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원고인 주식회사 A는 조달청이 발주한 시추공 지진관측장비 구매 입찰에서 낙찰자로 선정되었으나, 다른 입찰 참가자의 이의 제기 및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피고 조달청장으로부터 허위 입찰제안서 제출을 이유로 1년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받았습니다. 원고는 조달청장의 처분 권한 부재 및 처분 사유의 부존재를 주장하며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조달청장의 처분 권한은 인정했지만, 원고가 허위 카탈로그를 제출했다고 보기 어렵고, 실제 납품된 제품의 성능이 적합 판정을 받았으므로 제재의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인용,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취소하였습니다.
B기관이 E기관을 대행하여 시추공 지진관측장비 구매 입찰을 조달청에 의뢰하였고, 원고 주식회사 A가 이 입찰의 낙찰자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입찰 참가자 주식회사 I이 원고가 제안한 장비가 요구 규격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검토 결과 원고가 제안한 제품이 제작사의 홈페이지에서 확인되지 않는다는 회신을 받았습니다. 이후 감사원이 비리 점검 결과 제재 방안 마련을 요구하였고, 이에 조달청이 원고가 입찰제안서를 허위로 작성하여 제출했다는 사유로 1년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내리면서 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원고는 이 처분이 부당하다며 취소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피고 조달청장이 원고 주식회사 A에게 2014년 10월 27일자로 내린 1년(2014년 11월 4일부터 2015년 11월 3일까지)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취소한다.
법원은 첫째, 조달청장이 준정부기관인 B기관의 요청에 따라 체결된 계약에 대해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할 권한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44조 제2항에 따라 준정부기관이 조달청장에게 계약 체결을 위탁할 때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 권한까지 포함하여 위탁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가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원고가 허위의 카탈로그를 제출했다는 처분 사유에 대해서는 원고가 제출한 카탈로그의 제품과 실제 납품된 제품의 외관이 다르지만, 이는 제품의 케이스 차이에 불과하며 핵심 가속도계 자체는 동일하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K사에서 해당 제품을 이미 생산하고 있었고, 수요기관인 B기관도 실제 납품된 제품의 성능에 대해 적합 판정을 내렸으며 외관 차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원고에게 제재를 가할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법원은 조달청장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보아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이 사건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구 국가계약법)'과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의 적용 여부 및 해석이 쟁점이 되었습니다.
• 구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27조 제1항 및 동 시행령 제76조 제1항 제8호: 이 법률은 국가가 당사자가 되는 계약에서 계약 상대방이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염려가 있는 행위를 하거나 허위 서류를 제출하는 등 부정한 행위를 했을 경우 일정 기간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공정한 입찰 및 계약 질서를 확보하고 국가의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다만, 모든 채무불이행이나 허위 서류 제출에 대해 무조건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사안에서 허위 서류가 계약에서 차지하는 비중, 경쟁의 공정한 집행 또는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할 염려가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제재 필요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법리가 적용됩니다.
•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44조 제2항: 이 조항은 공기업이나 준정부기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수요물자 구매나 시설 공사 계약 체결 업무를 조달청장에게 위탁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이 조항을 근거로, 준정부기관이 조달청에 계약 업무를 위탁할 경우, 단순히 계약 체결 업무뿐만 아니라 계약과 관련된 부정당업자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과 같은 행정 처분 권한까지 함께 위탁될 수 있다고 해석하였습니다. 이는 조달청장이 수요기관을 대신하여 고권적 지위에서 침익적 행정 처분을 할 수 있는 법률상 근거가 됩니다. 다만, '기타 공공기관'의 경우에는 이러한 명시적인 위탁 근거가 없으므로 조달청장의 권한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도 중요하게 언급되었습니다.
• 계약사무규칙 제3조 제1항 (법령보충적 행정규칙): 이 규칙은 기획재정부령으로, 공기업·준정부기관으로 새로 지정된 경우 해당 회계연도에는 지정 당시 적용되던 법령이나 해당 기관의 계약 관련 규정을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원고는 이를 근거로 B기관이 새로 준정부기관으로 지정되었으므로 공공기관운영법이 즉시 적용되지 않아 조달청장의 처분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규칙이 법률인 공공기관운영법의 적용 자체를 배제할 수는 없으며, 계약 관계의 안정성을 위한 유예 규정일 뿐, 지정 후 개시된 계약에는 공공기관운영법이 적용된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주장을 기각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피고 조달청장의 처분 권한은 인정했으나, 원고가 제출한 카탈로그가 허위로 볼 수 없고 실제 납품된 제품이 성능 적합 판정을 받았으며, 수요기관이 외관 차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허위 서류 제출'에 해당하지 않거나, 설령 일부 차이가 있더라도 '경쟁의 공정한 집행 또는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제재의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함으로써 원고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이는 부정당업자 제재처분이 비례의 원칙에 따라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되어야 함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 제안서 및 카탈로그의 정확성 확인: 입찰 제안서에 첨부하는 제품 카탈로그나 사양서가 실제 납품될 제품과 외관상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만약 제품이 커스터마이징되거나 케이스 등 외관이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면, 미리 발주처나 수요기관에 해당 내용을 명확히 고지하고 확인받는 것이 좋습니다. • 제품의 존재 및 생산 가능성 입증 자료 확보: 제안하는 제품이 입찰 당시 실제 생산 중이거나 생산 가능함을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제조사의 확인서, 생산 기록, 기술 문서 등)를 미리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홈페이지에 모든 제품이 등재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해당 제품의 존재를 입증할 다른 수단을 마련해야 합니다. • 수요기관과의 소통: 납품 과정에서 제품의 사양이나 외관에 미세한 변경이 발생할 경우, 수요기관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해당 변경 사항에 대한 묵시적 또는 명시적 승인을 받아두는 것이 분쟁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성능 검사 시 외관 차이에 대한 이의 제기가 없었다는 점이 법원의 판단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 공공계약 관련 법령 준수: 공공기관과의 계약에서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및 관련 시행령, 시행규칙 등 여러 법령이 적용됩니다. 입찰 참가 전에 관련 법규정을 충분히 숙지하고 준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허위 서류 제출'과 같은 부정당업자 제재 사유에 해당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 위탁계약 시 권한 범위 확인: 공공기관이 조달청에 계약 업무를 위탁하는 경우, 조달청의 처분 권한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미리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사례에서는 준정부기관이 조달청에 계약 업무를 위탁할 경우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 권한까지 포함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