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 에듀파인 회계시스템 사용 의무화에 대한 소송

교육부장관이 2019년 개정한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에 따라 사립유치원의 에듀파인 회계시스템 사용이 의무화되자, 비법인 형태의 사립유치원 운영자들이 해당 조항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무효 확인 또는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원고들은 이 조항이 법률유보원칙, 재산권, 직업의 자유,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해당 조항이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법령에 불과하며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변동을 초래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지 않아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소를 모두 각하했습니다. 즉, 법원이 조항의 위법성 여부는 판단하지 않고 소송 요건 미비를 이유로 본안 심리 없이 사건을 종결한 것입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들: 비법인 형태로 사립유치원을 운영하는 사람들로, 개정된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 제53조의3이 무효이거나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피고: 교육부장관으로,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 제53조의3을 개정 및 공포하여 사립유치원의 에듀파인 시스템 사용을 의무화했습니다.

분쟁 상황

교육부장관은 2019년 2월 25일 교육부령 제175호로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을 개정하여 제53조의3을 신설했습니다. 이 조항은 고등학교 이하 각급 학교의 교비회계 예산·결산 및 회계 업무를 교육부장관이 지정하는 정보처리장치(에듀파인)로 처리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종래 에듀파인 시행 범위에서 사립유치원은 제외되었으나, 개정을 통해 2019년 3월 1일부터는 현원 200명 이상 사립유치원에, 2020년 3월 1일부터는 현원과 상관없이 모든 사립유치원에 에듀파인 사용이 강제되었습니다.

이에 비법인 형태의 사립유치원을 운영하는 원고들은 이 사건 조항이 직접 사립유치원 운영자에게 의무를 부과하므로 '처분성'이 인정된다고 주장하며, 다음 세 가지 이유로 헌법 또는 상위 법률에 위배되어 무효이거나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1. 법률유보원칙 위배: 해당 조항은 법률의 위임 없이 제정되었고, 사립학교법이나 유아교육법 어디에도 사립유치원의 구체적인 회계 처리 장치에 대해 정하거나 하위 법령에 위임하는 규정이 없다는 주장입니다. 특히 사립학교법은 학교법인을 전제로 한 규정이 많고, 이 사건 규칙 제59조에서도 비법인 형태의 사립유치원에 준용되는 규정으로 이 사건 조항이 열거되어 있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2. 재산권, 직업의 자유, 일반적 행동자유권 침해: 학부모 지원금 및 수업료는 사립유치원 운영자의 소유에 속하는데, 국가관리 회계 시스템 사용을 강제하는 것은 운영자의 재산권, 직업 수행의 자유,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부당하게 제한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인의 재산으로 운영되는 사립유치원 회계에 국가관리 시스템 적용을 강제하는 것은 목적의 정당성을 찾기 어렵고,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습니다.
3. 평등권 침해: 학교법인과 비법인 형태의 사립유치원은 설립자의 개인 재산 분리 여부, 운영자의 책임 범위, 보조금 비율 등 본질적인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조항이 양자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동일하게 취급하여 국가관리 회계 시스템 사용을 강제하는 것은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핵심 쟁점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 제53조의3 중 사립유치원에 대한 부분이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만약 행정처분으로 인정되지 않으면, 해당 조항의 위법성 여부를 판단하기 전에 소송 자체가 각하될 수 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들의 소를 모두 각하했습니다. 그 이유는 이 사건 조항(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 제53조의3)이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법령에 불과하며, 별도의 집행행위(예: 시정명령)가 매개되지 않고서는 국민의 구체적인 권리·의무나 법률관계에 직접적인 변동을 초래하지 않으므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으로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결론

법원은 사립유치원의 에듀파인 회계시스템 사용 의무화 조항 자체의 위법성 여부는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이 조항이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 아니라고 보아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원고들의 청구를 각하했습니다. 따라서 이 판결로 인해 해당 조항의 효력이나 정당성 자체는 유지됩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항고소송 대상으로서의 행정처분: 행정소송법상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은 행정청의 공법상 행위로서 특정 사항에 대하여 법률에 따라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 관계가 있는 행위여야 합니다. 다른 집행행위의 매개 없이 그 자체로 국민의 구체적인 권리·의무나 법률관계에 직접적인 변동을 초래하지 않는 일반적·추상적인 법령 등은 그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입니다 (대법원 2007. 4. 12. 선고 2005두15168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법원은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 제53조의3이 이러한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2.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 제53조의3 (회계업무의 정보처리장치 처리)​: 이 조항은 "고등학교 이하 각급 학교의 교비회계에 속하는 예산·결산 및 회계 업무는 교육부장관이 지정하는 정보처리장치(에듀파인)로 처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사립유치원의 에듀파인 사용 의무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3. 「사립학교법」 제33조 (회계규칙)​ 및 제51조 (사립학교경영자에 대한 준용)​: 사립학교법 제33조는 학교법인의 회계규칙 등 필요한 사항을 교육부장관이 정하도록 하고, 제51조는 이 규정을 사립학교 경영자에게 준용하도록 하여 사립유치원에도 회계 관련 규칙을 적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합니다. 원고들은 사립학교법상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소송 대상 적격 여부에 집중하여 이 부분은 직접적으로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4. 「유아교육법」 제30조 (지도·감독)​ 및 「유아교육법 시행령」 제34조의3 (행정처분의 세부 기준)​: 유아교육법 제30조 제1항은 유치원이 교육관계법령 등을 위반할 경우 원장 또는 설립·경영자에게 시정 또는 변경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제2항은 이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정원감축, 모집 정지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유아교육법 시행령 제34조의3 [별표 1의2] 제2항 라목 4)항은 교비회계 업무를 교육부장관이 지정하는 정보처리장치로 처리하지 않아 시정 명령을 받고도 불이행한 경우, 1차 위반 시 정원감축 5%, 2차 위반 시 10%, 3차 위반 시 15%의 행정처분 기준을 정하고 있습니다. 이 규정들은 이 사건 조항 위반 시 별도의 '집행행위'가 수반됨을 보여주며, 법원이 이 사건 조항 자체를 '처분'으로 보지 않은 주요 근거가 되었습니다.

참고 사항

1. 행정소송 제기 전 처분성 확인: 어떤 행정작용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그 작용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먼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법령 자체가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보다는, 해당 법령에 근거하여 내려지는 구체적인 명령이나 조치가 '처분'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2. 직접적인 권리 침해 여부: 법령이 개정되거나 신설되었을 때, 그 법령이 곧바로 개인의 권리나 의무에 변동을 가져오는지 아니면, 그 법령을 근거로 하는 별도의 행정행위(예: 시정명령, 허가·불허가 등)가 있어야 비로소 권리 침해가 발생하는지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유치원이 에듀파인을 사용하지 않았을 때 내려지는 시정명령이나 정원감축 조치 등이 비로소 '처분'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3. 다른 구제 방법 고려: 만약 특정 법령 자체가 위헌·위법하다고 판단된다면, 행정소송 외에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하는 등의 다른 법적 구제 방법을 고려할 수도 있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에도 원고들은 법령의 위법성을 주장했지만,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어 본안 판단을 받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