년 10월 5일에 지방소득세 12,761,150원을 부과했습니다. 이러한 부과 처분으로 인해 원고는 약 3억 3천만원 상당의 국세 및 지방세 채무를 지게 되자, 원고는 이 채무가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D씨는 원고 명의를 도용한 준사기죄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아 확정된 상태였습니다.
지적장애인의 명의를 도용하여 운영된 사업에 대해 명의자에게 부과된 세금 처분이 과연 유효한지 여부, 즉 과세처분의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당연 무효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와 피고 대한민국 사이에 2014년 제2기 부가가치세 128,195,350원(가산세 포함) 및 가산금 74,417,140원 채무, 2014년 귀속 종합소득세 127,349,610원(가산세 포함) 및 가산금 68,877,950원 채무가 각각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원고와 피고 여주시 사이에 등록면허세 34,000원 및 가산금 1,020원 채무, 지방소득세 12,761,150원 및 가산금 1,148,480원 채무가 각각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했습니다. 소송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지적장애인의 명의를 도용한 사업에 대한 세금 부과 처분은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무효이므로, 원고에게 부과된 모든 국세 및 지방세 채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최종적으로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과세처분이 당연무효가 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위법성을 넘어, 법규의 중요한 부분을 위반한 '중대한' 하자이며, 그 하자가 객관적으로 '명백'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7다24240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때 '중대'하고 '명백'한지 여부를 판단할 때는 과세처분의 근거 법규 목적, 의미,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구체적 사안의 특수성도 합리적으로 고찰해야 합니다. 국세기본법 제14조 제1항에 따른 '실질과세의 원칙'은 과세의 대상이 되는 소득, 수익, 재산, 행위 또는 거래의 귀속이 명의일 뿐이고 사실상 귀속되는 자가 따로 있을 때에는, 사실상 귀속되는 자를 납세의무자로 하여 세법을 적용한다는 원칙입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가 단순히 사업자등록 명의를 빌려준 것에 불과하고 실제 사업자는 D라는 점을 명확히 보았습니다. 또한 원고의 지적장애 정도를 고려할 때 명의대여의 법률적, 경제적 의미를 이해하거나 실제 운영에 관여했다고 볼 수 없어 명의대여에 원고의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판단은 실질과세의 원칙에 비추어 납세의무자가 실제 사업자가 아닌 명의상 사업자에게 부과된 처분은 하자가 있다는 판단의 근거가 됩니다. 본 사안에서 법원은 원고가 실제 사업자가 아니었고, 원고의 지적장애로 인해 명의대여에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과세관청이 간단한 사실 확인으로도 실제 사업자가 원고가 아님을 쉽게 알 수 있었다는 점 등을 종합하여, 해당 과세처분이 실질적 납세의무자가 아닌 자에게 부과되었고 그 잘못이 명백하여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명의가 도용되어 사업자등록이 되었고 그로 인해 세금이 부과되었다면, 실제 사업자가 누구인지, 명의도용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등을 적극적으로 소명해야 합니다. 피해자가 정신적 제약이 있는 사람인 경우, 명의대여의 법률적, 경제적 의미를 이해하고 동의했는지 여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피해자가 자신의 명의를 빌려주는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기 어렵습니다. 과세 당국이 간단한 사실 확인만으로 실제 사업자가 명의자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면, 그 부과 처분은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여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명의 도용으로 인한 세금 부과 처분에 대해 알게 되었다면, 소송을 통해 채무 부존재를 확인받는 방법이 있습니다. 주변에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있다면, 이들의 신분증이나 개인 정보가 도용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고 보호해야 합니다. 명의도용 범죄가 발생했을 경우, 수사기관에 고소하여 범죄 사실을 명확히 밝히는 것이 세금 부과 처분 취소 등 후속 조치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