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 기타 형사사건
망 A는 제주 J중학교 서무주임으로 근무하던 중, 재일본 교포 G, I 등이 북한의 지령을 받는 반국가단체 구성원임을 알면서 이들과 7차례 서신을 주고받고 63만 원의 교장관사 신축 자금을 수수하며, G의 어머니에게 10만 원을 전달하고, 기념동판에 G, I의 이름을 새기고 감사장을 수여하는 등의 행위로 1971년 반공법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의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후 항소와 상고가 모두 기각되어 판결이 확정되었으나, 1989년 A가 사망한 뒤 그의 자녀인 재심청구인 B가 2021년 재심을 청구하였습니다. 법원은 A가 구속영장 발부 전 불법 구금 상태에서 수사를 받았다는 점을 인정하여 재심을 개시하였고, 2024년 1월 재심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망 A는 1970년, J중학교 교장 C과 공모하여 재일본 교포 G, I이 북한의 지령 하에 불법 구성된 반국가단체인 E단체계의 간부임을 알면서도 여러 행위를 했다는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① 1965년 6월부터 1969년 2월까지 7차례에 걸쳐 G, I과 서신을 주고받아 반국가단체 구성원과 통신·연락하고, ② 1967년 5월 G, I 등이 J중학교 교장관사 신축 자금으로 보낸 한화 63만 원을 수수하고, ③ 같은 날 G의 어머니에게 전달해달라는 한화 10만 원을 받아 예치하여 편의를 제공하고, ④ 같은 해 10월 J중학교 교장관사 신축자금 모금 기념동판에 G, I의 성명을 새겨 현관에 부착하여 찬양·고무하며, ⑤ 같은 해 10월 G, I에게 교장관사 낙성식 초청장을 보내 통신·연락하고, ⑥ 같은 해 11월 낙성식에서 G, I 가족에게 감사장을 수여하여 찬양·고무했다는 혐의였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재심 개시 후 현재 시점의 법령 해석과 대법원 및 헌법재판소의 판례에 따라, 망 A의 과거 행위(반국가단체 구성원과의 통신, 금품 수수, 찬양·고무, 편의 제공)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구체적이고 명백한 위험이 있었는지, 그리고 피고인이 그러한 위험을 인식하고 행위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었습니다.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재심 법원은 재심 판결 당시의 법령과 법리, 즉 국가보안법을 해석·적용함에 있어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또는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이 있을 경우’에 한해 처벌해야 한다는 헌법합치적 해석 원칙을 적용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 A가 J중학교 서무주임으로서 교장 C의 지시에 따라 교장관사 신축 관련 업무에 관여한 것은 인정되지만, G, I과의 서신 교환, 금품 수수, 기념동판 부착, 감사장 수여 등의 행위는 학교 관사 신축 지원에 대한 의례적이고 사교적인 차원의 업무였을 뿐이라고 보았습니다. 또한, 이러한 행위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할 명백한 위험성이 있었다거나 피고인이 그러한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금품 수수 역시 교장관사 설립에 사용되었고, 편의 제공 역시 개인적인 심부름 수준에 불과하다고 보아 공소사실에 대한 범죄 증명이 없다고 결론 내리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