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
원고들은 친조부로부터 상속받은 부동산이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가 내린 친일재산 조사개시결정의 대상이 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해당 결정의 취소를 청구했습니다. 친조부가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로 활동했으나 해당 부동산은 친일 행위의 대가로 취득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 재산조사개시결정이 원고들의 권리나 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 미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소송을 각하했습니다.
친일반민족행위자의 후손이 해당 행위자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이 친일재산으로 의심받아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의 재산조사개시결정이 내려졌습니다. 후손들은 이 결정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했으나, 소송 자체가 적법한지에 대한 다툼이 발생했습니다.
재산조사개시결정이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원고들은 조사개시결정이 부당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피고는 이는 단순한 조사 절차의 시작일 뿐 권리 의무에 직접 영향을 주지 않으므로 행정처분이 아니라고 맞섰습니다.
원고들의 소를 모두 각하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법원은 재산조사개시결정이 단순히 친일재산 여부를 조사하기 위한 절차의 시작일 뿐, 원고들이 상속받은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 등 법률상 권리나 의무에 직접적인 변동을 가져오는 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이 결정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원고들이 제기한 소송은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해 부적법하다고 보아 본안 내용 심리 없이 각하했습니다. 또한 재산조사개시와 함께 신청되는 보전처분 역시 부동산의 처분을 사실상 제약할 뿐 법률상 제한을 가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은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 제2조 제2호(친일재산의 정의)와 제19조(조사의 개시 등)가 적용되었습니다. 법원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의 개념을 설명하면서, 행정처분은 국민의 구체적인 권리나 의무에 직접적인 법적 효과를 발생시키는 행위여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 제19조 제1항은 위원회가 친일재산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조사를 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같은 조 제8항은 조사대상자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를 두었지만, 이는 절차적 권리 보장에 불과하며 조사개시결정 자체를 행정처분으로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했습니다. 대법원은 조사개시결정이 재산에 대한 권리 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단순한 준비 행위이므로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행정청의 어떤 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해당 행위가 국민의 권리 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정처분'에 해당해야 합니다. 단순히 조사를 시작하거나 절차를 개시하는 등의 예비적, 중간적 행위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직접적인 법적 분쟁의 대상이 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특정 행정 절차가 시작되었다고 해서 무조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해당 행위의 법적 성격을 면밀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사건처럼 재산조사개시결정은 친일재산의 국가 귀속이라는 최종적인 처분을 위한 준비 단계로, 그 자체만으로는 재산 소유자의 권리에 직접적인 변동을 가져오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