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리직원 전보 약속 불이행에 따른 부당해고 인정 사건

아파트 관리 회사인 원고는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주택관리 약정을 맺고 D, E 아파트 관리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은 D 아파트 경리대리로 근무하던 중, F 소장이 E 아파트로 전보되면서 참가인에게도 E 아파트로의 전보를 제안했고 참가인은 이를 수락했습니다. 참가인은 전보를 전제로 ‘계약 종료’를 사직 이유로 한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원고는 참가인의 전보를 불허하고 사직서를 수리하여 근로관계를 종료시켰습니다. 참가인은 이를 부당해고로 주장하며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했고, 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를 인정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참가인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주식회사 A (공동주택 관리업 법인, D 및 E 아파트 위탁 관리 회사)
• 피고: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 (노동 분쟁의 재심을 담당하는 기관)
• 피고보조참가인: B (D 아파트 경리대리로 근무했던 근로자)

분쟁 상황

원고는 D 아파트 및 E 아파트의 관리 업무를 맡고 있었습니다. 참가인은 D 아파트 경리대리로 2019. 12. 31.까지로 계약이 갱신되어 근무 중이었습니다. D 아파트 관리소장 F가 E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전보되면서 2019. 12. 19.경 참가인에게 2020. 1. 2.부터 E 아파트로 출근하라고 제안하였고, 참가인은 이를 수락했습니다. 참가인은 2019. 12. 23.경 ‘사직 예정일자: 2019. 12. 31., 사직 이유: 계약 종료’라고 기재한 사직서를 원고에게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원고는 2019. 12. 24.경 참가인의 E 아파트 전보를 불허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결국 참가인에 대한 전보 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채 사직서를 수리했습니다. 참가인은 이에 대해 전보를 조건으로 제출된 사직서였음에도 전보가 불발된 것은 부당해고라고 주장했습니다.

핵심 쟁점

기간제 근로계약 근로자에게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지 여부와, 근무지 전보를 전제로 제출된 사직서가 진정한 사직 의사표시로서 효력을 갖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중앙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인정 재심판정이 정당하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소송을 기각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참가인에게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참가인이 제출한 사직서는 진정한 사직 의사표시가 아니라 근무지 전보 절차를 위해 형식적으로 제출된 것이며, 회사의 대리인인 관리소장은 이러한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사직서의 효력이 없으므로 원고가 근로관계를 종료시킨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무효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은 적법하다고 판시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근로기준법 제27조 (해고의 서면 통지)​: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 사유와 해고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회사가 참가인을 해고하면서 해고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아 해당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2. 기간제 근로계약 갱신기대권 법리: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은 기간 만료로 종료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근로계약의 내용, 체결 동기, 갱신 기준 및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근로자에게 근로계약이 갱신될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사용자가 이를 부당하게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효력이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참가인의 근로계약이 57일의 짧은 기간으로 정해졌으나, 이는 주택관리 약정 종료일에 맞추기 위한 것이었고, 다른 직원들도 약정 갱신 후 계약이 갱신된 점 등을 들어 참가인에게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었습니다.
3. 민법 제107조 제1항 (진의 아닌 의사표시)​: 의사표시를 한 사람의 내심의 의사와 표시된 의사가 일치하지 않을 때, 상대방이 의사표시를 한 사람의 진의 아님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그 의사표시는 무효가 됩니다. 이 사건에서 참가인이 제출한 사직서는 실제 사직 의사가 아니라 근무지 전보 절차를 위해 형식적으로 제출된 것이며, 관리소장이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판단되어 사직서의 효력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4. 민법 제116조 제1항 (대리행위의 효력)​: 대리인이 상대방의 진의 아님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본인이 이를 알았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의사표시는 무효가 됩니다. 이 사건에서 참가인의 사직서를 수리할 권한이 위임된 관리소장 H 소장이 사직서 제출 당시 참가인의 진의가 사직이 아님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판단되어, 사직서의 효력이 부정되었습니다.

참고 사항

기간제 근로자라도 다음과 같은 경우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1.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 갱신 규정이 있는 경우.
2.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가 설정되어 있거나, 관행적으로 계약이 갱신되어 온 경우.
3. 계약서에 갱신기대권을 부인하는 문구가 있더라도, 계약 체결부터 종료까지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갱신기대권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4. 본 사안처럼 짧은 계약 기간이 회사의 위탁 약정 기간에 맞추기 위한 것 등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면, 이를 이유로 갱신기대권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사직서 제출 시 진정한 사직 의사가 아닌 다른 목적(예: 근무지 전보, 형식적 절차 이행 등)으로 제출하는 경우, 그 진의가 아님을 회사(또는 회사의 대리인)가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사직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중요한 근로조건 변경이나 인사이동에 대한 합의는 구두보다는 서면으로 명확히 남겨두는 것이 추후 분쟁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회사는 근로자를 해고할 때 해고 사유와 해고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합니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근로기준법 제27조 위반으로 부당해고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