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법인의 감사 부실 인정 및 일부 취소 판결

A회계법인과 소속 공인회계사들은 F 주식회사의 2011년 및 2012년 재무제표에 대한 외부감사를 진행했습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이들이 F 회사의 특수관계인 H 회사에 대한 매출채권 대손충당금 설정과 자회사 L 회사의 재고자산 평가를 소홀히 하여 회계감사기준을 위반했다고 판단, 손해배상공동기금 추가적립, 감사업무 제한, 직무정지 건의, 주의 등의 조치를 내렸습니다. 이에 회계법인과 회계사들은 이 처분이 부당하다며 취소를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2011년 감사와 관련된 대손충당금 및 재고자산 평가 부분은 감사인의 과실이 없다고 보아 처분을 취소했지만, 2012년 감사와 관련된 대손충당금 평가는 감사인의 과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해당 처분은 유지했습니다. 결과적으로 A회계법인, B, C, E에 대한 처분은 취소되었고, D에 대한 처분은 기각되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처분 취소를 청구한 측): A회계법인(F 주식회사의 외부감사를 수행한 회계법인) 및 소속 공인회계사 B, C, D, E(F 주식회사 감사에 참여한 실무 회계사들)
• 피고 (처분을 내린 측): 증권선물위원회(A회계법인 및 소속 회계사들에게 감리결과 조치처분을 내린 금융감독기관)
• 관련 기업: F 주식회사(A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를 받은 회사), H 주식회사(F 주식회사의 최대주주이자 특수관계인 회사), L 주식회사(F 주식회사의 연결대상 종속기업으로 사업부지를 소유하고 있던 회사)

분쟁 상황

F 주식회사는 최대주주인 H 주식회사에 대해 막대한 매출채권을 가지고 있었는데, H 회사는 계속되는 당기순손실과 자본잠식 상태였습니다. F 회사의 종속기업인 L 주식회사는 부동산 신축 사업을 추진하며 사업부지를 재고자산으로 보유하고 있었으나, 이 부지는 F 회사의 재무구조개선 약정에 따라 매각 대상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A회계법인은 F 회사의 2011년 및 2012년 재무제표에 대해 적정 의견의 감사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이후 증권선물위원회는 감리 결과, A회계법인과 소속 회계사들이 2011년 감사에서 H 회사 관련 대손충당금 2,269억 9,800만 원 과소 계상 및 L 회사 재고자산 391억 6,300만 원 과대 계상을, 2012년 감사에서 H 회사 관련 대손충당금 2,114억 7,000만 원 과소 계상을 적절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위원회는 외부감사법에 따라 A회계법인에게 손해배상공동기금 추가적립 70%와 당해회사 감사업무제한 3년, 회계사 B에게 직무정지 건의 1년과 당해회사 감사업무제한 4년, C에게 주의, D에게 직무정지 건의 6개월과 당해회사 감사업무제한 3년, E에게 당해회사 감사업무제한 1년 등의 조치를 내렸습니다. 이에 A회계법인 등은 위 처분이 감사인의 주의의무 위반이 없었음에도 내려진 부당한 처분이라며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회계법인과 소속 회계사들이 F 주식회사의 2011년 및 2012년 재무제표 감사 과정에서 매출채권 대손충당금과 재고자산 평가에 대한 주의의무를 다했는지 여부가 쟁점이었습니다. 특히, H 회사에 대한 매출채권의 회수 가능성을 제대로 평가했는지, 그리고 L 회사의 사업부지 재고자산 평가 시 매각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순실현가능가치를 적절하게 반영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증권선물위원회가 A회계법인과 소속 공인회계사들에게 내린 감리결과 조치처분 중 2011년 감사와 관련된 매출채권 대손충당금 및 재고자산 평가 부분에 대해서는 원고들에게 과실이 없다고 판단하여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그러나 2012년 감사와 관련된 매출채권 대손충당금 평가 부분에 대해서는 원고 법인, B, D에게 감사 절차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여 처분 사유가 존재한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 A회계법인, B, C, E에 대한 처분은 전부 취소하고, 원고 D의 청구는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특히 A회계법인과 B에 대한 처분은 일부 처분 사유에 사실오인이 있었으므로 재량권 일탈로 보아 전체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회계법인과 공인회계사들의 감사 업무 중 일부 과실을 인정했으나, 증권선물위원회의 징계 처분이 모든 사유에서 정당하지는 않다고 보아 해당 처분 중 대부분을 취소했습니다. 이는 감사인의 주의의무와 재량행위 처분의 적법성에 대한 판단 기준을 명확히 제시한 판결입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 판결은 감사인의 주의의무 위반 여부와 행정처분의 적법성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법률과 원칙들을 적용했습니다.

1.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외부감사법) 제1조, 제5조 제1항: 감사인은 일반적으로 공정하고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회계감사기준에 따라 감사를 수행하여 피감사회사의 재무제표에 대한 적정한 의견을 표명함으로써 이해관계인의 손해를 방지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습니다.
2. 외부감사법 제5조 제2항 및 회계감사기준: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정하고 시행을 위해 마련한 회계감사기준 및 적용지침은 감사인의 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주요 기준이 됩니다. 특히 회계감사기준 200의 2.3은 감사인이 재무제표 왜곡 가능성에 대한 '전문가적인 의구심'을 가지고 감사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500의 1.2는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 확보 의무를, 505의 1.2는 외부 조회를 통한 경영자 주장 입증 필요성을, 550은 특수관계자 거래에 대한 유의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3. 외부감사법 제13조 제3항 및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 (K-IFRS)​: 회사는 회계처리기준에 따라 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하며, 이 사건의 경우 K-IFRS가 적용됩니다. K-IFRS 제1029호 문단 59는 금융자산 손상을 손상사건 발생 및 신뢰성 있는 추정 미래현금흐름 영향 시에만 인식한다고 규정하며, 유의적인 재무적 어려움 등을 객관적 증거로 들고 있습니다. 또한 제1002호 문단 9는 재고자산을 취득원가와 순실현가능가치 중 낮은 금액으로 측정하도록 합니다.
4. 행정처분 관련 법리 (대법원 2016. 3. 24. 선고 2015두53657 판결 등 참조)​: 증권선물위원회의 감리결과 조치처분은 행정청에 재량이 인정되는 재량행위입니다. 만약 처분의 기초가 되는 일부 사실에 오인이 있다면 이는 재량권의 일탈에 해당하며, 법원은 재량권의 범위 내에서 어느 정도가 적정한 것인지 판단할 수 없으므로, 이러한 경우 처분 전부를 취소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5. 소의 이익 관련 법리 (대법원 2006. 6. 22. 선고 2003두1684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비록 경미한 처분(예: 주의)이라 할지라도, 해당 처분으로 인해 향후 유사 위반 행위 시 가중된 제재를 받을 수 있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위험이 있다면,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인정됩니다.

참고 사항

비슷한 상황에서 회계 감사를 수행하는 감사인과 감사를 받는 기업은 다음 사항들을 유의해야 합니다.

1. 감사인은 재무제표의 중요한 부분이 왜곡되어 있을 수 있다는 '전문가적인 의구심'을 가지고 감사 업무를 계획하고 수행해야 합니다. 특히 특수관계인 간의 거래나 재무적 어려움이 있는 관계회사에 대한 채권은 더욱 철저한 검증이 필요합니다.
2. 기업이 채권단과의 재무구조개선 약정이나 자구계획을 이행 중인 경우, 이러한 약정이 자산의 평가(예: 재고자산, 매출채권)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매각 예정인 자산은 계속기업을 전제로 한 평가가 아닌 실제 매각 가능성을 고려한 순실현가능가치로 평가해야 합니다.
3. 채무자의 자본잠식 상태나 장기간 거래 중단, 채무 변제 방식의 비정상성 등은 채권 회수 가능성에 대한 중요한 손상 징후로 판단하고, 형식적인 채무변제확약서나 사업계획서에만 의존하지 않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추가 감사 절차를 수행해야 합니다.
4. 감리기관의 '주의' 조치와 같은 경미한 행정처분이라도, 향후 위반 시 가중된 제재를 받을 수 있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위험이 있으므로 이에 대한 법률상 다툴 이익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5. 외부 감사 시 타 감사인의 감사 결과를 활용하는 경우에도, 중요하고 특이한 사항(예: 피감사 기업의 자구계획에 포함된 자산 매각)에 대해서는 정보를 공유하고, 타 감사인의 평가 결과가 적절한지 충분히 검토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