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망인의 유족들이 망인의 자살이 우울증으로 인한 심신상실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므로 보험사들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망인이 자유로운 의사결정 능력을 상실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 사건입니다.
2022년 8월 22일 망인이 자택 화장실에서 스카프에 목을 매고 사망하자, 망인의 유족인 원고들은 망인이 우울증으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했으므로 보험회사들이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대해 보험회사들인 피고들은 망인의 자살이 고의적인 행위로 보험약관상 보험금 지급 면책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맞섰습니다.
피보험자가 우울증으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결정 능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자살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와 그에 따른 보험금 지급 의무 발생 여부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각 보험금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법원은 망인의 우울증 병력이 인정되지만, 자살 당시 자유로운 의사결정 능력을 상실할 정도의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우울증의 중증도, 진료 기록, 자살 방법의 계획성, 유서의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망인의 자살이 충동적이지 않고 자신의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보아 보험사들의 면책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보험 약관상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그 예외 사유인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보험 약관에는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한 보험금 지급사유 발생 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지만, 피보험자가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취지의 조항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1. 4. 28. 선고 2009다97772 판결 등)는 피보험자가 자살했다면 그것이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발생한 경우가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보험자의 면책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여기서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는지는 자살자의 나이와 성행, 신체적·정신적 심리상황, 정신질환의 발병 시기, 진행 경과와 정도, 자살 당시의 구체적인 상태, 주위 상황, 자살 무렵의 행태, 자살행위의 시기 및 장소, 동기, 경위, 방법 및 태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또한, 보험자가 보험금 지급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함을 증명해야 하지만(대법원 2006. 4. 14. 선고 2005다70540 판결 등), 피보험자의 자살이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졌다는 면책 예외사유는 이를 주장하며 보험금을 청구하는 사람(원고들)이 증명할 책임이 있습니다.
피보험자의 자살이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인한 것이라 하더라도 보험 약관에 따라 보험금이 무조건 지급되는 것은 아닙니다. 자살 당시 피보험자가 심신상실 등으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결정 능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였다는 점은 보험금을 청구하는 사람이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를 통해 입증해야 합니다. 단순히 정신과 진료 기록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으며, 의료감정 결과나 의학적 소견 등을 통해 자살 당시 정신 상태가 극도로 악화되어 판단 능력을 상실했음을 증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살 방법의 계획성, 예를 들어 사전에 도구를 준비했거나 특정 장소를 선택했는지 여부, 그리고 자살 전 남긴 유서 등 기록의 내용과 문체, 문법 등이 고인이 정상적인 사고 능력을 유지하고 있었는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사망 직전 고인의 언행이나 남긴 기록이 자신의 죽음이 주변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내용을 담고 있다면, 이는 자유로운 의사결정 능력이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보험 계약 체결 시 정신 질환 관련 보장 범위나 면책 조항을 꼼꼼히 확인하고, 유사 상황 발생 시에는 객관적인 증거 확보에 주력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